떠난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모두
최근 읽은 책<슬픈 세상의 기쁜 말>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성호 아빠는 세월호 아이들도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추모 공간에 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같이 재밌게 놀면서 분명 덜 외로울 것이고…어쩌면 죽은 아들이 덜 외로운 게 아니라 그곳에 간 우리들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덜 외로워지는 것에 불과하겠지만…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읽으며 문득 몇 주전 다녀온 목포가 떠올랐어요. 차 없이 친구와 목포로 여행을 갔는데 목포신항에 세월호 선체가 있으니 가보자고 했어요. 그런데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고하도 승강장에 내려보니 버스는 언제 올지 모르고, 택시도 잡히지 않더라고요. 걸어서 가긴 너무 멀어서 결국 주변을 걷다가 고하도 전망대로 갔어요. 5층으로 된 전망대는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 모양을 따서 만든 곳으로 1층엔 카페, 2~5층 전시장으로 꾸며 목포대첩과 목포의 예술가를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계단을 한층 한층 오르며 멀리 선체가 하나 보여서 ‘설마 저게 세월호인가’ 생각했는데요. 결국 옥상에서 있는 지도 위 표시를 보고 그것이 세월호임을 알게 되었죠. 전망대에선 세월호 선체가 정말 잘 보였는데 그 작은 표시 말고는 아무런 정보도 없더라고요. 눈앞에 두고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아찔했어요. 지금까지도 고하도 전망대에 세월호 선체의 위치를 알리고 참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선체를 바라보며 잠시 묵념하고 떠나간 이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종이와 펜이 있다면 누구도 외롭지 않을텐데 말이죠.
책<슬픈 세상의 기쁜 말>을 쓴 정혜윤 작가는 세월호에 대해 말하며 이런 문장을 적었어요. “이 슬픈 마음과 현실을 연결시킬 때 변화는 가능하다.” 우리가 가진 이 슬픈 마음을 간직하며 작은 변화를 만들어봐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살고 싶은🌳무수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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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여성의권리 #로대웨이드판결
😡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어요
이로 인해 1973년부터 헌법으로 보장되어온 임신중지 권리가 주의 정부와 의회 결정에 따라 달라지게 되었어요.
✦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69년 당시 임신중지가 금지된 텍사스주에 살던 ‘노마 맥코비’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자 임신중지 금지 관한 법률을 집행하는 ‘헨리 웨이드’ 지방검사장을 상대로 소송 제기해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받은 판결이에요. 당시 노마 맥코비는 신변 보호를 위해 ‘제인 로'라는 가명을 사용해 두 사람의 성을 따서 ‘로 대 웨이드' 판결로 불리게 되었어요.
최근 이 역사적인 판결이 사라지게 된 것이죠. 이로 인해 미국의 26개주에선 임신중지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이에 수많은 시민들이 권리를 보장하라며 워싱턴 및 미국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어요. 시민들 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 검사, 세계 각국의 정상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여성의 권리를 지켜야만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임신중지 권리를 지켜야 한다며 사법부를 비판했어요. 삼권분립이 엄격한 미국에서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해요.
- 바이든 대통령 “‘로 대 웨이드' 판결은 50년 가까이 이 땅의 법이었다. 법의 기본적인 공정함과 안정성 측면에서 뒤집혀서는 안 된다…만약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다면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여성의 권리를 지켜야만 한다.”
✦ 80여명의 미국 검사 “임신중지 금지는 안전한 임신중지만 없얠 뿐이다"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에 대해 80여명 미국 검사들은 성명을 내고 임신중지 여성과 의료인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어요.
- 80여명의 미국 검사 “우리가 가진 자원을 중범죄가 아닌 곳으로 돌린다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또 상처를 주고 그들을 범죄자로 만들게 될 것이다…범죄화한다고 해서 임신중지가 사라지지 않으며, 안전한 임신중지만 없어질 뿐이다. 임신중지를 하려는 사람이나 그들을 돕는 이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기소하는 것은 정의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이며, 검사들은 그런 일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
✦ 세계 각국의 정상 “임신중지는 모든 여성의 기본 권리이다”
-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 “나는 이번 판결을 큰 후퇴로 생각한다. 전 세계 사람들의 사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임신중지는 모든 여성의 기본 권리로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독일을 포함해 세상의 수많은 곳에서 여성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 우리는 이를 단호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기본권을 박탈한 것이다. 개인적 신념으로 다른 이의 자기 결정권을 빼앗아선 안 된다.”
다른 국가의 문제에 대해 말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에 여러 정상들은 이 사건을 언급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는데요. 이번 미국 판결로 인해 임신중지금지 위헌 이후 구체적인 입법이 없다며 비판과 함께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어요.
👀 어떤 이야기가 있냐면요
✦ 박지현 전 위원장 “정부와 국회가 여성의 권리를 방치하는 사이 그 피해는 온전히 여성이 짊어진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미국 연방대법원 결정을 비판했어요.
- 박지현 전 위원장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례 폐기는 전 세계 여성의 인권을 반세기나 후퇴시키는 결정이다. 임신 중지권 폐기는 임신 중지를 막는게 아니라 그저 위험한 임신 중지를 하게할 뿐이다…2019년 헌법재판소가 임신중지금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3년이 지났는데 국회는 아직도 대체 입법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여성의 권리를 방치하는 사이에 그 피해는 온전히 여성이 짊어지고 있다. 임신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어떤 경우에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 박주민 의원 “임신중지, 제대로 된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국회 원구성과 함께 가장 먼저 임신중지 관련 입법논의를 시작하자고 밝혔어요.
- 박주민 의원 “헌법재판소에서 임신중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 내린지 3년. 현재 국회는 아직 임신중지에 대한 기준도 정하지 못했다. 국회의 직무유기이다. 그야말로 무법 상태에서 현장의 혼란은 늘어나고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은 외면받고 있다. 국회의 일원으로 관련 법안의 대표발의자로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다…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성장시켜온 여성 인권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제대로 된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 경기도에서 임신중지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요
경기도 인수위원회에서 ‘여성건강 경기 찬스 사업' 계획을 발표했어요. 생리대 보편 지원,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및 운영과 함께 여성 건강 정보플랫폼 ‘달빛건강서비스'를 구축한다고 해요. 특히 ‘달빛건강서비스'에서는 월경・피임・임신과 함께 임신중지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여성 건강관련 종합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해요. 관심있게 지켜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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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동물보호법 #동물권
💣 “연쇄살인범의 행동은 동물학대에서부터 시작됐다”
연일 반복되는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요즘, 동물학대가 강력범죄의 전조 현상이라는 주제의 기사를 전해요. 실제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받은 이들 중 살인, 폭행을 저질러 실형 선고받은 사례가 많다고 하는데요. 연쇄살인범들의 공통점 중에도 동물학대 전력이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서야 동물학대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어요.
✦ 배상훈 프로파일러 “인과관계는 확실하지 않지만 상관관계는 분명히 있어 보인다. 동물을 학대하는 과정에서 폭력 수위를 높여 가고, 피와 폭력 등에 대한 역치가 높아져 사람의 생명을 쉽게 해치게 되는 것이다.”
✦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동물을 마음껏 죽여도 비교적 형량이 낮은 동물보호법 위반만 적용받기 때문에 가해자들은 동물을 학대해도 안전하다고 여겨 가학성을 거리낌없이 발산한다.”
✦ 울산지법 재판부 “일부 연쇄살인범의 행동은 개를 도살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적절한 법적 통제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이들의 생명 존중 미약이나 부존재 인식은 언제든 사람을 향할 수 있다.”
🧐 “사소해 보여도 동물학대 현장을 그냥 지나치지 말아요”
동물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변호사들이 책 <동물에게 다정한 법>을 냈어요! 이들은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모임'(동변) 소속 10명인데요. 동변은 2014년 만들어진 모임으로 유기동물을 입양한 변호사들이 많으며 동물학대 현장을 살피고 고소・고발을 진행해왔어요. 이들은 책을 통해 동물에게 다정한 세상이 곧 인간에게도 다정한 세상이라고 말해요. 이 책은 동변이 다룬 대표적인 동물권 사건 11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후 동물권 관점으로 본 동물 관련 법 해설서 ‘동물법 교과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인상적인 말을 전할게요
✦ 한주현 변호사 “동물학대 가해자의 소유권을 제한해야 해요.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인식을 깨는 데 도움이 되고 동물학대 방지 효과도 높아요.”
✦ 김소리 변호사 “반려견과 식용견이 다르지 않잖아요. 같은 생명이죠. 논의가 어서 진척돼서 고통받는 개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 송시현 변호사 “사소해 보여도 동물학대 현장을 그냥 지나치지 말아주세요. 신고 정신을 발휘해주세요. 영상이라도 몰래 찍어서 112에 문자로 보내면 돼요. 저희에게 제보를 주셔도 됩니다.”
✦ 김도희 변호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동물권과 기후위기 등을 생존의 문제로 여기는 이들이 늘어났어요. 로스쿨 학생만 봐도 변화가 눈에 보여요. 희망이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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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의 코멘트
동물학대가 살인까지 이어지기에 심각하다고 말하는 것도 동의하지만, 한편 이런 생각이 들어요.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것 자체로 충분히 위험한 일이 아닌지 말이에요. 인간동물의 시선에서 법과 제도를 만들고 굴려서 여전히 동물범죄에 대한 형벌이 낮지만, 동물이 죽는 것과 사람이 죽는 것은 같은 일이라고 느끼거든요. 모보이스를 읽는 당신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겠죠. 사람과 동물이 모두 있는 그대로 존중받으며 살아가길 바래요. 함께 뭐든 해봐요. 하루 한끼 비건식사, 동물권 기사를 공유하는 것,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신나게 노는 것 모두 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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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먼스 #퀴어 #군형법92조6항
⚖️ 합의된 성관계를 가진 동성 군인이 군형법 때문에 재판받고 있어요
✦ 군형법 제92조 6항, 군인 또는 준 군인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최근 2심 재판에서 1심과 동일하게 합의 후 맺은 동성 군인 간의 성관계는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어요. 이에 대해서 군과 군 책임자들이 군대 내 퀴어를 찾아낸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하고 있어요. 실제로 2017년 4월, 육군참모총장이 군대 내 동성애자를 색출하라고 지시해 총 22명의 성소수자 군인이 수사받아야 했던 사건이 있었어요.
✦ 재판받은 A님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5년간 여러 사람들이 고통 받아왔다. 허탈감이 제일 크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이제 책임의 문제가 남았다.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육군참모총장의 색출 지시, 거기에 편승해 펼쳐진 불법적인 수사 등에 대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 ‘웨이브'에서 퀴어의 사랑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선보여요!
올 7월에 공개한다고 하는데요. 동거 중인 퀴어 커플의 일상을 담은 관찰 예능 <메리 퀴어>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퀴어 데이팅 예능 <남의 연애>예요. 우리나라 예능에서 퀴어 이야기를 볼 수 있어 기대되는 마음인데요. 웨이브 관계자는 그들의 생생한 삶 자체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해요
✦ 웨이브 관계자 “성소수자들의 환경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고민과 공론화가 필요하다면 그들의 생생한 삶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자극적 장치나 화려한 연출을 배제하고 출연자들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출연자들의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감과 이해를 할 수 있다면 기획자로서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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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의 코멘트
며칠 전, 영화 <모어>를 봤어요! 생각지도 못하게 자꾸 눈물이 났어요. 특히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제냐 덕분에 의료적 성확정 수술 없이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 19살 때 아버지가 사준 100만원짜리 발레복을 다시 입고 부모님 앞에서 춤을 추는 모습에서 울게 되었어요. 이랑님 노래와 함께 모어가 춤을 추는 장면들에서는 신비로운 에너지를 가득 느끼며 울컥 했죠. 오래오래 모어의 춤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난 너무 편하게 인생을 사는 거 아닌가' 생각했어요. 누군가에게 당연한 일상이 다른 이에겐 그렇지 않다는 게 절 힘들게 해요. 당신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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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라이츠’ 만들었냐면요
작년 이맘때,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었어요. 그중 7분과는 심층 인터뷰를 했죠. 그때 찾고 싶었던 건 혐오문제에 진심인 이들의 일상을 만족스럽게 만들어줄 ‘무언가'였어요. 이 과정을 통해 한 인사이트를 발견했어요. 혐오문제에 어떤 방식으로든 직접 목소리를 내고, 공감하는 사람들과 나누면, 분노・무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내일은 더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는 것이에요. 이에 혐오문제에 목소리 내고, 비슷한 사람과 나누기 위해 ‘라이츠(Lights)’를 만들었어요.
✨ 목소리 내는 이들의 눈부신 모임 ‘Lights’
라이츠에선 내 목소리 내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눌 거예요. 이곳에선 내 목소리로 행동하고 타인의 목소리로 다양한 삶의 모양을 배울 거예요. 서로 지지와 공감, 다정한 마음을 나누며 안전지대가 되어줄 거라 믿어요. 바라는 세상을 라이츠로 만들어봐요. 2022년 여름, 빛이 켜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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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모보이스 읽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보내줘요
당신의 이야기가 당사자의 목소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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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진 것은 목소리뿐이란 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다른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큰 비극적인 일을 겪어도 그 비극에서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나 함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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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데즈ㅣMORE DAZZ
광고 및 협업문의 hello@moredaz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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