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방식대로 아름다워"라고 전해봐요 스트릿우먼파이터를 재밌게 보고 있어요. 얼마 전, 레이디 가가의 Born this way 곡을 표현한 라치카의 무대를 봤습니다. 별종이라 불리는 모든 이들을 빛내주기 위한 무대라는 의미처럼 당당하고 화려한 안무가 인상적이었죠. 특히 기억에 남은 건 처음과 끝부분이었어요. 곡 시작되자 한 댄서가 카메라를 등지고 무대로 천천히 걸어 나왔고, 그의 시선이 닿는 다른 댄서들이 각자만의 포즈를 취합니다. 곡 마지막에도 카메라를 등지고 서 있는 댄서 어깨 너머로 여러 댄서가 엔딩포즈를 잡고 있는 모습으로 끝납니다. 뒤돌아있는 댄서가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존재 자체를 눈부시게 바라봐주는 사람이요. 우리가 관심 갖는 혐오 문제를 생각하면 이 ‘바라보는 사람'이 중요성을 종종 느껴요. 우리가 그 자체로 귀하다고 외치는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오늘은 Born this way 가사처럼 ‘네 방식대로 아름다워’라는 말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해보면 어떨까요? 그저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살고 싶은🌳무수 드림 영화는 틀렸다. 우린 함께 살아간다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단체들은 영화 <F20>가 조현병 편견과 혐오를 강화시킨다며 상영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F20은 조현병 질병분류 코드이며, 내용 역시 조현병을 가진 사람이 위험하다는 혐오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 정신장애인 혐오를 담은 <F20>, 중단하고 사과하라 지난 20일,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영화 <F20> 상영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서 인데요. 해당 영화는 서울대생 아들이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숨기려는 엄마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한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들은 영화 제작 의도 자체가 조현병이 있는 사람은 위험하고 무섭고 지역사회 안에 함께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지목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이 영화가 정신장애 당사자, 가족과 이를 이해해주고 포용하는 주변 사람들을 모두 모욕한 영화라며 지적했어요. 배정태 한국조현병회복협회 회장은 영화 속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 사이코패스의 행동을 조현병 당사자의 행동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해당 영화를 투자하고 제작한 KBS에 대해 장애인 인권을 정면으로 침해한 것은 공영방송의 역할과 신뢰를 깨뜨린 것이라며 지적했어요. 🎬 “당사자가 본다면 상처받을까봐 피했으면 하는 영화다" 해당 영화에 대한 우려는 지난 9월부터 지속해서 제기되었습니다. 국민청원으로 ‘KBS에서 방송 예정인 F20의 조현병 환자와 가족에 대한 극심한 인권침해에 대한 시정요구'가 올라왔었습니다. 청원인은 조현병은 인구 100명당 1명이 겪는 흔한 질병이며 뇌의 호르몬 불균형으로 발병하는 뇌의 질환이라며 짚으며 해당 영화 제목이 F20인 것과 홍보 포스터에 ‘미쳤다'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심화시키고 인권침해라며 비판했습니다. 이미 영화를 관람한 이들의 후기도 부정적이었는데요. “도시에서 한 인물이 일상에서 밀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는데 사회적 약자들을 일상에서 몰아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조현병 자녀를 둔 부모가 인간성을 상실한 인물로 화면에 담았다", “환자나 보호자가 본다면 더욱 상처받을까봐 피했으면 하는 영화다"라는 의견들이 올라왔습니다. 이에 KBS는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 문제를 임원회의에서 논의하고 책임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화가 영화일 뿐이라고 해도 우리 사회를 담고 있으며, 우린 콘텐츠로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모르는 사람에 대해, 경험하지 않았던 일에 잘못된 고정관념, 편견이 생길 수 있죠.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해당 이슈에 함께 관심을 가지며 혐오 없는 콘텐츠에 더 주목해봅시다. 대학 내 성평등은 어디로? 중앙대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되었습니다. 이 시작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이었어요. 익명의 의견이 과대대표되고 성평위가 폐지되는데 10일도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성평위 위원회들은 지지하는 분들 위해 사력을 다해 활동하겠다며 성평위 지지 성명서를 받고 있어요. 이게 어찌된 일인지 전해드리며 함께 연대의 마음을 보태봅시다. 중앙대 성평등위원회는 2013년 총여학생회 폐지 이후 설립된 총학생회 산하 특별자치기구입니다. 성평위는 2018년 영어영문학과 A교수 성폭력 사건 대응을 주도하며 학내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고, 정혈(월경)용품 무료 제공 등 복지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허나 지난달 30일, 에브리타임에서 중앙대 성평위을 폐지하자는 연서명이 진행되었습니다. 해당 연서명의 발의자는 페미니즘 기조로 활동하는 성평위가 특정 성별만 생각하는 편향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밝혔는데요. 이에 300명 이상의 학생이 서명해 확대운영위원회에 성평위 폐지안건이 상정되었습니다. 결과는 출석 인원 101명 중 59명 찬성해 성평위 폐지가 결정되었습니다. 🤳 여성혐오 가득한 ‘에브리타임’에서 시작돼 순식간에 성평위 폐지까지 한편으론 이번 폐지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고도 전했는데요. 그동안 성평위에 대한 비난이나 추궁은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수년간 지속되어왔다고 해요. 성평위가 남성을 배제하고 여성만 위한다는 글이 자주 올라오며 사이버불링(온라인폭력)이 심각해 성평위 소속 학생들에게 살해 협박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로 인해 물리적 공간이 아닌 여성혐오 발언이 가득한 온라인 ‘에브리타임'이 유일한 공론장이 되었고, 익명 발의자의 연서명이 순식간에 과대대표되어 성평위 폐지까지 이어진 것이라 지적합니다. 송지현 성평위 위원장은 효율을 이유로 다수의 반대에 늘 부딪히는 인권・복지 사업인데, 그런 사업을 하는 기구가 다수주의에 따라 폐지했다는 것 자체가 불평등한 구조를 방치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합니다. 폐지 이후 중앙대 성평위 ‘뿌리’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요. ‘뿌리'는 성명을 내고 폐지의 이유로 페미니즘 기조로 활동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밝히며 하지만 페미니즘 없이 성평등을 성립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총여학생회의 대안기구가 폐지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대학의 주인으로서 성평등위원회 폐지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성평위 위원들은 학생회라는 제도권 밖에서, 지지하는 학우분들을 위해 사력을 다해 활동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성평등 활동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받고 있는데요. 이미 9,000명에 가까운 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해요. 송지현 성평위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좀 더 단단한 자치권과 독립성이 보장된 성평등 전담 학생자치기구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학생사회에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군 성폭력 피해자 위한 작은 변화 연이은 군 성폭력 이후 무엇이 달라지고 있을까요? 최근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군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73개안을 국방부에 권고했습니다. 또한 국방부와 법무부가 업무협약을 맺어 군 성폭력 피해자가 국선 변호사의 법적 조력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조금씩 변하고 있는 군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민관군 합동위원회(합동위)는 군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 강화 등 73개안을 국방부에 권고했습니다. 그중 일부 안을 살펴보면 ✦ 성폭력 2차 피해 막지 못한 간부 처벌하도록 의무 주체와 금지 행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징계하도록 권고 ✦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사실관계 확인 전이라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부대에 근무하지 않도록, 지역적으로 분리하는 기준을 구체화하도록 권고 ✦ 군 조직문화 개선 차원에서 내부 구성원이 참여하는 ‘성평등 소통 협의체' 운영 권고 ✦ 경계작전 태세 유지가 필요한 부대를 제외한 기타 부대는 2시간 이내 복귀 제한지역으로 출타 시 ‘원천적 금지'에서 ‘신고제'로 전환해 검토 ✦ 특정지역 군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해당 지역 사건 전부 수임 금지하는 방안 권고 이로 인해 군 성폭력 피해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합동위의 3개월간 활동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의 이견으로 민간위원 59명 중 20명이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중도 사퇴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국방부가 민간위원들을 위촉해 놓고 필요한 의견만 취사선택하고, 입맛에 안 맞는 의견은 무력화시켰다고 지적했어요. 국방부는 이번 합동위의 73개안 중 수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원칙으로 검토 작업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 군 성폭력 피해자, 사건 초기부터 국선 변호사 조력 받는다 국방부와 법무부가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군 성폭력 피해자는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나 ‘심리치료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사건 발생 초기부터 국선 변호사의 법적 조력을 받고, 본인 의사에 따라 군 내부나 법무부의 성폭력 지원제도를 선택해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 무수의 코멘트 마음처럼 세상이 빠르게 변하지 않을 때, 무기력해지기 쉬운 거 같아요. 어렵겠지만 우리의 시선을 거대한 사회 변화에 맞추기보다 작은 변화에도 집중해보면 어떨까요? 혐오를 혐오라고 지적한 목소리, 이를 지지한 사람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소소한 성과 같은 것 말이죠. 작은 변화가 있어야 큰 변화도 일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동시에 달라진 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려봐요. 돌아보면 놀랄 거예요. 우리가 얼마나 변했다고요. 그래서 지치지 않고 오래 혐오이슈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우리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자연히 달라질 거예요. 재능과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 난민 전 세계가 ‘난민'으로 들썩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난민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지자체의 태도를 지적했고, 시리아에서 영국까지 횡단한 3.5m 인형 ‘리틀아말'과 202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난민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소식까지 알차게 전해드릴게요. 최근 우리나라 이민정책연구원은 ‘재정착 난민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재정착 난민은 법무부 심사를 통해서가 아닌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한국에 온 난민을 뜻합니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170여 명이라고 해요. 이들은 주로 미얀마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부평과 100여 명의 방글라데시 난민이 이미 사는 김포에 정착해 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고서는 재정착 난민 지원과정에서 민간단체나 개인 봉사자의 의존성이 지나치게 높고, 지자체의 태도가 수동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채보근 한국이민재단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재정착 난민을 위한 별도 지원책 마련이 아닌 기존 이주민 정책에 이들을 포함해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3.5m인형 ‘리틀 아말', 작은 희망을 품고 8천km 대장정 3.5m의 난민소녀를 상징하는 ‘리틀 아말'을 아시나요? 아말은 아랍어로 ‘희망'을 뜻하는데요. 세계적인 인형극단 ‘핸드스프링 컴퍼니'가 제작했어요. 이들은 시리아 난민 아동 구호를 알리기 위해 7월 말 시리아에서 출발해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를 거쳐 영국까지 8천km를 이동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 경로는 실제 난민이 지나는 경로이기도 합니다. 리틀 아말은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되었어요. 터키와 시리아 국경의 난민캠프에서는 난민 소녀들이 전등을 밝혀 환영했고, 바티칸 시국에서는 교황을 만나 악수하고, 벨기에 브뤼셀에선 수천 명의 어린이에게 난민을 생각하게 됐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와 반대로 그리스 중부에서 극우주의자가 던지는 돌을 맞았고, 그리스 아테네에선 리틀 아말의 경로를 수정하라는 시위가 열렸고, 프랑스 칼레 시장은 리틀 아말의 존재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프로듀서 욜란다 마르코풀루는 리틀 아말이 환영받지 않는다는 걸 통해 난민들도 어디서든 환영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습니다. 리틀 아말은 영국 맨체스터에서 8천km의 대장정을 마무리합니다. 🤝 “난민은 재능과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 2021년 노벨문학상은 난민이자 소설가인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수상했습니다. 아프리카 비백인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이 35년 만의 일이라고 하는데요. 스웨덴 한림원은 그가 식민주의에 대해 단호하고 연민 어린 통찰을 보여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구르나는 1948년 탄자니아에서 태어나 학살을 피해 영국으로 와 18세부터 난민으로 살았습니다. 이에 10편의 장편 소설과 다수의 단편 소설에서 관통하는 주제는 ‘난민의 혼란'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이 없다고 해요.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수상 소식에 처음에 장난이라고 생각했고, 놀랍고 겸허해졌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한 난민은 빈손으로 오지 않는다며 재능과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로서 줄 것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뉴스레터를 읽으며 떠올랐던 생각, 당사자 이야기나 연대의 메시지. 뭐든 보내주세요! 레터에 대한 피드백도 있다면 전해주세요. 꼼꼼히 살피고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갈게요 우리 몸을 되찾고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한 무모하고 대담한 이야기를 나누자 망명과 자긍심, 일라이 클레어 모어데즈ㅣMORE DAZZ 인스타그램 @moredazz.official 광고 및 협업문의 hello@moredazz.com 구독하기 Subscribe 수신거부 Unsubscribe |
혐오를 마주하는 당사자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