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무슨 말인가 싶다면 읽어주세요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무대책・무관심・망각을 눈감아주고, 완충해주고, 흐리게 하고, 가장하고, 회피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거짓말들을 끊어낸다. 호명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호명은 분명 중요한 단계다” 리베카 솔닛의 책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에 나온 구절입니다. ‘명명'이란, 어떤 사람, 사물, 사건 등에 이름을 지어 붙이는 걸 뜻합니다. 이번 주 혐오이슈를 정리하며 ‘명명'이 특히 이야기가 지워지고 왜곡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임을 배웠어요. 논란 아니라 폭력, 처녀막 아니라 질 입구 주름, 도둑고양이 아니라 길고양이, 혐오표현 대신 대항표현. 이게 다 무슨 말인가 싶다면 이번 뉴스레터를 끝까지 봐주세요. 아 참! 이번엔 인용된 책이 참 많아요.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관심 있다면 메모해보아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살고 싶은🌳무수 드림 그건 ‘폭력’이다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해 연일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마주하며 함께 연대하며 분노하셨을 텐데요. 이것이 ‘논란', ‘갈등'이 아니라 ‘폭력', ‘온라인 괴롭힘'이라고 비판한 이야기를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다 읽고나면 그건 ‘폭력’이라고 강하게 말할 수 있을 거예요. ❌ 반-페미니스트의 온라인 학대 사건이다 국내 언론이 해당 사건에 대해 ‘논란’, ‘갈등’이라고 이름 붙이는 와중에 주요 외신들은 반페미니즘 정서가 반영된 ‘온라인 학대'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9일 로이터통신은 안산의 머리 스타일을 두고 ‘페미니스트'라고 지적하는 온라인 학대는 젊은 한국 남성들의 고조된 반-페미니스트 정서에 기인한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폭스뉴스 역시 한국의 금메달리스트가 온라인 반-페미니스트 운동 때문에 머리 길이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30일 뉴욕타임즈에서는 안산 선수가 짧은 머리 때문에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전하며 짧은 헤어 스타일을 한 한국 여자 배구 및 공기소총 대표팀 선수들이 대회 기간 비슷한 학대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 ‘페미니스트라서' 공격하는 건 혐오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29개 여성단체는 지난 30일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반납하라는 한국사회, 누가 만들었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습니다. 이에 ‘숏컷이라서', ‘페미니스트라서'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2021년 한국사회의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 온라인 괴롭힘은 안산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페미니스트 여성 전체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비판했어요. 이는 페미니즘 공격을 정치가 이용하고 사회가 받아준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가장 큰 문제는 페미니즘에 동의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수많은 사람이 자기 검열을 하게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며 누구도 페미니즘이 가지는 문제의식이나 발생 배경, 페미니즘이 왜 전 세계적인 주요 이슈로 떠올랐는지 등은 묻지 않는다고 지적했어요. 📢 개소리를 믿고, 반응하는 사회가 문제다 페미니스트라고 낙인찍고, 공격하며 여성혐오를 행하는 폭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폭력이 발생하는 건 ‘개소리'를 믿는 사람들과 그것에 반응하는 사회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 “개소리가 돈과 표가 되지 못하도록 의심하자”
✦ “끌려다니지말고 사회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이야기하자”
개선해야 할 ‘탈시설 로드맵' 보건복지부가 ‘탈시설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2025년부터 시설 거주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고 2041년에는 시설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인데요. 이에 대해 시설 서비스를 재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탈시설과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내용이 부족하다며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탈시설 로드맵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는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이 탈시설 로드맵은 22년부터 24년까지 3년 동안 시범사업을 통해 탈시설・자립지원 기반 여건을 조성하고 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해 매년 740여 명의 장애인에 대해 지역사회 정착시킨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아래와 같은 항목이 담겨있습니다. ✦ 22년부터 인권침해 시설 우선적으로 거주인 지역사회 전환 계획 수립 ✦ 체험홈 등 중간단계 거주공간 활용해 사전 준비기회 제공 ✦ ‘장애인 거주시설’을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명칭 변경하고 장애인 중심 전문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변환 ✦ 생계급여를 본인에게 직접 지급 ✦ 장애인 학대 관련 범죄발생 시설은 즉시 폐쇄할 수 있도록 ‘원스트라이크’ 제도 도입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은 말은 탈시설인데 결국 소규모화된 시설이라며 비판했어요. 시설 내 구조적 문제인데 왜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이 대안인지 지적했습니다. 또한 탈시설 로드맵을 자세히 살펴보면 60% 상당이 공동형 주거 지원으로 넘어간다며 이는 결국 그룹홈, 소규모화된 시설이라고 전했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역시 거주시설을 ‘장애인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시설이 시설이 아니게 되는 것이라 아니라고 지적했어요. 또한 ‘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였어야 할 이름도 ‘장애인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라는 완곡어법으로 대체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내용 부족 장애인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대안이 없다며 ‘탈시설 로드맵’ 자체를 비판하는 장애인 가족들도 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지원할 인프라와 서비스 내용이 여전히 불충분해 보호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히며 탈시설 준비과정부터 지역사회에 정착하고, 안정적인 자립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역시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인프라를 신뢰할 수 있다면 시설로 보내며 생이별하겠냐며 가족의 유무나 상황과 무관하게 탈시설 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사는 장애인들에게도 자립을 위해 충분한 활동지원서비스와 주간활동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탈시설 로드맵'은 이제 시작입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 탈시설과 자립을 지원하며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개선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봅시다. 차별없는 단어와 대항표현 최근 국립국어원은 일부 단어의 차별적인 뜻풀이를 공식적으로 삭제했습니다. 이에 성별을 구분해 표현한 뜻풀이를 삭제하고 새로운 단어도 추가했습니다. 이번 이슈로 우리가 쓰는 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기며 혐오표현에 맞서는 ‘대항표현’에 대해서도 함께 전해드릴게요. 🤐 차별적인 단어와 뜻풀이는 이제 그만! 최근 국립국어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검토 요구 사항과 국민 의견을 바탕으로 차별적인 뜻풀이를 삭제 및 변경하고 새로운 단어를 추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항목을 살펴보면, ✦ ‘주로 여자들이~’, ‘주로 여성이~’ 뜻풀이 삭제
✦ ‘질 입구 주름'이라는 새로운 단어 추가
✦ ‘장애아' 뜻풀이 수정
✦ ‘길고양이'라는 새로운 단어 추가
😎 혐오표현 대신 ‘대항표현'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는 혐오표현이 있습니다. 이에 맞선 ‘대항표현’(counter speech)이 있죠. 이는 혐오표현을 논박하고 약화하는 맞받아치기, 되받아쳐서 말하는 말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성폭력 피해에 맞서 “우리는 서로에게 용기다"라는 슬로건이나 코미디언 김숙이 말한 “어디 아침부터 남자가 인상을 써?”처럼 혐오표현을 되돌려주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또는 혐오표현에 대해 “당신은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라고 지적하는 것도 대항표현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엔 조건이 있어요. 대항표현이라는 명분으로 다른 약자 집단의 혐오를 강화하거나 그들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해치지 않는 무해한 단어와 대항표현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우리. 행동하는 올림픽 선수들 도쿄올림픽에서 혐오에 맞서 행동하는 올림픽 선수들이 주목받고 있어요. 선수들은 양손으로 X자에 그리고, 인종차별에 반대해 한쪽 무릎을 꿇고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연대를 담아 분홍 마스크를 썼습니다. 이를 하나씩 소개해드릴게요. 🙅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양손을 교차해 ‘X자’ 여자 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을 딴 레이블 손더스(미국)은 시상대 위에 올라가 양손을 교차해 ‘X자'를 그렸습니다. 흑인이자 퀴어인 그는 이 제스처가 억압받는 사람들, 세계에서 분투하고 있으나 자신을 대변할 플랫폼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 밝혔습니다. 🖤 인종차별에 반대해 ‘한쪽 무릎을 바닥에’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BLM(Black Lives Matter,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퍼포먼스를 한 선수들도 있었어요. 기계체조 여자 마루운동 예선에서 연기를 마친 루시아나 알바라도(코스타리카)는 오른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주먹을 위로 치켜들었습니다. 영국 여자 축구 대표팀 역시 조별리그 경기 전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어 인종차별에 항의했어요. 😷 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연대를 담아 ‘분홍 마스크' 미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의 후보 선수인 앨런 하지치는 대학 시절 성폭력 혐의로 징계받아 선수 자격이 정지됐으나 항소 끝에 징계가 해제돼 올림픽에 참가했습니다. 이에 하지치를 제외한 미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선수들은 분홍 마스크를 쓰며 성범죄 혐의가 있는 하지치가 대표팀에 포함된 데에 항의하는 의미,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향한 연대를 담았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올림픽 선수로 출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그런 밤톨님에게 아래 칼럼과 영상, 책을 추천합니다.
덧붙여 저는 시스젠더 여성입니다. 미디어에서 이상적으로 그리는 여성의 모습과 제가 달라서 오랫동안 샤워하면서도 제 몸을 제대로 보지 않았지만 트랜스젠더가 느끼는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불쾌감)가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여성이지만 모든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며 종종 우리의 모습이 어렵고 생소합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누군가를 낯설게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중요치 않다는 거예요. 트랜스젠더는 존재합니다. 이 뉴스레터를 읽는 구독자 중에도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던져주신 질문은 생각보다 쉬워집니다. 우리가 누구든 스포츠 경기에 참가할 기회는 배제되지 않아야 하죠. 전 우리가 왜 이제야 트랜스젠더 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했는지, 트랜스젠더 선수가 왜 이리 적은지, 우리가 왜 성 정체성을 감추게 되는지를 더 많이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우린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해요. 수없이 듣고, 말하고, 눈 맞추고 고개를 끄덕여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대화의 물꼬를 터주신 밤톨님께 감사하며 이 글을 읽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누구든 보내주세요. 모든 올림픽이 그렇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특히나 여성 선수들의 활약에 깊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올림픽 혐오 이슈에 대해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처음으로 출전권을 얻은 트랜스젠더 선수들에 대한 궁금증 때문인데요. 사실 저는 사회 전반에서 논의되고 있는 ‘트랜스젠더’ 이슈가 아직 어렵고 생소하기만 합니다.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아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이 신체적 능력의 측면에서 옳은 것인지 여러모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나 인권 활동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어데즈의 시각으로,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해서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은🌰 밤톨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뉴스레터를 읽으며 떠올랐던 생각, 당신의 경험, 연대의 메시지. 뭐든 보내주세요! 뉴스레터에 대한 피드백도 기다릴게요. 누군가를 상처주지 않는 무해한 단어, 들으면 기분 좋은 단어가 있지 않나요? 아침, 사과, 산책, 나무, 능소화, 노을, 보름달. 아마 사람마다 다르겠죠. 그런 단어로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에게 모어데즈를 살포시 추천하는 건 어떨까요? 모어데즈ㅣMORE DAZZ 인스타그램 @moredazz.official 광고 및 협업문의 hello@moredazz.com 구독하기 Subscribe 수신거부 Unsubscribe |
혐오를 마주하는 당사자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