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필요하다면 고구마 수프 드셔보세요
북적북적, 설레던 마음도 가라앉은 2022년 1월 중순이네요. 요즘은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보내고 있어요. 전 좋아하는 걸 반복적으로 즐기는 사람인데요. 최근 다시 <효리네 민박> 겨울편을 보고 있어요. 바깥은 눈이 내리는데 노란 조명 아래서 사람들이 모여 따뜻한 수프를 먹고 있더라고요. 마침 입맛이 없던 저녁이라 수프를 해야겠다고 냉장고를 열어보는데, 감자는 없고 고구마만 있었어요. 고구마 수프가 처음이라 낯설었는데요. 찾아보니 꽤 많이 즐기더라고요. 조리법은 비슷했어요. 고구마와 양파를 잘게 썰어 버터에 볶다가 노릇해질 때 아몬드우유를 넣고 끓여요. 얼추 익어서 핸드믹서로 슥슥 갈아주고 살짝 소금을 넣어 먹었답니다. 호호 불어 따뜻한 수프 한 입, 고개를 드니 고요한 바깥. 차분한 겨울밤인 지금 어울리는 음식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요즘 어떤 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세요? 이 계절의 따뜻함이 필요하다면 고구마 수프 드셔보세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살고 싶은🌳무수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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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부부 #건강보험피부양자 #행정소송
❤️ 김용민님과 소성욱님은 2019년 5월 결혼했어요
사실혼 관계로 지내고 있는 동성 부부이죠. 성욱님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 지역가입자로 매달 건보료를 내고 있었어요. 2020년, 용민님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라 성욱님을 피부양자로 등록하려고 했어요. 사전에 건보공단 홈페이지로 문의도 남겼어요. 동성 부부로 혼인신고를 못했지만 사실혼 관계라며 피부양자 등록이 가능한지 말이죠. 그러자 건보 측은 답변은 ‘사실혼 관계 배우자는 피부양자 취득이 가능’하다고 했어요. 이후 신청하고 며칠 뒤 성욱님은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어요. 그런데 이 소식이 기사로 알려지자 상황이 달라졌어요.
📱 어느 날, 건보공단에서 전화가 왔다고 해요
담당 직원인데 실수로 처리가 되었다며 피부양자 인정 조건 미충족이라는 짧은 설명과 함께 자격이 취소되었죠. 그 후 김용민・소성욱 부부는 고민 끝에 2021년 2월 행정소송을 하기로 결심해요.
✦ 김용민님 “주변에 저희처럼 사실혼 관계로 지내는 커플들이 많아요. 이런 권리를 그냥 당연히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해 포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결혼식 때 와 준 친구들도 ‘나도 이렇게 결혼할 수 있겠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줬다 빼앗아 간' 권리라 되찾고 싶어요.”
그 후 1심 판결이 최근에 나왔어요.
🧐 1심에서 패소했어요
재판부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 1심 재판부 “동성 간 결합까지 확장해 해석할 근거가 없다. 결국 혼인 제도란 사회 문화적 함의의 결정체인 만큼 원칙적으로 입법의 문제다. 우리나라에 구체적인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 법령의 해석만으로 혼인의 의미를 동성간 결합으로까지 확대할 수 없다.”
1심 판결 후 김용민・소성욱 부부 다시 항소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 소성욱님
- “저희에게는 부부로서, 가족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외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번 판결은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지만 이미 세상은 변하고 있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고 믿는다.”
✦ 김용민님
- “저희는 10년차 커플이고 결혼식에 하객 300명이 오는 등 모두가 인정하는 부부인데 법원만 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은 모욕적이었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입법부의 문제로 떠넘겼지만, 저희에겐 현실을 살아가는 문제인 만큼 입법만 기다릴 수 없다.”
✦ 김지림 변호사
- “피부양자 제도는 남녀를 한정하는 민법상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도 예외로 인정해 온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대상 범위를 넓게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별에 관계없이 사회보장제도 안에서 동성 부부 등이 권리를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항소심 법원에서 싸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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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의 코멘트
이런 소식을 들으면 우리 법이 참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구나 깨닫게 되어요. 사회에 이미 있는 존재들을 왜 지울까 생각하면 말이죠. 그와 동시에 김용민님의 말에 깊게 공감했어요. “현실을 살아가는 문제인 만큼 입법만 기다릴 수 없다.” 여기저기 구멍이 난 법을 바라보고 일상을 놓을 순 없죠. 용기 있게 소송하며 목소리를 내는 김용민・소성욱 부부 같은 분들 덕분에 세상이 달라질 거라 믿어요.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되지 않는 것을 알리고, 문제를 지적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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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직장내괴롭힘 #아웃팅
🚛 ㄱ님은 지난해 10월부터 쿠팡에서 일했어요
입사 후 관리자인 가해자 ㄴ에게 외모 평가 및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어요. 그 때마다 ㄱ님은 바로 회사에 알렸지만, 아쉬운 조치뿐이었어요. 보고 이후 며칠이 지나 본사에서 조사했고, 직장 내 괴롭힘이 일부만 인정되었죠. 더욱 문제는 쿠팡 측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단둘이 불러 화해하는 자리를 만들었는데, 그 자리에서 ㄱ님은 퀴어인 걸 알고 있다는 말을 들으며 2차 가해가 발생했어요.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ㄱ님 “그 자리에서 제가 성소수자인 걸 알고 있다는 말까지 듣게 돼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인 상황도 힘든데, 가해자가 다른 사람에게 저를 아웃팅한 건 아닌지 불안했다.”
그 피해로 ㄱ님은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해요. 이 사건과 함께 쿠팡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어요.
🙅 더 이상 일터가 고통스럽지 않도록
이야기를 들어보면,
✦ 임수진 변호사 “쿠팡, 정부는 노동자들이 노동에서의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더 이상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고통받지 않을 수 있도록,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민주노총 경남본부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즉각 수사하고 사업주 의무를 위반한 쿠팡 근로감독을 실시하라"
이에 민주노총은 창원고용노동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는데요. 쿠팡 측은 노조 주장에 반박하며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가해자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에요. 이에 대해 창원고용노동지청은 진정 내용에 대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에요.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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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의 코멘트
“두려운 일을 생각해본다. 나의 경우에는 아웃팅이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난다. 아웃팅,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이 강제로 공개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성소수자 당사자에게 있어 이것만큼 두려운 일은 없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2년간 일했던 분의 이야기를 공유해요. 쿠팡을 비롯해 우리가 일하고 있는 조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있는지 떠올려봤어요. 더불어 두려움에 대해서도요. 저에게 두려운 일은 성폭력인데요. 어떤 이에겐 그게 아웃팅이겠구나 싶었어요. 이야기를 읽으며 당신의 두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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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참정권 #2022년대선
🗳 대선을 앞두고 투표할 수 없게 된다면?
그런 일이 발달장애인에게 실제로 일어났어요. 우리나라에는 투표보조가 있어요.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시각 또는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이 가족이나 자신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걸 뜻하는데요. 문제는 발달장애가 신체장애로 분류되지 않아 투표보조를 받지 못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이를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단체가 요구해 2014년 지방선거부터 투표관리매뉴얼에 시각 또는 신체장애 외에 발달장애도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별도 지침으로 운영했었어요. 그러나 2020년 4월, 선관위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관리매뉴얼에서 ‘발달장애' 문구를 삭제했어요. 이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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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야기가 있냐면요
당시 선관위는 문구 삭제에 관련해 장애정도에 따라 스스로 투표가 가능한 사람까지 동반인의 보조를 받게 하면 자기결정권 침해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해명했는데요.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 장애인단체들은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해친다며 선관위를 비판하고 있어요.
✦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 “중증발달장애인은 본인 의사로 후보를 선택할 수 있지만, 혼자서 해당 후보자의 란에 기표행위를 하는 게 어렵다. 투표 보조 없이 하다 투표용지를 접지 않고 펼친 채 기표소 밖으로 나오는 돌발행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위해 투표보조가 지원되어야 한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
- “선관위는 여전히 투표보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장애인도 사람이다.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 발달장애인도 대통령을 뽑고 싶다며 국민청원이 올라왔어요!
- “투표를 한다는 것은 민주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숭고한 권리이자 의무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해결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선관위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하던 방식대로 투표보조를 허용하여 발달장애들도 투표할 수 있도록"
최근 선관위는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등 참정권과 자기결정권에 대해 종합적 논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는데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계속 지켜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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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이슬람사원 #이슬람혐오 #이주민차별
🕌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가 지금까지 멈춰있어요
지난 10월 1일 모어데즈 뉴스레터로 전해드렸던 이슈였는데요. 2022년 새해가 밝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고 해요. 반대주민들의 민원으로 대구 북구청이 이슬람사원 공사를 중단시킨 후, 건축주가 행정소송을 내 1심 판결에서 승소했는데요. 뒤이어 반대주민이 항소를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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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 참여 주민은 9명인데요
일부 반대주민들은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까지 만들며 주택가 한가운데 사원은 반대한다는 입장이에요. 이 과정에서 이슬람혐오와 이주민차별적인 발언과 행동을 하기도 했죠. 이에 대해 인권위도 주민들의 반대가 뚜렷한 근거가 없고 무슬림에 대한 선입견에 기반한 막연하고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시정을 권고했어요. 허나 이들은 법정소송을 끝까지 해나가려는 모양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시와 구청은 뭘 하고 있을까?
😤 대구시와 북구청은 소극적이에요
지난 10월,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렇게 말했었죠.
✦ 권영진 대구시장 “그동안 북구청 자치 역량으로 갈등이 잘 해결되리라고 봤다. 그런데 지금보니 북구청 단위에서 해결하기 조금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한번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도록 대구시도 나서겠다.”
그러나 지난 12월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권 시장은 다른 입장을 보였어요.
✦ 권영진 대구시장 “이 정도 문제를 북구 자치 역량으로 해결 못해서 북구가 손을 들고 대구시와 시장이 전면에 나설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청장 중심으로 해결을 위해 많은 시도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의 적극 지원이 더해지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구청은 건축주가 다른 곳에 이슬람사원을 짓는 방안만을 고수하고 있는 입장인데요. 그마저도 건축 비용이나 접근성 차이로 인해 진행이 어려운데도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요. 이에 시민단체들은 이것이 차별을 조장하는 잘못된 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계속 관심있게 살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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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레터를 읽으면 떠올랐던 경험이나 생각, 감정
무엇이든 좋아요. 언제든 보내주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당사자의 시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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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너무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어떤 환경이
실은 완전에 가까운 차별을 통해
구축된 것일 가능성이 있음을
늘 의심해야 한다
<어른이 되면>, 장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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