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추고 싶은 당신에게

‘이건 정말 그만두겠다!’ 스스로 멈춘 일이 있나요? 멈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건 아직 탄핵이 이뤄지기 전, 지난 3.27 총파업 덕분이었습니다. 이 행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성명을 냈는데요. 그 제목은 “멈춤으로 움직일 것이다”였어요.

“우리는 숨을 쉬어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공기를 마시고, 살아있는 노동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죽은 노동을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구하는 길에 나선다. 오늘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숨을 불어넣는다. 금속노조는 기다리지 않는다. 판단을 구하지도 않겠다. 금속 노동자의 손으로 직접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

활활 타오르는 쇳물 같은 이 글을 읽으며 멈춤을 곱씹어보았습니다. ‘멈춤으로 움직인다’ 무언가 저항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 가득한 움직임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마이크를 잡고 외치는 일, 광장에 나가는 일이 모두 그런 것이죠. 그런데 멈춤 역시 행동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총파업, 불매운동이 다 멈춤이죠. 이런 환경에선 노동하지 않겠다는 선언, 폭력과 착취를 일삼는 회사의 물건은 소비하지 않겠다는 다짐. 내가 이 사회에서 멈춤으로 행동한 건 무엇이 있었는지 찬찬히 생각해보았어요.

<나의 조용한 총파업>

• 🏢 풀타임 임금노동 멈추기 : 안정적인 직장, 높은 연봉 등 소위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길에서 내려오는 걸 선택했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일터에서 괴롭힘으로 무너진 후 선택한 멈춤이었습니다. 벗어나니 보이는 게 있었어요. 작은 사회였던 조직에선 약한 노동자를 아무도 지켜주지 않았고, 그 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서로를 착취하는 구조, 직장 하나 다니는 것뿐인데 일상의 대부분 시간이 갉아 먹히는 나날이었죠. 이걸로 얻을 수 있는게 뭘까, 아무리 상상해도 턱없이 부족한 보상이었습니다. 그만두자. 내 앞에 일을 두지 말자, 다짐했습니다.

• 🥗 동물성 제품 멈추기 : 비건으로 지낸 지 8년. 이 멈춤은 소비를 그만두는 것으로 생산을 바꾸는데 도움이 된다고 여겨요. 동물 착취적인 제품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팔리기 때문이니까요. 이는 먹는 것을 넘어 쓰는 것으로 이어지는데요. 화장품, 옷, 주방용품, 생필품 등 동물실험이 이뤄지거나 동물의 가죽이나 털이 들어간 제품을 소비하는 건 그만두었습니다.

• 💸 주식 투자 멈추기 : 제가 가진 돈의 대부분은 주식에 들어가 있어요. 늘 투자를 외치던 엄마의 영향이었고 물가는 계속 상승하며 현금의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자본의 흐름을 인식하며 그리되었습니다. 이걸로 제가 돈을 벌었냐 혹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었냐, 물으면 모르겠습니다. 어떤 날은 가진 돈이 몇 배가 되었다가 다음날이면 원금에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돈의 대부분은 힘들게 일한 노동 수익이었는데, 돈이 주식시장에 들어가면 그 가치는 사라지고 마치 종잇조각처럼 초 단위로 날아다녔습니다. 노력해서 돈을 벌었다는 건 이 세상에선 마치 없는 것과 마찬가지 같았죠. 주식에 들어간 돈은 필요하다고 바로 인출도 힘듭니다. 적어도 3일은 필요해요. 더욱이 사회의 위기가 주식시장에선 기회로 통하곤 합니다. 사회문제가 자본과 연결되는 고리가 참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식투자는 멈췄어요.

• 📱 배달 주문 멈추기 : 간헐적으로 주문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 달에 한 번도 안 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음식을 배달해 먹는 건 저에게 여러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요. 특히 눈이나 비가 올 때의 배달은 기사님들의 위험한 상황이 떠올라 하지 않고요. 배달로 시킬 비건 음식이 많이 없기도 해요. 그리고 배달음식은 맛있지 않아요. 대체로 다 비슷한 기분이랄까요? 음식점도 재료도 다르데 왜 배달 음식에선 같은 맛이 날까요? 자극적인 끼니에 감각이 둔해지고 소화도 잘 안되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가사 노동과 관련이 있는데요. 집안일을 직접하지 않고 외주화하는 건 제가 일상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왜 이렇게 사는 거지?’ 가사노동할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고, 가사노동을 다른 이들에게 위탁하며,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구조에 갇히게 됩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방향이 있을 텐데 아무래도 저는 많이 벌고 많이 쓰기보단 적게 벌고 적게 쓰는 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 💭 미래 걱정 멈추기 : 이게 왜 파업일까 싶지만, 많은 노동과 소비는 인간의 불안에서 시작됩니다. 불안의 틈에 두려움이 싹트죠. ‘내가 많이 아파진다면?’, ‘돈이 없다면?’, ‘아무도 날 사랑해 주지 않는다면?’ 실체가 없지만 압도적인 불안에 우린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애써서 일을 하며 사랑받기 위해 무언가를 삽니다. 그러니 내 일상의 돈 흐름을 바꾸는데 근원적인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미래가 불안하고 막막하지만, 깊이 걱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최악을 상상하고 대책을 세우려 하지 않아요. 대신 오늘에 감사하는 마음에 힘씁니다. 매일 감사 일기를 쓰며 내가 누리는 일상과 만나는 사람들, 나누는 사랑을 기억하고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생각이 미래로 가는 걸 막고 있죠. ‘그래! 오늘 감사하게 살았지. 그럼 내일도 이처럼 감사하게 살면 되는 거야!’ 단순하지만 꽤 충만해지는 방법이고, 이 덕분에 보상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흩어지곤 합니다. 

이제야 알 것만 같습니다. 왜 멈춤이 행동인지. 무언가를 그만둔다는 건 단순해보이지만, 깊이 들어가면 고유한 개인의 서사, 삶의 굴곡, 가치관이 담겨있기 때문이죠.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하죠. 어쩌면 우리가 해온 걸 멈추는게 그만큼 힘들기에 변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는지 모르겠어요. 변화가 더딘 세상에서 조용한 멈춤은 자주 외로워집니다. 그래서 멈춤에도 동지가 필요해요. 

당신의 멈춤은 무엇인가요?

궁금해진다면 고요한 시간에 당신이 무엇을 멈추며 살아왔는지 적어 봐도 좋겠어요. 서로의 멈춤에 영향받아 우리가 달라지고 또 세상이 움직이길 바라요.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에요. 당신은 무엇을 멈추고 싶나요? 답장을 기다릴게요.

2025년 4월 11일

☘️ 조용히 멈춘 무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