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에 가까운 모습을 만난 지난 일주일
지난 토요일,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열리는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 참여했어요. 함께 가자고 말해준 친구 덕분이었어요. 궂은 비가 내리고, 가는 길도 멀었지만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혐오문제가 어느 한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듯 세월호 집회 역시 여러 재난, 국가폭력, 차별에 목소리 내는 이들의 광장이었습니다. 4.16 유가족 옆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앉아있고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전국여성연대, 비건감튀연대 등이 함께 했어요. 탄핵집회에 나부끼던 깃발들이 세월호 깃발과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친구가 챙겨온 방수 돗자리와 접이식 방석에 나란히 앉아 발언을 들으며 서로가 겪은 세월호의 기억을 나누었죠. 지난 수요일이었던 4월 16일엔 저마다의 애도가 넘실거렸습니다. 세월호가 담긴 노래, 책, 영화를 공유하고 SNS에는 노란 리본이 한가득. 기억하는 건 뭘까요? 함께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이 질문의 답에 가까운 모습을 만났던 지난 일주일이었어요. 당신의 올해 그리고 11년 전 4월 16일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살고 싶은, 무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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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재활원 #탈시설 #자립지원가이드북
🔥장애인시설 학대는 시스템의 실패입니다
다가오는 일요일, 4월 20일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입니다. 여전히 장애인이 혐오와 차별을 겪는 일은 무척 많습니다. 최근 큰 사건으로 울산 태연재활원 집단 학대가 있습니다. 이곳은 185명이 지내는 울산 최대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인데요. 직원들이 상습적으로 장애인 거주자를 학대한 사실이 밝혀졌어요. CCTV 화면 속에선 질질 끌고 가는 모습, 뺨을 때리고 발로 세게 차는 폭행이 담겨있었습니다. 현재 경찰 조사 중에 있는데요. 장애인을 학대한 직원 4명은 지난 9일 구속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정부의 책임이 큰 인권참사라며 목소리 내고 있어요.
- 🎤부모연대 “이번 집단 학대 사건이 악마 같은 생활지도원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표면화되기 십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부의 장애 정책 실패로 인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장애인거주시설 내 장애인 학대는 매년 반복돼 왔다. 이번 학대 사건은 장애인거주시설의 폐쇄적이고 집단적인 구조를 만든 보건복지부의 방관으로 인한 참사이자 국가폭력이다. 개인의 존엄한 삶을 지키고 지원하려는 정책보다 시설로 몰아넣고 관리하려는 정책을 유지하는 정부 때문에 시설의 벽이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
-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부모가 자식의 뼈가 부러져 신고했을 때까지 태연재활원에 있는 직원들 80여명은 왜 내부에서 침묵했는가, 그들 중엔 아무도 양심적인 사람들이 없었던 것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시설에 있는 직원들은 모두 한 법인의 인사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들이고, 시설에 있는 장애인 185명은 그 한 조직에 속해있는 사람들만 만난다. 그러한 시설이라고 하는 폐쇄성이, 지역사회로부터 단절이 직원들로부터 가해를 하거나 공모자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명백히 시스템의 실패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실패의 원인을 발달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에게 몰아가고 있다. 우리는 명확히 국회와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인권침해가 일어난 시설을 명확히 폐쇄하고 장애인 거주인들을 다른 시설로 뺑뺑이 돌리는 게 아니라 개별화된 자립지원 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그들 한 명 한 명을 우리 이웃으로 환대하며 맞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 시설 밖에서 살 수 있어요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185명 태연재활원 장애거주인과 가족들을 위해 자립지원 가이드북을 만들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 거주시설의 삶이 전부가 아님을, 지역에서 자립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 🎤부모연대 발달장애미디어센터 발달美 미디어콘텐츠 제작팀 “이 가이드북은 185명의 태연재활원 거주인 및 가족과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제작하였습니다. 장애가 있는 자녀에겐 폭행 당하지 않고 시설에서 뿐만 아니라 시설 밖에서도 행복하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권리를 함께 지켜나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담았습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울산지부장 이해경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0여 년 동안 전국의 부모들과 함께, 우리 자녀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지역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온몸을 다해서 싸워 왔습니다. 단식과 삭발 그리고 오체투지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 자녀의 일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활동을 해왔습니다. 태연재활원 학대사건 또한 우리 부모연대는 함께 할 것입니다. 힘을 모아 우리 모두의 자녀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함께 싸워봅시다.”
이에 태연재활원 사건의 본질과 대안 그리고 자립을 위한 준비와 실제 사례를 전했어요. 일부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 ✅ 저비용 고효율로 장애인들을 관리해온 시설 운영 구조 자체를 봐야 합니다. 태연재활원은 한정된 공간에 다수의 장애인을 몰아넣고 소수의 인력이 관리해 온 대형거주시설 문제의 전형입니다
- ✅ 울산에서 자립하길 원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기초생활수급권자라면 월 130만원 정도의 생계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계급여 70만원, 주거급여 20만원, 장애인 연금 최대 40만원 지원되며 지자체가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 ✅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니라면 생계급여 받지 못해 장애인 일자리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루 4시간 근로로 약 100만원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발달장애인 일자리 모델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 ✅ 울산에서 자립하길 원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국가 매입 임대주택과 장애인 주택, 민간주택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 ✅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크게 세가지. 활동지원사, 주간활동서비스, 주거생활서비스가 있습니다. 울산의 경우 약 20개의 활동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이 있고 각 기관에 연락하여 활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하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활동서비스는 주소지의 주민센터에서 신청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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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산불 #국민연금
🏃선주민을 구하는 이주민, 이주민을 구하지 않는 한국
수기안토님은 8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경북 의성에 와서 어선 선원으로 일해왔어요. 큰 산불이 마을까지 덮쳐왔을 때 그는 마을 어촌계장 유명신님과 함께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업고 뛰며 대피시켰어요. 마을 주민들은 그들이 없었다면 자신들이 죽었을거라며 고마움을 전했죠. 이 이야기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법무부에 전해져 그는 사람을 구조한 공로를 인정받아 취업이나 사업이 가능한 거주비자 F-2 자격을 받았어요. 덕분에 3년 후 비자 종료를 걱정하던 수기안토는 장기 체류가 가능해졌어요. 감사하고 다행인 일이지만, 짚어볼 점이 있어요. 이주민이 재난에서 선주민을 구했지만, 한국이 재난에서 이주민을 구해준 적이 있는가? 이에 대해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는 재난 상황에서도 이주민에게 동등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 “이주민은 재난 사태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배제돼 왔으며,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 당시 외국인 대상 마스크 판매 제한,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 지급 차별 등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은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다중인파 압사사고 당시 외국인 유가족들은 시신 인도 이후 한국 정부와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해 사고 사후처리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고, 심리치료 등 유가족에게 제공된 중장기적 지원 역시 받지 못했다. 이번 산불 피해자나 이재민 중 외국인 숫자, 국적 또는 사용언어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이주민에 대한 재난에 관한 정보 제공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혐오를 휘두르는 정치인, 사과하세요
윤석열 탄핵 이후 6월 3일 대선이 정해졌죠. 이에 일부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또다시 혐오를 휘두르고 있어요. 특히 얼마전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예비후보는 시사저널 TV 유튜브에 나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을 떠나면 국민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아서 나가며, 중국・몽골 이주민들이 이를 노후 대책으로 사용한다는 발언을 했어요. 이에 이주민센터 친구는 성명을 내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조했어요.
- ✅ 사회보장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중국, 몽골 등 국가의 이주민은 국민연금을 내어도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없다
- ✅ 이주민은 내지 못했던 국민연금 보험금 나중에 내는 ‘추납 방식’의 임의 가입을 할 수 없다
- ✅ 오히려 한국을 떠나 돌려받을 수 있는 반환일시금 중 외국인이 받지 못한 돈을 2004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235억 1천만원이다. 5년 소멸시효가 지나면 반환 청구를 못하는데 이 사실을 모르거나 서류를 준비하지 못하고 떠난 이들이 많아 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혐오를 선동한 이준석에게 사과를 요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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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민센터 친구 “국내에서 정주하며 소득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회연대의 원리에 기초하여 생활 안전망으로서 사회보험에 가입하여 책임을 분담하고, 공동체 일원으로서 기여한다. 그런데 그 급여를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이룬 사회보험 자체를 부정하고 공동체 연대를 파괴하려는 시도이다. 이준석 후보는 이에 대해 사과하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험 제도가 모든 공동체 구성원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발전적 제안을 하지 못한다면 대선 후보를 사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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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의 코멘트
수기안토님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한 개인인 그에겐 참 감사하고 또 합당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국 정부가 인정하는 ‘기여’라는 것이 위험하지 않은가 싶어서요. 어떤 일을 국가가 공로라고 인정할까요? 어떤 행동을 해야 나라에 도움이 되었다고 보상을 줄까요? 공동체에 필요한 일이었지만 국가에 저항하는 것이라면 어떤가요? 이는 4년 전,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한국 정부가 ‘특별기여자’라고 표현한 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앉아있던 자리에 일어나 책장에 꽂혀있던 책 <사람, 장소, 환대>를 꺼냈어요.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애정한다고 말하는 책. 그 이유가 되는 문장을 다시 읽어보았어요.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자리를 준다/인정한다는 것은 그 자리에 딸린 권리들을 준다/인정한다는 뜻이다. 또는 권리들을 주장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환대받음에 의해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권리들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다.
환대엔 조건이 없어서 좋아합니다. 타자가 누구든 그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 한국이 이주민에게 기여를 판단하는 일은 분명 환대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지 않은가요. 마땅히 만들어야할 자리에 조건을 붙이는 모습이 불편했던거 같아요. 당신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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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산불 #수의법의학
⛰️산불에 동물도 죽었어요
지난달 경북・경남・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큰 산불이 있었죠. 며칠 동안 불이 잠잠해지지 않아 다들 마음이 무거운 시간이었을거 같아요. 산불 재해로 인해 3월 30일 기준 죽은 이는 30명, 다친 이들은 45명입니다. 정부 문서에 기록되지 않은 죽거나 다친 존재들이 많을 텐데요. 이를 위해 동물단체 활동가들이 움직였습니다. 최근 경향신문 박정연 기자가 동물자유연대 정진아 활동가를 만났어요. 이 기사를 통해 산불 속에서 동물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전해볼게요.
- ✨”우리가 구조해 살아남은 동물도 마냥 ‘살아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불길 속에서 다른 동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살아남은 동물들 역시 정신적 외상을 겪는다. 동물들은 눈빛과 행동으로 두려움을 말한다.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인간과 다를 바 없다.”
- ✨”농장 동물의 피해는 사후 집계되지만 이는 농민들의 재산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이지 동물 생명을 보호하려는 노력과는 무관하다. 멸종위기종을 제외한 야생동물의 피해 규모도 추산조차 되지 않는다.”
- ✨”대피소에서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등 봉사용 동물을 제외한 반려동물 출입이 금지된다. 보호자는 대피소로 들어가고 반려동물은 쉼터로 분리되서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반려동물 정책을 꾸리지만 결국 이런 상황에서 동물은 사실상 버리고 가야 하는 실정이다.”
재난 속에서 다시금 크게 느껴진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움직임이 있어요. 동물권행동 카라에서는 가족인 반려동물과 함께 재난에 대피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 동반피난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어요. 이 문제에 관심갖고 할 수 있는 걸 같이 해봐요!
🐕 억울한 동물이 죽음을 파헤치는 수의법의학
동물학대 범죄가 늘어나며 동물부검의 필요성이 높아졌는데요. 논의가 진행되며 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억울한 동물의 죽음에 대해 이유를 밝혀내는 ‘수의법의검사’가 실시되고 있어요. 이에 동물학대로 죽었는지 검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덕분에 범죄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는 근거를 제공하죠.
-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 “인간의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동물에게는 최소한의 대변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의학이 학대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 궁극적으로 인권을 옹호하고, 공중의 건강과 안전에 기여하듯 수의법의학센터 신설을 통해 동물의 권리가 보호받기 바란다.”
- 🎤이현호 서울보건환경연구원 주무관 “나의 판단에 따라 죄의 유무가 결정될 수 있다. 동물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야 하니 냉정해야 한다. 과거 사례 등을 공부하며 가장 맞는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 중이다.”
- 🎤노창식 서울보건환경연구원 소장 “국내엔 아직 ‘수의법의학회’도 없는 상황이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열심히 배워야 한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 검역본부와 서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면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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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줘요
이번 모보이스를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해요
당신의 목소리가 당사자의 목소리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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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의 문제를 외면할 때 결국 화살이 돌아오는 곳은 자기 자신이었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침묵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는 것이었다. 자식에 대한 애틋한 사랑으로 터득한 이 성찰 이후 부모들은 우리의 가장 밑바닥인 '영혼의 중심'이 되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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