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   ‘깨진 거울 수술’이라고 소설에 나오죠. 저는 강점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1순위가 공감이 나왔거든요. 공감은 제가 어쩔 수 없이 타고난 능력 중 하나인데요. 어릴 땐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 너무 영향을 받으니까 소진되고 마음이 힘들어져서 공감을 안하고 싶었어요. 그때 물어봤으면 깨진 거울 수술했을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공감이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덕분에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나 만나는 사람들을 좋아하니까 지금은 안 받을 것 같아요. 다예님 어때요?

다예   저는 일로 인권 사업을 하다 보면 우울하고 많이 다운될 때가 있거든요. 한 명 한 명의 삶이 저한테 너무 깊게 들어오는 느낌이라서요. 심할 때는 누군가는 폭력에 노출돼 있는데 내가 하하호호 여가를 즐기면서 웃어도 되나, 이렇게까지 생각이 빠지기더라고요. 확 압도되서 숨도 못 쉴 것 같을 때가 있어서요. 그래서 이 수술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소설에서도 간호할 때 감정이 배제되니까 좀 더 전문성을 가지고 업무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을 것 같았어요. 근데 여기서도 도아가 되게 실망하잖아요. 내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누군가가 상처받거나 실망하는 일이 있겠구나 싶어서 안 받고 싶어졌어요. 

무수   아무래도 다예님이 인권이나 가치적인 주제로 일을 하니까 겪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 속 간호사에 대해 얘기하는 게 그 사람들도 돌봄을 일로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간호사가 나처럼 느껴지는 거죠.

다예   맞아요. 필요한 순간에 간호사 홍은 바로바로 지체하지 않고 주사 놔주니까 ‘이게 필요한 거 아니야’ 이랬다가.

무수   일로 생각하면 그럴 수 있죠. 근데 또 공감해야 할 수 있는게 있죠. 제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좋아하는데 거기 네 자매가 나오거든요. 그중에 첫째가 죽음을 앞둔 시니어 입원자를 케어하는 간호사로 나와요. 죽음이 많이 일어나는 곳인데 한 간호사가 죽은 사람이 살아있는 것처럼 이름을 불러주면서 손발을 닦아주었어요. 그걸 보며 ‘저런 마음이 필요하겠다. 무뎌지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다예   저는 홍과 같은 간호사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내 감정에 지쳐서 필요한 순간에 주사를 놓지 못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내가 놓치는 게 있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무수   인권이나 가치로 일을 하는 게 다예님한테 엄청 중요한 것 같아요.

다예   저한테는 이게 제일 큰 관심사이고 만들어내고 싶은 변화가 있는데 그걸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하는 직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좋아요. 

무수   그래서 저도 이 활동을 하는건데, 일로 굴리면 돈이 항상 껴 있잖아요. 저는 그게 좀 힘들거든요. 그래서 분리하고 싶어하기도 해요. 일은 일대로 돈은 돈대로, 오히려 일상에서 나랑 관계 맺는 사람들한테 잘 베풀고 나누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다예   그동안 일에 너무 매몰돼 있어서 일상에서 정작 나를 못 돌보고 소중한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들을 시간도 없이 보냈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밸런스를 맞추려고 해요. 사회에 좋은 인권 문화가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불특정 다수를 위해서 일하는 거 말고도 얼굴과 이름이 있는 내 주변의 사람들 그 한 명의 인권도, 내 인권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어제 읽은 책에서 ‘산소마스크는 나부터 껴야 된다는 걸 잊지 말아라’ 말이 있었거든요. 아무리 많은 사람을 살리고 싶어도 승무원도 자기가 먼저 산소 마스크를 낀다. 내가 살아야지, 다른 사람들도 살릴 수 있다. 이걸 많이 놓치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무수   활동가들의 어려운 지점 같아요. 그리고 이 사회는 깜빡하면 나를 착취하기가 너무 쉬워요. 내가 나를 착취해요. 저도 잘 안되더라구요. 그 균형감을 어떻게 찾아요? 

다예   사고방식을 많이 바꿨어요. 그동안은 자는 시간을 뺀 모든 시간을 일 생각했어요. 일하지 않는 모든 시간은 비생산적이다, 가치 없다,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했어요.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 싶어서 일한다는 말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 그 마음으로 일하니까 절박해지는 거예요. 제가 젠더 기반의 폭력과 차별을 겪었을 때 구조적인 문제인 걸 몰랐으면 스스로 너무 탓했을 것 같거든요. 왜 내가 거기서 웃었지? 왜 11시까지 그 자리에 있었을까? 옷을 왜 그렇게 입었어? 구조적인 차별을 알아도 이 생각이 드는데 그걸 몰랐으면 저 자신을 부정하고 내일이 오는 걸 끔찍해 했을거 같아요. 그래서 죽고 사는 문제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인권의 관점으로 자기 일상을 조금이라도 해석할 수 있다면 더 살고 싶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급하고 간절하게 일을 했던 것 같아요.

무수   눈물 나. 간절한 마음으로 했네요. 절박하게 자기 일처럼 생각해서.

다예   이제는 그게 오만이었다고 생각해요. 나라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리고 내가 멈춘다고 무너지는게 아닌데 오만일 수 있겠다. 결국에는 그 간절함이 나를 소진시켜서 내가 내뱉을 수 있는 메시지가 하나도 없어졌다고 느끼니까 간절함을 위해서라도 나를 잘 채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를 잘 돌보는 것, 내 주변을 잘 돌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니까 마음이 훨씬 편해요. 생각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무수   진짜 혹독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생각을 바꾸게 된 게 소진된 이후부터였어요?

다예   네. 진심을 담아서 한마디를 내뱉었던 게 내가 좋았는데, 사랑이 많아서 자꾸 나눠주고 싶었던 내가 좋았는데, 어느 순간 억지로 만들 사랑도 없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상처받고 스스로한테 ‘이거밖에 안 돼?’ 다그치고 진짜 멈춰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무수   나한테 모진 말을 하는 게 수치심이랑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말을 한다고 좋아지는 게 아닌데, 오히려 에너지가 떨어지고 힘들어서 일도 못하는 방식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나한테 그리고 서로한테 하는 문화가 있는건가 싶어요. 의도적으로 끊어야할 필요가 있는거 같아요.

다예   저희 상담 선생님은 제가 ‘힘듦’을 해석하는 게 안 건강하다고 하시는 거더라고요. 저는 힘듦을 ‘지금 나태하다’, 힘듦을 느낄 정도로 네가 여유가 있구나’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무수   무서워. 왜 그래.

다예   그렇게 스스로 몰아친 거예요. 너 힘들어? 지금 진짜 한가하네, 더 집중해야 돼, 이러면서요. 상담 선생님이 사람들이 힘듦을 다양하게 해석하지만 다예님처럼 해석할 필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듣고 보니까 난 다 이렇게 산다고 생각했더라고요. 그래서 힘듦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휴식이 필요한 시기가 왔구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지금 이게 버겁구나’ 생각한다고, 너무 다른 거예요. 진짜 생각을 바꿔야겠다 싶었어요.

무수   저도 예전에는 힘들어도 버텨야지 참아야지. 그리고 완전히 고꾸라지면 쉬었어요. 근데 이건 어쩔 수 없이 너무 아파서 쉬는 거라 쉰다고 말하기 어렵죠. 그 지경이 되지 않게 힘들면 쉬려고 해요. 지금 쉬면 빨리 나아지는데 안 쉬면 더 힘들어지는 걸 저도 경험하니까요. 그냥 쉬어야 해요.

다예   용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부정적인 감정 있잖아요. 슬프고 우울하고 힘들고 외롭고 이런 감정들을 내가 인지하면 무너질까 봐 마주하기 어려웠어요. 회피하면서 ‘나는 안 힘들어’, ‘안 외로워’ 이렇게 점점 밀어낸거 같아요. 

무수   자꾸 낭떠러지로 밀었네요. 눌러놓은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 터져요. 안 좋게 터지는 거야. 그때그때 마주하고 풀어주면 괜찮은데. 그걸 연습하면 몸과 마음이 훨씬 건강해질 것 같아요.

다예   요즘 연습하는데 30년 넘게 회피했으니까 이 감정의 이름을 모르겠는 거예요. 이게 기분 나쁜 건가, 언짢은 건가, 불편하고 신경 쓰이고 좋지 않은데 이게 뭔지. 그래서 그다음에 나한테 뭘 해줘야 되는지. 요즘에 그걸 알아가는 시간이에요.

무수   근데 이름표를 딱 안 붙여도 돼요. 그냥 내가 불편하구나, 힘들구나 정도. 그렇게 둬도 괜찮아요. 어쨌든 알아차린 거니까.

다예   맞아. 그러네요. 굳이 이건 뭐야, 또 라벨링. 이 증상에 이걸 처방해야 돼 이럴 필요 없네요.

무수   그냥 두고 쉬어줘야지. 평소보다 밥을 더 잘 챙겨 먹는다거나 휴가를 낸다거나 쉬는 시간을 채우면 그 감정의 배경을 나중에 이해할 수도 있고요.

다예   같이 있을 때 나다울 수 있는 사람이 사랑이다. 나다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무수   그런 사람 만나고 있나요?

다예   네. 그래서 건강을 더 찾아가는 것 같아요. 30년 넘게 계속 쓸모를 입증하려고 한 것 같아요, 나 안전한 사람이야. 친해져도 되는 사람이야. 이 무리에 나를 끼워도 절대 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될 거야.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이 사람이 나한테 뭘 원하지 눈치봐서 수많은 나 중에 최대한 그 사람이 원하는 비슷한 모습을 꺼내서 극대화해 보여주느라 늘 피곤했어요. 근데 지금 애인은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내 존재를 사랑하는구나, 나를 꾸며내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구나, 그걸 느끼니까 엄청 편안해진 것 같아요.

무수   너무 좋은 사랑이다. 진짜 건강한 사랑이야. 오래됐나요?

다예   1년 조금 안 됐어.

무수   어떻게 만났어요?

다예   풋살하다가.

무수   인연이 가까운 곳에 있었네요.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관계를 맺으면 편안해지고 사랑이 절로 생기는거 같아요.

다예   무수님은 뭐라고 할 것 같아요?

무수   상처를 받아. 왜냐하면 사랑을 하면 상처를 받으니까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라. 상처를 받으면 내가 사랑하고 있구나, 알아차리면 좋겠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다예   그 말 좋다. 상처를 받으면 내가 사랑하고 있구나. 사랑하니까 기대가 생기고 기대랑 다를 때 상처받고 실망하니까.

무수   사랑과 상처는 세트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저는 상처를 안 받으려고 꽁꽁 가렸는데요. 그러니까 외로워지더라고요. 주변에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고요. 이게 상처를 안 받으려고 하니까 사랑이 없어진다는 걸 크게 느꼈어요.  

다예   사랑이라고 하면 되게 좋은 것만 생각하는데 상처가 세트가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적당히 상처 안 받을 만큼만 사랑하고 싶었거든요. 이 사람이 어떻게 해도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사랑해야지. 그러니까 관계가 조금 피상적이라고 해야 되나. 내밀한 관계가 안 되고 나도 나를 다 보여주는 게 아니더라고요.

무수   저는 그걸 바다에서 물놀이하는 걸로 비유했는데요. 사랑이 바다라면 나는 푹 빠져서 수영하지 않아도 돼, 그냥 양말 벗고 물장구 정도만 치면 그게 나한테 사랑이야, 이렇게 얘기했어요. 근데 요즘에는 완전 푹 빠져서 수영하는 게 사랑인 것 같다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어때요? 다예님은.

다예   지금은 진짜 푹 빠져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은 발 담그는 것도 겁났고, 겨우 손만 살짝 담가보는 정도였어요. 물놀이 끝나고 바로 식당이든 회사든 가도 괜찮은 정도만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완전 푹 빠져 있는 느낌이에요. 그러니까 훨씬 나다울 수 있는 것 같아요.

무수   신기한 게 비유적으로 말했지만 제가 실제로도 그랬거든요. 바다 가면 수영하지 않았어요. 바다를 구경하는 사람이었고 발만 담그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안 그렇거든요.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하는 사람이 됐거든요. 이게 몸이랑 마음이랑 같이 가는거 같아요.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 

다예   계기가 있어요?

무수   이태원 참사 때 엄청 힘들어서 상담을 받았었는데 제게 되게 커다란 외로움의 동굴이 있는 걸 깨달았어요. 그걸 돌멩이로 막아 있더라구요. 이태원 참사와 여러 일이 트리거가 되어 드러난 거죠. 그때 증상이 어땠냐면 집에 혼자 있을 수가 없었어요. 일도 못 하겠고 책도 안 읽히고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하고 어찌할지를 몰랐어요. 그래서 갑자기 밖에 나가고 친구들 다 연락해서 만나자고 한거죠. 상담하면서 얘기해 주신 게 특히 정서적으로 연결된 감각을 느낀 적이 많이 없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내가 나를 키웠다고 하더라고요. 가족 관계도 안 좋고 학창시절에 친한 친구도 없어서 그게 엄청 컸던 것 같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서 쌤이 하라는 걸 바로 실행했어요.

다예   어떻게 하라고 했어요?

무수   외롭다는 건 연결이 필요하다는 거니까 연결하라는 거예요. 찾으러 가야 되는 거지. 그때 특히 같이 사는 동생들과도 문제가 있어서 고립감이 엄청 컸는데 한 달에 한 번씩 밖에서 밥 먹는 약속을 잡았어요. 시간 내서 밥 먹고 카페 가고 얘기했어요. 그게 조금씩 관계에 도움이 되었고 친구들과도 자주 보려고 먼저 연락했어요. 친구가 생각나면 이거 봤는데 너 생각났다고 연락을 해본다든지 아니면 이 친구랑 보면 좋은게 있으면 같이 보러 가자고 한다든지 얘기하는 사람이 된 거죠.

다예   진짜 변했네요.

무수   하다 보니까 감사하게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좋은 시간을 보내니까 저도 채워지는 거예요. 외롭다고 말하니까 친구도 외롭다고 얘기해 주고 그러면서 많이 달라진 거 같아요. 

다예   ‘어느 곳이든 네가 나아가는 곳이 길이고, 길은 늘 외롭단다. 적당히 외로움을 길 밖으로 내던지며 나아가야 한다. 외로움이 적재되면 도로도 쉽게 무너지니까’

요즘에 새 챕터를 쓰고 있는 느낌이거든요. 삶이 일로만 차있는게 내 평생 모습일 줄 알았는데 나랑 주변 그리고 사랑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 게 되게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당연히 그동안 사랑했지만 그건 불특정 다수의 사업 대상자를 사랑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운 적도 있거든요. 행사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너무 없는 거예요. 근데 내가 페르소나로 정한 사람들 있잖아요. 인권에 관심 있는데 주변에 같이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10대. 누가 올지도 모르면서 그 사람들을 이미 사랑해서 이 사람들한테 최고를 주고 싶은데 내가 못 줄까 봐 너무 속상해서 울었어요. 그때는 모든 이별 노래나 사랑 노래를 들으면 다 일을 생각했어요. 일을 제외한 모든 사랑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요. 지금은 사랑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기로 한 게 새로운 챕터인 것 같아요. 

무수   그 시간이 진짜 소중한 시간이지. 저는 이 문장을 떠올랐어요. 

‘세상은 다양한데 모두가 다양하지 않은 척을 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세상은 다양한데 자꾸 눈에 잘 안 보이잖아요. 다양한 길로 갈수록 나락으로 빠지는 느낌을 받고요. 제가 프리랜서로 5년 정도 지내고 비건이고 또 결혼하지 않고 친구와 가족이 될 수 있나 상상해요. 이걸 충분히 살려서 살고 싶은데 그럴수록 특히 경제적인 안정감이 되게 떨어져요. 가끔씩 이게 나만의 상상인가 싶어서 끝도 없이 흔들리는 거죠. 근데 그렇지 않은 삶을 사는 모습은 겉에서 보면 되게 안정감이 느껴지잖아요. 월급이 나오고 가족제도에 들어가 있고요. 근데 이 문장을 봤을 때 그 사람들도 다양하게 살고 있는데 겉으로만 비슷한 모양처럼 보이는 거지.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알아차리게 해줘서 저한테 힘이 되었어요. 각자의 어려움이 있는 건데 내가 그걸 뭉뚱그려서 거칠게 비교하려고 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나와 다른 삶을 살더라도 그 사람의 다양한 면모를 봐주고 싶어요. 

다예   이번에 다시 읽을 때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어요.

‘나 하나가 방향을 잡고 노를 젓는다고 해서 바뀔까? 내가 가는 방향은 옳은 방향일까? 이런 생각들을 언제나 하고 있지만, 결론은 하나다. 저어야 한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이 문장이 좋더라고요. 지금도 시기적으로 혼란스럽잖아요. 내가 뭐 한다고 바꿀 수 있나 싶고요. 그런데 ‘저어야 한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이 단순한 말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간단해서 더 강력하게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방향으로 배가 휩쓸려 가게 보고 싶진 않으니까요.

무수   그럼에도 해야지. 제가 친구들에게 나로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한 친구가 ‘나로 안 살아도 힘드니까 그냥 나로 살아’ 라고 말했거든요. 이 문장이랑 되게 닿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노를 젓는 게 제일 답인 것 같아요. 마냥 편하진 않겠지만. 저는 이 문장이 좋았어요.

‘누군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세상이 다 그렇게 잔인하지 않다는 걸 누군가는 반드시 끈질기게 말해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얼마 전 친구랑 연락하다가 그 친구가 계속 불안해하는 게 느껴져서 ‘넘어져도 괜찮고 내가 잡아줄 테니까. 계속 연락해. 힘들면 연락해도 돼.’ 했거든요. 친구가 고마워하길래 나도 받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말했어요.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게 일방적으로 나만 내밀자는 게 아니라 내가 내밀면서 나도 이걸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거든요. 서로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문장이 좋았어요. 서로 손을 내밀어주면 사실 어려울 게 없을지 모르잖아요.

다예   너무 힘든 날 친한 친구들이나 힘들어 보이는 친구에게 일부러 좋은 말을 엄청 길게 보낸다거나 전화할 때 있거든요.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도 물론 있지만 내가 그 말을 듣고 싶어서였어요. 듣고 싶은 말을 써서 보내면 그 말을 저도 듣잖아요. 

무수   좋은 말을 많이 해야 되는 이유는 나도 들으니까. 너한테 하는 말이지만 나한테 하는 말이라서 서로 힘이 되는 말을 잘 나눠야 되는거 같아요. 진짜 넘어지면 서로 손 내밀어주고 그러면 괜찮지 않을까요.

다예   맞아. 서로 모른 척하지 않고.

무수   오늘이 조금은 그런 시간이 되길 바라며.

다예   너무 재밌었어요.

무수   소감을 들어볼까요? 어떠셨나요?

다예   이걸 계기로 무수님이랑 이야기했던 게 재밌었어요. 책을 다시 읽는데 선언적인 말도 많고 명확하니까, 같이 얘기할 게 없으면 어떡하지 걱정했었어요. 그런데 책은 하나의 장치이고 거기서 파생되는 얘기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아요.

무수   시간 내주셔 감사하고 저도 오늘 덕분에 더 건강하게 맛있는 음식을 해서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좋은 하루의 시작! 그전에는 우리가 만나서 얘기를 했지만 이렇게까지 나누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오늘 나누면서 다예님 진짜 힘들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바뀐 게 기뻐요. 건강한 모습을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어요. 이번 계기로 종종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예   좋아요.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