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을 알기 전까지 모를 때가 많거든요 이번 추석 연휴, 어떻게 보내셨나요? 여전히 제사 지내고 있나요? 저희 집도 제사를 지내지만, 그 풍경을 홀로 벗어난 지 4~5년이 된 거 같아요. 그래서 명절 연휴는 제게 고향이 아닌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온전히 쉬는 시간이에요. 이번 연휴는 멀리 가지 못하고 추석 전날, 하루치 서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나무가 울창한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다가 궁궐 구경을 했는데요. 꽤 많은 사람이 있어서 이제 우리의 추석도 달라지는 것인가 생각했답니다. 당신의 추석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다른 삶을 알기 전까지 그런 선택지가 있는지 모를 때가 많거든요. 다양한 연휴 이야기를 모아 전해드려 볼게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살고 싶은🌳무수 드림 우리도 버스 타고 고향에 가고 싶어요 고향에 다녀오셨나요? 어떻게 이동하셨어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타신 분들이 많겠죠. 하지만 이를 이용하고 싶어도 타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중에 있습니다. 2021년 추석을 앞두고 버스를 타고 싶다고, 고향에 가고 싶다고 외친 사람들의 이야기와 국회 계류 중인 ‘교통약자법' 개정안에 대해 전하겠습니다. 🚌 20년째 외치는 “버스를 타고 싶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장애인은 타지 못하는 버스 점거 시위를 하고,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외쳤습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우리가 이동권을 요구한 지 벌써 20년째이지만,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매년 명절 때마다 이렇게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교통약자법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지만, 단 한 차례도 목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저상버스 도입률은 매번 목표치를 밑돌았고, 휠체어 탑승 시외・고속버스 노선도 확대되지 않았어요. 이에 전장연은 국회가 이동권을 위한 교통약자법 일부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촉구했어요. 🙄 국회에 계류 중인 ‘교통약자법' 개정안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노부부 리프트 추락 참사’를 기점으로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운동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입법운동을 함께 해왔습니다. 이에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는 외침으로 2005년 ‘교통약자법’이 제정되었죠. 허나 이 법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먼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 도입이 지자체와 운수사업체의 재량으로 맡겨져 이행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저상버스 및 일반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입법을 위해 전장연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또한 교통약자법상 장애인 콜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은 다른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수차례 갈아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이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황입니다. 2개의 교통약자법 개정안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방안을 담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논의하지 않고 계류 중입니다. 시위 자리에서 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는 “우리처럼 살아보라고 하면 과연 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자꾸 그런 삶을 참으라고만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활동가님의 말을 곱씹으며 우리에게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교통약자법 개정안에 대한 소식도 관심 있게 지켜봐요. 💬 무수의 코멘트 우리나라 교통약자법에서 ‘교통약자' 정의를 살펴봤습니다. 그곳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이를 보며 문득 우리는 교통약자로 태어나 교통약자로 죽는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또 우리 사회가 누구를 배제하며 교통 시스템이 구축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동에 강자도 약자도 없는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함께 하실거죠? :) 면접에서 페미니즘 질문? 성차별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의견을 말해주세요.” 이는 한 무역회사 마케팅 면접 자리에서 면접관이 한 질문입니다. 이에 대해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요. 이를 게임업계에선 일명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라며 행하고 일부 여성에게 일을 주지 않은 문제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때문에 주요 게임업체는 인권위 권고를 받기도 했어요. 혐오이슈를 짚어보며 페미니즘에 대한 질문이 왜 문제인지, 우리는 왜 불쾌감을 느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 무역회사 마케팅 면접에 참여한 A씨는 황당한 질문을 받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의견을 말해주세요" 그러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만 마스크를 좀 벗어주실 수 있겠냐는 말을 듣습니다. 덧붙여 “유리 너머에서 듣겠다”, “백신 다 맞았다”, “창문 열었다”며 마스크를 내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업무과 무관한 질문에 시달린 A씨는 ‘이 사람들은 내가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인지 뽑으려고 나를 부른 게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고, 면접장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내가 정말 차별받고 있구나' 생각했다는 심경을 전했습니다. 허나 해당 회사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이 질문을 했고 불쾌하다며 사과할 용의가 있다며 안일한 입장을 낸 상황입니다. 이처럼 채용과정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묻고, 페미니스트라고 일이 끊기는 사례는 특히 게임업계에서 자주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7곳의 게임업체들이 일부 일러스트・웹툰 작가들이 페미니즘 관련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했다는 이유로 괴롭히고 업계에서 사실상 퇴출시켰다며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되었는데요. 이에 인권위는 기업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와 책임이 있다며 혐오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들이 관련 업계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실제로 전국여성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페미니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작업에서 배제당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겪은 여성이 최소 14명이라고 밝혔어요.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고용불안이 만연한 게임업계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자들을 사상검증해 생계에 위협을 가하기는 더 쉽다며 게임업계 경영진에게 혐오 없이도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업계문화를 조성하라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게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 및 차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여성혐오와 차별적 관행을 근절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습니다. 🙅 페미니즘 질문은 성차별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질문이 왜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는지, 이 질문이 차별적인 이유를 짚어보자면. ✦ 업무와 무관한 질문이다
✦ 성차별적인 질문이다
혐오표현 방치하는 온라인 플랫폼, 달라져야 해! 우리는 온라인상의 기사, 게시물, 댓글 등을 통해 수많은 혐오표현을 접하게 됩니다. 이로인해 우리의 일상은 분명 크고 작게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때문에 온라인상 혐오표현을 방치하는 네이버나 에브리타임 등 플랫폼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어요. 이를 찬찬히 전하며 온라인상 혐오표현을 줄일 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비영리단체 참여연대는 국내 최다 이용자를 보유한 네이버에 혐오표현 게시물 규제를 이용약관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어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글로벌 SNS 플랫폼에서는 서비스 이용약관에 혐오표현을 정의하고 이를 규제하고 있으며 카카오 역시 2019년 증오발언 근절 정책을 내세운 반면, 네이버에서는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조항이 부재한 것을 지적했습니다. 네이버에는 현재 블라인드 처리하는 제도가 있는데요. 참여연대 모니터링 결과, 댓글 신고자 계정에서만 블라인드될 뿐, 다른 사람에게는 신고댓글이 그대로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현재 네이버 플랫폼상의 혐오표현 문제를 지적하며 네이버에 공개질의를 보냈습니다. 🤦 혐오표현을 제재하지 않는 ‘에브리타임’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는 대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게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혐오표현 금지를 포함하며 혐오표현을 근절하기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에브리타임은 전국 390여개 캠퍼스, 약 52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대형 소셜 커뮤니티로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주요 통로입니다. 유니브페미는 대학생들이 에브리타임 사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혐오표현과 마주치고 피로감을 느낀다고 지적하며 일부 사용자들이 혐오표현을 하고 있으나 에브리타임은 혐오표현을 제재하지 않고, 신고 누적으로 인한 자동 삭제 시스템 방식으로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에브리타임 내에서 혐오표현이 온라인폭력으로 이어져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고 가해자 재판이 진행된 사건이 있습니다. 이에 윤김진서 유니브페미 대표는 운영진이 게시글 신고・삭제와 차별적 표현에 대한 기준을 더 명확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무수의 코멘트 지난 8월 13일 뉴스레터로 반페미니즘 단체 ‘신남성연대'를 비판하는 내용을 전했었는데요. 그 후 ‘신남성연대' 유튜브 채널이 영구 정지를 당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어요.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유튜브 채널에서는 그곳이 혐오를 팔아 돈을 벌지 못하게 되었으니까요. 그와 동시에 플랫폼이 혐오표현을 막는다면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플랫폼의 결정에 따라 누군가는 온라인 공론장에서 말할 기회가 사라지니까요. 때문에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플랫폼 기업 더 나아가 국회와 정부까지 예민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함께 문제해결에 동참하도록 요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혐오사회니까요. 누구나 노인이 된다 최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실버케어센터 건립이 백지화된 것을 환영했습니다. 때문에 실버케어센터를 혐오시설로 간주하며 노인혐오를 하는 모습이라며 비판을 받고 있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짚어보며 우리 사회의 노인혐오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 실버케어센터 무산을 환영하는 국회의원과 일부 주민 치매 노인을 위한 돌봄 시설인 ‘서울시립 실버케어센터'는 지하철 8호선 가락시장역과 송파역 사이에 건립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허나 해당 부지 뒤편에 대단지 아파트인 헬리오시티 주민들 협의 없는 서울시의 계획이라고 반대하며 난항을 겪게 되었죠. 이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실버케어센터를 무산시키겠다며 공약을 내걸었고, 재보궐 선거 때 오세훈 시장 역시 이를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돼 당정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공약이 실행되었습니다. 이에 실버케어센터 건립이 무산되자 배 의원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송파 실버케어센터 추진 계획이 완전히 백지화되었다며 헬리오시티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습니다. 📢 “왜 실버케어센터를, 노인을 혐오하는가?” 이 때문에 실버케어센터를 혐오시설로 간주하고 노인혐오를 하는 모습이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어요. ✦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 “모두가 노인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내 옆엔 안 된다면 당신이 노인이 될 때 어쩌려고 이러시나” ✦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 “왜 노인 요양을 혐오하느냐”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실버케어센터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다른 지역의 실버케어센터 이용을 금지하면 된다” ✦ 일부 누리꾼들, “본인과 가족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 “노인들이 혐오의 대상인가?” “노인 복지를 선거에만 이용했다.” 이에 대해 배 의원은 해당 시설은 더 공기 좋고 안전한 적합지를 찾는 중이라며 저희 송파구민들, 공동체의 가치를 아는 품격있는 분들이라고 반박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대처였습니다. 💥 노인혐오가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 장규열 한동대 교수는 칼럼을 통해 센터를 더욱 적절한 곳에 세우기 위해 계획이 무산되었다면 새로운 계획을 알리면 된다며 지역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니 ‘축하'하거나 계회무산이 ‘우리의 염원'이었다고 치하할 일을 없었을 게 아닌가 라며 주민들의 혐오정서에 동조한 배 의원의 모습을 비판했어요. 또한 우리 사회는 노인혐오가 날로 심각해지는 문제가 있는데요. 최근 노인혐오를 다룬 오마이뉴스 기사를 살펴보면 한국의 노인차별이 OECD 15개 나라 중 두 번째로 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노인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혐오피해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또한 인권위가 진행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 결과에서 온라인에서 접한 혐오표현 대상에 여성, 특정 지역 출신, 페미니스트 다음으로 노인이 있었고, 오프라인 실생활에서 경험한 혐오표현 대상은 노인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처럼 노인혐오가 심각한 상황에서 실버케어센터를 반대하고 이를 환영하는 모습은 문제가 아닐 수 없죠. 잠깐, 당신의 추석이 궁금해요 어떤 추석 연휴 보내셨나요? 당신의 추석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지 몰라요. 나눠주신 이야기는 잘 모아서 전해볼게요. 이외 레터를 읽으며 떠올랐던 생각, 당사자 이야기나 연대의 메시지. 뭐든 보내주세요! 뉴스레터에 대한 피드백 있나요? 좋은 점, 아쉬운 점 모두 좋아요. 전해주시면 찬찬히 읽고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갈게요! 종종 우리 사회는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말하는 거 같습니다. 이런 곳에서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 새로운 선택지를 보여주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과 더욱 친해지길 바라며 그에게 모어데즈를 추천해주세요. 우리에겐 새롭고 다른 선택지가 필요해요. 모어데즈ㅣMORE DAZZ 인스타그램 @moredazz.official 광고 및 협업문의 hello@moredazz.com 구독하기 Subscribe 수신거부 Unsubscribe |
혐오를 마주하는 당사자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