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나는 당신에게

“내가 ‘보는 자'라고 부르는 영혼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 차이는 다만 보는 자에게 덧씌워진 ‘덮개',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관념에서 비롯될 뿐이다. 이 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우리의 관념이 구별 짓는 관념으로 양식을 삼게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요가의 가르침이다. 구별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우리는 마음과 마음으로, 영혼과 영혼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모두가 인간인 것이다.”

책 <요가 수행 디피카>

요가를 한지 2년이 넘어갑니다. 수련하며 요가의 정신을 조금씩 배우는데요. 그럴 때마다 제가 혐오문제로 말하고 싶은 것이 겹치는 기분을 느낍니다. 혐오는 사회문제이며 정치적인 것이지만 마음의 문제, 영적인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한 존재 위에 씌워진 덮개로 서로를 구분짓고 판단하고 외면하고 무시하고 차별하는 게 혐오이니까요.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 겪은 일은 나도 겪을 수 있다'

혐오문제를 마주하며 제 속에 새겨진 말입니다. 여기서 ‘너'는 내가 아닌 모든 존재입니다. ‘너'는 이 편지를 읽는 당신이며 세상에 사는 사람이고 동물이고 식물입니다. 이 믿음이 요가하며 더 깊이 심어졌는데요. 요가로 몸에 숨을 불어넣고 틈을 만들며 마음도 유연해졌습니다. 매일 산을 오르고 요가 스트레칭을 하는 엄마는 몸이 굳으면 마음도 굳는다고 말합니다. 유연한 몸은 장애, 질병, 아픔을 떠나서 한 존재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품이라 생각합니다. 내 몸이 가능한 움직임을 해내며 굳은 근막을 풀어내고 내쉬는 숨에 따라 마음이 넓어져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자리가 생겨납니다. 그렇게 둥그렇게 여러 존재가 제 마음에 앉아 있습니다.

요가는 우위를 정하지 않습니다. 수련을 하다보면 잘한다 혹은 못한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이로 인해 서열이 생기지 않습니다. 1등이 없으니 꼴등도 없습니다. 요가는 줄세우기보다는 얼기설기 듬성듬성한 모양을 가집니다. 나의 최선으로 수련을 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최선을 한 걸음 더 넓혔을 때 같이 지켜봐주고 응원을 보냅니다. 머리서기에서 다리를 올리지 못했던 사람이 무릎을 접어 몇분을 버텼을 때, 거친 호흡에도 몸이 무너지지 않고 드롭백컴업을 해낼 때, 라자카포타아사나에서 머리와 발이 점점 가까워질 때, 그의 해냄이 나의 해냄처럼 기뻐서 미소짓고 박수를 칩니다. 요가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다들 전굴을 잘해서 머리가 발로 내려가는데 나만 굽혀지지 않고 우뚝 서있는 모습이 창피했었습니다. 내 몸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몸을 받아들이고 나니 부끄러운 마음이 사라지더라고요. 몸은 모두 달라서 누군가 쉽게 해내는 자세를 나는 끝까지 되지 않고, 또 내가 어려움 없이 가닿는 아사나는 다른 이에게 힘겹게 도달하는 지점입니다. 그렇게 못했다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잘해서 우쭐하고 싶은 마음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부족한 나를 자책하는 마음은 나를 위로 올리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 요가를 하며 올라갈 곳 자체가 없다는 걸 배웠습니다.

요가의 시작과 끝에 늘 ‘나마스테' 인사가 있습니다. 처음엔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정도의 뜻으로 이해했는데요. 요가 선생님이 훗날 나마스테 뜻이 ‘내 안의 빛이 당신의 빛에게 인사합니다'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처음 이 뜻을 알곤 무척 놀라 계속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나마스테, 나마스테, 나마스테. 인도인들은 수많은 신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그 여러 신이 각자의 몸에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믿기에 마주한 사람을 신처럼 여긴다고 해요. 그래서 나마스테의 빛은 신성, 신을 뜻하죠. 이 말의 의미를 알고난 다음부터 나마스테 말할 때면 마음에 힘이 생겨 충만해지고, 진심으로 마주한 이를 존중하는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도에는 신분차별 제도인 카스트 제도가 법적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는데요. 그 때문에 서로를 신으로 여기는 인사가 역설적이게 생겨난건가 생각합니다.

요가철학엔 ‘아힘사(ahimsa)’가 있습니다. 비폭력이라는 말이에요. 이는 힌두교의 믿음이기도 해서 인도인의 30~40%는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다고 해요. 비건이며 요가 강사를 하는 친구 역시 아힘사를 이야기하며 요가와 비거니즘을 연결합니다. 요가하기 전, 비건으로 지낼 때는 무언가 덜거덕거리는 기분이었어요. 일상의 어떤 구석이 잘 맞지 않는 느낌. 그런데 요가하고 나니 비건으로 지내는 것과 폭력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딱 맞는 퍼즐조각을 만난 것처럼 편안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합쳐지는 일치감, 믿음 안에 일상이 부드럽게 굴러가는 안정감. 저는 종교가 없지만, 몸과 마음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요가가 어쩌면 저의 종교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가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마음에 먹구름이 하나 없이 편하고 자유롭다는 기분을 느낍니다. 요즘은 수련도 좋지만 요가하며 만난 이들이 좋아서 30분 정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야 도착하는 요가원을 가는게 즐겁습니다. 주말에 수련하거나 야외요가를 하고 나면 함께 밥을 먹고 떠들며 긴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요가와 혐오, 몸과 혐오, 마음과 혐오. 머릿속으로 멈춰있는 모임을 굴려봅니다. 모어데즈에서 만드는 자리는 어떤 모양이면 좋을까. 이전에 책과 글, 말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몸과 마음, 움직임이 생각납니다. 혐오문제는 사회구조를 이야기하고 여러 존재의 목소리를 들으며 깨닫게 되지만,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이해하면서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편지를 보내고 오늘도 요가하러 갑니다. 몸과 마음을 수련하며 제 안에 당신의 자리를 만들게요. 당신의 빛에게 인사합니다. 나마스테.

2024년 10월 11일

☘️ 넉넉한 마음을 키우는 무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