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끝에 저는 약 2개월을 잘 쉬고 돌아왔다는 인사를 전해요. 지난 11월 10일 쉬어간다는 뉴스레터를 보내며 ‘끝의 쉼이 아니라 시작의 쉼'이라고 말했는데요. 정말로 시작하기 위한 쉼을 채운 시간이었어요. 좋은 사람들을 잔뜩 만났고 또 좋은 사람을 떠나보냈고 작은 만남에도 반짝이는 마음을 잘 전하려고 애썼어요. 그 애씀이 기쁨이고 행복이었어요. 모보이스는 쉬었지만 라이츠를 운영하며 낯선 사람을, 낯선 세계를 마주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쉬어보니 느껴지더라고요. 매주 모보이스를 보내는 일의 무게를 말이죠. 매일 조금씩 해야 했던 루틴 같은 일이 사라지니 시간이 많아진 기분이 들었고 마음이 가벼웠어요. 매주 마감이 그리 쉬웠을리 없는데 해낸 일을 계속 해내는 걸 당연하다고 느꼈던거 같아요. 새 시작을 앞두고 앞으로는 매주 모보이스를 보내는 일을 스스로 쉬이여기지 않고 기특하게 인정해주자고 다짐해봅니다.
다시 만나 반가운 마음으로 오늘 아침 산책에서의 일을 나눠볼게요. 아침에 일어나 두툼한 옷을 챙겨입고 모자에, 장갑까지 끼고 나와 집 근처 산책길을 걸었어요. 사람 두 명이 넉넉히 지나갈 폭에 양쪽으로 나무들이 가득한 길을 찬찬히 걷다가 멀리 빗자루질을 하는 할머니를 봤어요. 굽은 어깨와 허리에도 빗자루를 잡은 손에 힘이 느껴졌고 익숙한 몸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더라고요. 그의 옆엔 성인용 보행기와 쓰레기봉투, 집게가 있었어요. 그와 가까워질수록 어찌해야할까 생각하다 하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옆길로 빠져 지나갔어요.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는데요. 새삼 깨끗하고 단정한 길이 눈에 띄었어요. 겨울이라 한가득 떨어진 낙엽들이 길의 양쪽 끝으로 가지런히 모아져있는 풍경. ‘아- 깨끗한 길은 누군가가 쓸어준 길이었구나' 깨달았죠. 깨끗한 설거지통을 보며 누군가가 설거지했다고 느끼는데, 깨끗한 길을 보곤 누군가의 노동이 있다는 걸 알아주지 못했구나 배운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알게 되니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산책길 이곳저곳에 놓인 빗자루, 또 다른 길에서 빗질하는 사람. 그래서 저도 보이는 빗자루를 들고 처음으로 동네 놀이터를 쓸어봤어요. 잠시뿐이었는데 뭐 했다고 손아귀가 아픈지, 자세도 엉성해서 무척 어설펐어요. 움직인 만큼 깨끗해진 자리가 있었는데, 어떤 곳은 쓸어도 쓸어도 티가 안 나더라고요. 어디까지 쓸어야 하나 고민도 했고요. 놀이터 전체를 말끔히 해야겠다는 욕심을 내려두고 놀이터 옆 벤치 자리만 정돈했어요. 내가 못다한 곳은 다음에 올 사람이 쓸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빗자루를 내려두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침 산책에서의 일을 돌아보며 혐오문제에 관심갖는 우리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 폐허같은 세상에서, 부서지지 않을거 같은 거대하고 단단한 벽 앞에서 우린 반복된 혐오를 마주하며 의심하고 무의미와 무기력을 느끼죠. ‘작은 목소리로, 작은 행동으로 바꿀 수 있나?’, ‘나 한 사람이 하는 일이 의미가 있나?’ 하고요. 그럼에도 당신의 목소리와 행동을 보고 누군가는 배울거예요. 영향을 받을거고 그 순간 빠르게 달라질 수도 있다고요. 당장 변하지 않더라도 전에 보지 못했던 걸 발견하고 더 많은 걸 느끼는 존재가 될 거라고요. 모보이스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전해볼게요. 서로의 부족함과 나약함에도 같이 이 문제를 바라보자고, 그리고 눈부시게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할게요. 그들을 통해 제가 변했고 또 당신도 변할 수 있다고 계속 말해볼게요.
어쩌면 모보이스 시즌2 라고 불러야 할 시작에 소소한 변화가 있어요.
✨ 혐오이슈는 격주로 전해요
-
- 그간 매주 보내왔던 혐오이슈를 격주로 보내요. 이제는 2주간의 혐오이슈를 짚어보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할게요
✨ 매달 둘째 주 금요일엔 ‘무수의 목소리'를 전해요
-
- 모보이스 인트로가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쉬는 기간 받은 구독자 피드백에선 발행인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힘든 점과 아쉬운 점을 같이 나누고 방법을 찾는 과정도 공유해달라는 이야기를 받았어요. 그래서 혐오문제를 말하는 사람으로, 모어데즈를 만드는 사람으로, 무수의 목소리를 조금 더 길게 적어보려고 해요. 혐오를 마주하고 혐오문제를 고민하며 제 몸과 마음을 거쳐 간 이야기를 전해볼게요.
✨ 매달 넷째 주 금요일엔 ‘새로운 필진의 목소리'를 전해요
-
- 모보이스가 혼자의 작업이라 아쉬운 순간들이 있었는데요. 이를 함께 만들어갈 필진을 초대하려고 해요. 구독자 피드백 중에서도 목소리 내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의견이 있었기에 이를 반영해보려고. 아직 초대한 필진과 논의 중이라 이후 정리되면 다시 공유할게요.
✨ 모보이스는 ‘혐오를 마주하는 당사자의 목소리' 뉴스레터예요
-
- 새로운 코너들이 생긴 만큼 모보이스를 표현하는 말도 다듬었는데요. 기존 ‘당사자의 목소리로 전하는 혐오이슈'에서 혐오를 겪으며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지점을 강조해서 ‘혐오를 마주하는 당사자의 목소리'로 정리했어요. 혐오를 겪는 존재, 혐오를 문제라고 느끼는 사람, 목소리 내고 행동하는 사람, 이 글을 읽는 당신까지 모두가 ‘당사자’라는 마음으로 목소리를 잘 듣고 기록하고 전해볼게요.
어김없이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모보이스를 전해요. 메일함 꼭 봐줘요. 그럼 2023년 잘 마무리하고 눈부신 새해에 다시 만나요.
💛사랑을 담아, 무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