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괜찮다, 무너져도 괜찮다
2024년 새해,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전 다시 요가수련을 시작했어요. 요가를 한 지 2년째지만, 해내지 못하는 자세들이 많아요. 그중 ‘머리서기'는 숙제죠. 머리서기는 정수리를 땅에, 다리는 하늘로 일직선으로 뻗어야하는 자세라 눈에 몸이 보이지 않아서 무서워요. 작년에 머리서기 연습하다 다쳐서 약 2-3주를 고생해 두려움이 더욱 커졌죠. 며칠 전 요가원에서 다시 머리서기를 수련하는데 될 거 같은데 안되고 마음만 급해서 호흡이 순식간에 빨라지더라고요. 선생님이 잡아줘서 겨우 부들부들 버텼어요. 수련이 끝난 뒤 쌤에게 물었어요.
☘️“내 몸이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하는 거 같은데, 그게 어려워요. 나를 믿는 건 어떻게 해야 해요?”
🧘♀️“많이 넘어져야 해요.”
☘️“전 겁나서 넘어지지도 못해요.”
🧘♀️“많이 넘어져서, 쓰러져도 다치지 않는다고 안전하다고 느껴야 해요. 넘어지면 다칠거 같으니까 시작부터 몸이 굳어서 안되죠.”
어쩌면 나를 믿지 못하는 건 넘어지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몰라요. 반대로 나를 믿으려면 쓰러져도 괜찮다는 마음이 필요한거죠. 무너져도 괜찮다, 실패해도 괜찮다. 요가수련에서도 일상에서도 어떤 걸 미루고 있는 요즘, 그 모습이 영 맘에 들지 않았어요. 내가 날 안 믿어주고 주저하며 어찌하나 하고요. 이럴 때 넘어져도 괜찮다고 되뇌어 봐야겠어요. 그래서 포스트잇에 ‘실패해도'를 파란색으로 ‘괜찮아'를 분홍색으로 적어 모니터에 붙였어요. 당신도 새기고 싶은 마음가짐이 있다면 적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봐요. 눈부신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거라 믿어요. 그럼 새해 복 많이 받고 나누는 하루 보내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살고 싶은, 무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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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사상검증 #일자리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어요
“너 페미지?”라는 말은 예전부터 질문이 아닌 공격이었죠. 일상에서 이 말을 피하기 위해 마음 속으로 어떤 태도를 보여줄지 은근하게 계산해요. 안전하지 않은 곳에선 둔한 모습을 보여주죠. 게임업계에선 이 질문으로 페미니스트인지 검열하고 여성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갑니다. 업계에선 사상검증이 만연하다고 해요. 이유는 일부 유저들이 ‘게임에 페미 묻었다'며 항의를 하기 때문이에요. 회사는 직원을 지켜주기보다 일부 유저들이 항의할 이유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직원의 생각을 검열해요. 채용과정에서 구직자의 개인 SNS를 살펴보고, 왜곡된 항의로 문제가 생겼을 때 문책을 받고 해고를 당하기도 해요. 이 상황에서 억울하게 보호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결국 업계를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요. 대표적인 사건으로 ‘넥슨의 게임 클로저스 성우 교체사건'과 ‘메이플스토리 집게손모양 사건'이 있어요
- 🗞️ ‘넥슨의 게임 클로저스 성우 교체사건’은 2016년 7월, 클로저스의 캐릭터 티나 목소리 연기를 한 성우 김자연님이 ‘소녀들은 왕자가 필요하지 않아'(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일부 남성 이용자들이 항의했고 넥슨이 성유를 교체한 일이에요.
- 🗞️ ‘메이플스토리 집게손모양 사건'은 최근 2023년 11월에 일어났어요. 넥슨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 집게 손가락 모양이 들어갔다며 남초 커뮤니티에서 항의했고, 넥슨은 해당 홍보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했어요. 이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인데요. 최근엔 공격의 대상이 된 애니메이션을 만든 외주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설명회를 열었지만, 이용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기자회견으로 대체했어요. 내용은 ‘집게손모양’을 의도적으로 넣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어요. 왜 문제가 아닌 것이 문제가 되는지는 논의되지도 않았어요. 다행인 점은 스튜디오 뿌리에서 임직원의 신상을 유포하고 괴롭힌 일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라고 해요.
☄️ 질문이 공격이 되지 않도록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검열당하고 괴롭힘을 겪고 일자리까지 잃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 여성단체들은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 넥슨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넥슨은 이 사건에 책임을 져야하며 대중문화의 성차별적인 관행을 바꾸어갈 것이라고 목소리 냈어요.
- 🎤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현재 한국에서는 페미니즘이 ‘남성 혐오'로 의미화되면서, 그저 비난의 대상으로만 존재하게 됐다. 여성 의제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페미'라고 공격을 받을 수 있어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페미 사상 검증'을 요구하는 악성 민원에 응답하기보다는 폭력의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조치가 우선되어야 하는 건, 사회적 공론장에서 성평등 의제가 축소되는 위축 효과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적 논의의 장에서 “너 페미냐"는 질문을 다시 성평등 가치 실현의 의미를 묻는 질문으로 전환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폭력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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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목사 #퀴어 #사랑
🌈 사랑을 축복했다고 쫓겨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입니다. 그는 2019년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축복식을 한 이후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재판을 받았어요. 보수 기독교에서는 ‘동성애는 죄'라고 말하며 퀴어의 편에 선 사람들을 공격합니다. 그럼에도 이동환 목사를 계속 맞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지난 2023년 11월 30일 재판에 최후진술 일부를 먼저 나눠볼게요.
- 🎤 이동환 목사 “저는 지난 2019년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축복식 이후로 재판을 받으며 한국교회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하고 있는 혐오적이고 폭력적인 모습들과 이로 인해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참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목회자가 축복기도를 했다는 것으로도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공격을 당하는데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지원하고 싶었고, 고립되지 않도록 곁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신다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이제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해 논의를 해 나가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신앙의 양심을 굳건히 하여 사상과 환대의 목회를 해 나갈 수 있도록 부디 현명한 판결을 부탁드립니다.”
단단한 진술에도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출교'를 구형했어요. ‘출교'란 목사의 자격을 박탈하고 영구제명되는 것을 말해요.
🫶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할 수 있도록
이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동환 목사의 출교를 반대하며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 🎤오수경 집행위원 “저는 감리교인이자, 개신교 단체에서 일하는 그리스도인이자, 큐앤에이 후원자이자,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오수경입니다. 쉽게 말해 주로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을 듣는 영역에 몸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개신교가 차별과 혐오의 대표성을 가지게 되었고, 제 삶을 구성하고 있는 신앙의 언어가 그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데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감히 사랑을 들먹이며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이들에게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차별하고 혐오하는 죄를 짓는 당신마저도 주님은 사랑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사랑을 망령되이 일컫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를 힘쓰시길 요구합니다. 감리회에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이동환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십니다. 사과하십시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그 당사자를 사회로부터 꼭꼭 숨게 만든다. 마음을 위축시키고 행동을 주저하게함으로써 온전한 의지와 개성을 가진 그 사람 고유의 존재로 살기 어렵게 만드는 나쁜 힘이 있다. 차별을 조장하기도 한다…주변의 장애인, 이주민, 가족이 없거나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소수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았는지 돌아보면 어떨까. 혐오는 사랑을 이길 수 없다. 새해에는 당신에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수자 친구가 생기길 바란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했던 예수의 삶도 거기에 있다.”
이 와중에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이동환 목사에게 재판비용 2,860만 원과 함께 항소시 기탁금 700만 포함해 총 3,500만 원을 납부해야한다고 청구했어요. 어려울거라 여겼지만 다행히 지지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돈을 모아 납부하고 항소도 진행했어요. 더불어 재판비용에 대한 이의신청서도 제출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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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의 코멘트
이동환 목사의 출교 선고가 이해되지 않고 터무니없게 느껴져요. 이게 지금 일어난 일인지 현실감이 없어요. 전 종교가 없어서 이 사건을 깊이 이해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알아야 하는 일이라 느껴 기사를 찾아보며 전했어요. 이 시기 변화가 있다면 교황청이 동성 커플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는 소식이에요. 교황청 교리성은 축복은 하느님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며 축복을 통해 하느님이 도움을 구하는 모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교회가 방해하거나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어요. 이 소식에 이동환 목사는 부럽고 속상하다며 카톨릭은 느리더라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데 개신교는 오히려 동성애 지지하는 이들을 출교하겠다는 구시대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했어요. 종교가 있든 없든, 한 존재가 한 존재를 사랑하는 일이 죄가 되는 건 함께 막아야 하잖아요. 누구나 마음껏 사랑할 수 있도록 함께 지켜보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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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목소리 #비비안 #다색동아리
🫂 "저희가 더 앞에 나서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름 강선화, 활동가명 비비안. 그는 항공 승무원이자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예요. 7년 전, 아들의 커밍아웃이 담긴 편지를 받았고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참석했어요.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에 출연해 아들의 커밍아웃을 마주하고 겪은 일을 보여주며 자신이 활동하는 세계를 넓히고 확장해오고 있죠. 그녀의 이야기가 눈부시다고 느꼈던 건,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변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존재들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이에요.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인터뷰한 비비안님의 말을 일부 전해볼게요.
- ✨”저는 참된 용인까지 한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근데 가만히 있는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때 활동을 시작한 거죠. 가만히 있으면 절대 얻어지지 않습니다.”
- ✨”퍼레이드 오시는 당사자분들이 프리허그를 못 하겠대요, 너무 울까 봐. 그래서 부모모임 부스 근처에도 안 간다더라고요. 그래도 용기 내서 오시는 분들은 저희가 성심성의껏 잘 안아드리죠. 서로 안아주면서 잘 살아내 줘서 고맙다는 얘기도 하고요. 저도 처음엔 많이 울었는데 요즘은 안 울어요. 베테랑이 된 거죠.”
-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관심이 가니까 책도 보게 돼요. 열심히 알아내야 하는 게 세상인데, 연대활동 통해서 배우는 게 많아서 너무 좋아요.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그나마 좀 높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더 앞에 나서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지도 빌리지도 못하게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거 같나요? 이상하다고 여기며 지나갈 수 있고, 도서관에 의견을 내보거나 안되면 직접 사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성공회대에 북카페 창업 동아리 ‘다색' 학생들은 일부 왜곡된 민원으로 인해 성평등・성교육 도서가 금서로 지정되었다는 문제를 마주하고 이렇게 행동했어요. 학교 내에서 금서 지정 반대 서명을 받았고, ‘책 바자회'를 열었고 그 수익금의 절반을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후원했어요. 혐오문제를 마주했을 때 무얼 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떠올려봐요. 목소리를 내는 일에 구체적인 상상이 더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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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줘요
이번 모보이스를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해요
당신의 목소리가 당사자의 목소리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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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삶에 '더 나은', '더 좋은', '더 새로운'이라는 단어만 넣으면 삶은 갑자기 도전할 가치가 있는 모험으로 변한다. 이것도 삶의 발명이다. 이럴 때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더 깊은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삶의 발명>, 정혜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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