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라는 이유로 카페・식당에 가지 못해요
노키즈존은 우리 사회의 문제로 남아있어요. 특히 가족단위 관광이 많은 제주도에 노키즈존 영업장이 많아지자 최근 ‘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이 논의되었는데요. 법률적인 문제와 도내 업주들의 반발로 ‘제주도 아동출입제한업소 확산 방지 및 인식 개선을 위한 조례안'으로 바뀌었어요. 노키즈존을 막진 못하지만 예스키즈존을 양성화시키겠다고 해요.
✦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밥집・슈퍼에도 들어가기 힘들어요
휠체어를 타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인 이규식님은 책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에 자신의 이야기를 적었어요.
- “어느 날은 정오쯤 배가 고파 혼자 밥집에 갔는데 주인이 안에 사람이 많다며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안을 살펴보니 손님이 거의 없었다. 자리도 있는데 왜 안 들여보내 주냐니까 주인이 못 알아들은 척하면서 1000원을 쥐여 주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
- “한번은 슈퍼마켓에 갔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주인을 불러서 새우깡을 달라며 돈을 드렸다. 그런데 주인이 돈은 받지도 않으면서 오징어땅콩을 가져다주었다. 다시 새우깡을 달라고 하니 이번에는 빼빼로를 가져다주었다. 다시 또 새우깡을 달라고 했더니 화를 내면서 쌍욕을 했다. 나를 손님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은 거다.”
어린이라서 막고, 휠체어 이용을 고려하지 않은 공간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무례하고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어요.
✦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노키즈존에서 진짜 문제인 것은 아동이 아니라 아동을 적절히 통제하거나 매너를 훈육하지 않는 무개념 부모다. 다른 고객을 배려해달라는 업장 측의 요청에 툭하면 인터넷으로 달려가 난리 치는 진상 부모를 막을 수 없으니 아동을 막는다. 노시니어존 카페처럼 특정한 문제 고객을 막지 않고 그 연령대 다수 고객을 원천 봉쇄한다. 불량 고객을 거른다지만 항상 배제되는 것은 아동・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과일반화에, 나이 차별이 발생한다. 자영업자의 고충은 고충대로 이해하지만, 노키즈존이 영업의 자유를 넘어 인권과 차별 이슈가 되는 이유다.”
✦ 강혜승 미술사학자 “노키즈존은 가정 밖 육아와 충돌한 미성숙한 여가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여기서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은 정치적 발언권은커녕 자기보호 능력조차 없는 어린이를 타자로 구성하는 용이성이다. 사회의 주체인 성인은 그 어떤 무례에도 배제 대상이 될 수 없지만, 타자인 어린이의 통제되지 않은 민폐는 봐줄 수 없다는, 약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태도를 노키즈존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이로 배제하고, 학벌로 구분 짓고, 재산으로 차별하는 붙이기 나름인 그 이유에서 누군들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찾을 바는 배제할 이유가 아닌 공존할 방법이다.”
✦ 박윤영님 “살이 보드랍고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가 매장에 입장할 수 있는 것처럼, 무겁지만 나의 신체 일부와 같은 전동휠체어도 매장 내 입장이 자유로워야 했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지금 이들과는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동휠체어를 금지하는 대신, 고객의 쇼핑을 돕기 위해 수동휠체어를 비치해 두거나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도 않았다…나와 다름을 이해할 줄 알며 인권이 무엇이며 차별이 무엇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