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죽을지 모를 세상이지만 살고 싶어요
친구와 가볍게 맥주 한잔을 마시다가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다가올 내일에 재밌는 이벤트를 많이 심어두었는데 내가 10월이 되기 전에 죽을까봐 걱정이야. 죽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
정말 알 수 없죠. 내가 길을 가다 죽을지도, 폭우로 잠길지도, 지하철에서 누군가 나에게 칼을 들이밀지도 모를 세상이니까요. 우스갯소리로 120살까지 살고 싶다고 말하곤 하는데 일본에선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고 주변에선 슬퍼하며 화를 내고 있고 한국 정부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해요. 나뿐만 아니라 바다에 살고 있는 무수한 생명들을 생각하면 인간이 도대체 어떤 일을 벌이는지 답답해집니다. 지구온난화를 지나 지구열대화로 매일매일 수없이 변하는 기후를 겪어내며 과연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걸 해보았어요. 신림동 등산로 강간살인사건의 추모 현장소식을 개인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했어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UN인권위 진정접수 서명에 참여했고요. 새롭게 공익법인권센터 어필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정기후원을 시작했어요. 친구들과 다정하게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이 작은 행동이 당장 우리를 살리지 못할지라도 내가 살기 위해 무언가를 하면 낫더라고요. 우울하고 불안한 이야기를 잔뜩 했지만, 결국 살고 싶다는 말이에요. 저의 닉네임처럼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살고 싶어서 오늘도 이렇게 글을 적어보냅니다.
(+이번 모보이스는 저의 컨디션 조절 실패로 혐오이슈 2가지만 전합니다)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살고 싶은☘️무수 드림 |
|
|
#신림동강간살인사건 #여성혐오 #정치
🔥 여자라서 죽는 '신림동 강간살인사건'
최근 ‘신림동 등산로 강간살인사건'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해당 사건의 피해자 사망으로 더욱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사건이 되었어요. 경찰은 가해자의 혐의를 ‘강간살인'으로 변경하고 살인의 고의성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해요. 강간살인죄가 인정될 경우 가해자는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으며 피의자 최윤종의 신상도 공개했어요. 또다시 커다란 여성혐오 사건에 지자체와 정치권에서는 뒤늦게 대응하고 있어요.
✦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장을 방문해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고 인공지능 CCTV를 최대한 많이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더불어 관련 사건의 예방책을 마련하는 특별전담반을 가동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무차별 범죄 대응 시・자치구 구청장 회의'를 열어 공원 및 등산로 CCTV를 전수조사해 신속하게 CCTV를 설치하겠다고 했어요.
✦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에서는 공원 보안관을 신설해 공원과 둘레길을 집중적으로 순찰하도록 했고, 안전 취약 지역에 자율방범대 순찰과 여성안심귀가 도우미도 확대한다고 해요. CCTV 추가 설치와 함께 특정 움직임을 자동 감지하는 지능형 관제시스템도 늘려요.
허나 반복되는 여성혐오 사건은 혐오를 이용한 정치권의 문제가 주요하다고 비판해요.
🗯️ ‘여성’을 지우는 정치의 문제
✦ 여성안심귀갓길 사업 예산을 전액 삼각한 최인호 관악구 의원의 사퇴를 요구해요
- 지난해 12월 최인호 의원은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으로 남성들은 어떤 보호도 못받는다며 관련 예산을 삭감했어요. 또한 앞으로 의정활동에서 여성가족과에 있는 페미니즘 사업을 모두 손을 볼 계획라고 밝혔었죠. 때문에 사건 이후 관악구의회 홈페이지에는 23일 기준으로 약 1800여건의 최 구의원 사퇴촉구 게시물이 올라왔어요.
- 게시자 A님 “여성안심귀갓길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관악구 주민 전체의 안전을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
- 게시자 B님 “본인이 겪어보지 않았다고 해서 일어난 범죄들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에 ‘여성'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해 멀리 보지 못하는 유치한 행동을 멈춰주셨으면 한다"
-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최 구의원의 경우 당선 전부터 극단적인 안티 페미니즘 성향을 정체성으로 삼아왔지 않나. 그런 이력을 가진 분이 지방선거 공천을 따낸 것 자체가, 극단적인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대상으로 정치세력을 결집시켜온 정치권의 선거 전략이 누적된 결과이다.”
✦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주장하는 정치가 문제예요
- 윤석열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했고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지난해 7월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과 올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해사건에 대해 남녀로 갈라서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답했어요. 이번 신림동 둘레길 강간살인사건에 대해서 여가부는 추후 답변하겠다며 어떤 입장이나 대책도 없는 상황이에요.
-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여가부 폐지'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온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는 명백하는 여성문제에 있어서도 ‘여성'에 방점을 찍는 것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현하고 있다. 성별화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두고 ‘역차별'을 주장하며 성별을 빼버리는 일은 범죄의 구조적 성격을 부정하는 것이다. 메시지 측면에선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여성문제에서 여성을 삭제해 버리면, 결국 ‘그건 괜찮다', ‘그건 문제가 아니다'라는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사회에 뿌리는 것과 같다. 여성, 남성으로 가를 문제가 아니라 다 똑같은 인간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주장하는 건 사실 성별 권력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운신할 공간을 하나도 만들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내가 일상에서, 일터에서 살해와 강간의 위협을 받고 목숨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이걸 정치가 해결해야 하는데 오히려 개별사건으로 축소하며 접근하기 때문에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범죄가 왜 계속 일어나는지, 여성들이 왜 불안감을 느끼는지, 또 왜 분노하는지 정치권이 이제라도 인식해야 한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24일 피해자 추모 및 긴급행동을 열어 목소리를 냈어요. 당신도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라요. 같이 이 사건의 판결과 정치권의 변화도 계속 관심있게 바라봐요.
|
|
|
💬 무수의 코멘트
모보이스를 보내면서도 여성혐오문제는 너무 나의 문제임에도, 수많은 여성혐오사건들을 마주하다보니 크게 놀라거나 분노하거나 슬퍼하지 않게될 때가 있어요. 나의 죽음이, 나의 아픔이, 나의 고통이 이 사회에 살면서 이미 익숙해져버려서 일까요. 끔찍한 사건에도 무심해지는 저를 알아차릴때면 또다시 괴로워집니다. 무기력에 빠지고 싶지 않아서 혐오문제를 붙잡으면서 특히 여성혐오문제에는 익숙한 무력감이 찾아와요. 혹시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네요.
|
|
|
#발달장애인 #투표권 #교육권
🗳️ 발달장애인들은 투표권을 보장해달라고 외쳐요
국민이라면 누구나 투표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해요. 허나 발달장애인들을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고 이해하기 힘들어요. 어려운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인데요. 이는 투표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투표용지에 이름만 보고는 후보가 누군지 빨리 떠올리기 힘들어요. 이에 발달장애인들은 국가에게 아래 4가지를 요구했어요.
✦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 가이드북을 만들어라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직선거관리규칙을 바꿔라
✦ 발달장애인에게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을 제공하라
✦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하라
허나 재판부는 발달장애인 박경인・임종운 님이 낸 국가소송을 재판하지 않고 끝냈어요. 요구안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을 먼저 바꿔야한다는 게 주요한 이유예요. 이에 굴하지 않고 발달장애인들과 변호사, 활동가들은 목소리 내고 있습니다.
✦ 박경인 님 “투표장에서 저는 이 사회의 시민이 아니라고 외면당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이 사회의 시민이 아니라고 하니 나는 왜 태어났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을 만들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안 된다는 건가요! 항소하고 계속 싸우겠습니다.”
✦ 김윤진 변호사 “법원은 국가가 알아서 하라고 하고, 국가는 국회가 법을 바꾸라 하고, 국회는 법적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우리 사회에서 설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법원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법원은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십시오.”
✍️ 발달장애인들은 교육권도 이야기해요
최근 비마이너에 게시된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일부 전해볼게요.
✦ “‘장애인들은 문제가 있으면 특수학교에 가라'고하면서 집 앞에 있는 학교를 두고 외딴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말은 차별입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학폭위나 경찰 신고가 아니라 교장 선생님, 담임 선생님, 특수교사, 교육청이 같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일이 생겼을 때 신고가 아닌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놔야 합니다.”
✦ “학교가 비장애인 위주로 맞춰져 있어서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진로를 생각하며 미래를 준비하는데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진로는 너무 다릅니다. 비장애학생들과 진로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 할 수 없는 것이 나눠지면서 학교에서 비장애학생들과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기가 어려웠습니다.”
✦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활동가들이 비장애인 학생들, 선생님들, 시민들을 직접 만나서 발달장애인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어떻게 어울려서 지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습니다. 비장애인 학생들과 같이 수업도 듣고, 발달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맞춰가고, 발달장애인은 이상하고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그냥 똑같은 사람이라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
|
|
💬 무수의 코멘트
노들장애인야학은 1993년 8월 8일 열어 올해 30년을 맞이했어요. 노들야학을 30년간 다닌 학생이자 공동교장인 김명학님은 이렇게 말해요.
“나의 장애는 바꿀 수 없지만 비장애인중심의 사회환경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장애가 있든 없든, 성별이 무엇이든, 누구를 좋아하든, 우리가 가진 정체성과 고유한 특성들은 바꿀 수 없고 자신이 아닌 무언가 때문에 바뀌어선 안 돼요.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 사회를 바라봐야하는거 같아요. 내가 문제가 아니라 혐오문제이며 사회문제라고 이걸 바꿔야한다고 저마다 목소리를 내야 해요. 노들야학 30년 축하소식을 찬찬히 읽어보며 당신만의 행동을 찾고 해봐요.
|
|
|
무수 오늘도 고마워요^^ 건강 잘 챙기고 있지요?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 라는 책을 읽었는데 무수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잘 지내요!
🤍사랑눈 |
|
|
늘 고마운 사랑눈! 이렇게 피드백을 전해줘서 고마워요. 언제나 다정한 친구들이 저를 살린다고 느끼는데 오늘은 사랑눈이 저를 살렸네요! 몸과 마음 건강을 괜찮고요. 단지 이 사회를 미워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사랑눈은 잘 지내고 있나요?
추천해준 책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은 옥혜숙님과 이상현님이 11살에 만나 결혼 30주년을 맞으며 지낸 사랑스러운 이야기네요. 읽기 전부터 두 사람이 부러워지지만, 사랑눈 추천이라 읽어보고 싶고 궁금해요! 책을 읽고나면 후기 전해줄게요. 매번 모보이스 읽어주고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여기서 계속 만나요.
☘️무수 |
|
|
✨모보이스 읽고 하고픈 말이 있나요?
당신의 감정과 생각, 이야기를 기다려요
당신의 목소리가 당사자의 목소리니까요 |
|
|
나는 언어가 우리를 구해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말,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곳에서 새로운 사람이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
|
|
모어데즈ㅣMORE DAZZ
광고 및 협업문의 hello@moredazz.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