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의간음죄'란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처벌하는 것이에요. 현재 간강죄의 경우 폭행・협박의 정도가 피해자가 반항하지 못하는 정도이거나 현저하게 곤란한 정도여야 죄로 인정이 돼요. 이에 지난달 여성가족부가 강간죄 성립요건을 폭행・협박이 아니라 동의로 판단하는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검토를 밝혔는데요. 법무부의 반대로 반나절 만에 돌연 철회했어요. 이를 비판하며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범죄라고 계속 목소리 내고 있어요.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폭행・협박 규정이 성폭력 피해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직장 내 직위를 이용하거나, 술・약물을 이용하거나, 가족이 있는 집이라는 장소를 이용하거나, 친족이 가해자인 경우 폭행・협박이 없어도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해외 법을 살펴봐도, 피해자의 의사만이 아니라 이를 입증하는 과정과 절차에 따르고 있다. 영국, 스웨덴, 독일,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따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또는 동의없는 성적 침해를 강간죄 등으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 류호정 정의당 의원 “국제표준이 된 이 제도의 도입을 대한민국에서 말하면 위험하다. 비동의간강죄를 도입하면 무고한 남성의 인생을 망치는 꽃뱀이 늘어난다는 판타지 때문이다. 그 판타지를 믿는 일부 남성들의 키보드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실제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의하지 않았을 때 관계를 강제당한,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에 집중해야 한다.”
✦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성범죄는 성적인 욕구 앞에 인간의 존엄을 철저히 대상화하는 것이 본질이기에, 사람의 인격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힌다. 특정 성별의 유불리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럼 이대로 비동의 상태에서 일방이 간음한 행위를 단지 개인의 불운의 영역으로 남기자는 것인가. 모든 범죄는 무고의 가능성이 있다. 사실을 왜곡하여 애먼 사람을 잡는 부작용은 제도로 추려내어 바로 잡아야 할 일이지, 정치적 판단으로 갈라 쳐서 앞뒤 없이 반대할 문제는 아니다.”
✦ 이한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활동가 “성폭력은 젠더 권력구조의 문제라는 이야기가, 곧 남성 개개인의 존재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리어 남성이 이 문제에 함께 참여할 때, 비동의간음죄에 대한 논의는 성별과 성폭력 문제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폭력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다.”
🧐 성폭력은 폭행・협박 없이도 일어나요
✦ 2019년 전국 66개 성폭력상담소 접수 강간 상담사례 1,030명 중 약 70%가 폭행・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이었어요
✦ 2022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 초안 중 성추행 피해 상황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응답은 약 9%, 강간 피해에선 강요로 인한 발생했다는 응답이 40%로 폭행(23%), 협박(30%)보다 많았어요
특히 2022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연구진은 폭행・협박을 수반하지 않은 성추행이 더 많고, 강간 피해 역시 폭행・협박이 없는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강간죄 구성요건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어요. 이를 한겨례에서 취재보도하자 해당 보고서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 프리즘에 게시되었다가 삭제된 상황이에요. 여성가족부는 검토 후 최종 보고서를 오는 4월에 공개한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