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주어야 사람으로 존재해요
최근 책 «사람, 장소, 환대»을 읽고 있어요. 많은 분께 추천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논문을 읽고 있는 거 같아 잘 이해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읽고 있어요. 하지만 초반에 나왔던 이 구절은 또렷하게 이해합니다.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 말은 한 달을 걸어 도착한 국회 앞에서 미류 활동가님의 말과 닿아있습니다.
“같이 살아가는데도 보이지 않아서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차별금지법인데 국회는 이런 법 하나 못 만드나"
우리 사회엔 불리지 않은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을 불러주어야 우리는 사회에 들어가고 자리가 생깁니다. 그래야 사람으로 존재해요. 서로 이름을 불러준다면 차별과 혐오는 서서히 힘을 잃어갈 거예요. 그리고 여전히 덜거덕거리는 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겠죠? 그다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보다 눈부실 거예요. 그가 바라는 이름을 불러줘요. 내 이름을 불러 달라고 말해보세요. 제게 전해주면 있는 힘껏 불러드릴게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살고 싶은🌳무수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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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없애는 시급한 일, '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부산에서 서울, 30일간의 500km 대장정이 끝났습니다.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이 이 사회의 상식이었지만, 국회는 국민동의청원 심사기간은 2024년으로 미뤘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연기하는 것에 많은 시민이 실망하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우리 사회 차별을 없애는 시급한 일, 그 일의 최소한의 입법 장치인 ‘차별금지법' 소식을 찬찬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차별없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행진
지난 10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마지막 행진이 있었습니다. 이날에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종걸 활동가와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활동가를 주축으로 청년부터 노인, 무지개 깃발과 무지개 망토를 두른 시민 300여 명이 함께 걸었습니다. 이종걸 활동가는 너무 많은 사람이 나서 줘서 뜻깊다며 용감하게, 씩씩하게 우리의 삶을 우리가 만들어 내는 마음으로 걷자고 말했어요. 그렇게 차별없는 세상을 바라며 부산부터 서울까지 30일, 약 500km 걸어 서울 국회의사당에 도착했습니다. 미류 활동가는 30일을 걷는 동안 정말 많은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바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차별하면 안 된다'는 건 이 사회의 상식이라고 마지막 소감을 밝혔습니다. 국회의 국민동의청원 심사기한에 맞춰 도착했으나 국회는 “나중에"라고 답했습니다.
💬 2024년으로 연장된 ‘차별금지법’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계류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청원 등 다섯 건의 청원은 관련법률 개정과 제도 변경 등과 연관되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도 있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위원회 의결로 다섯 건의 청원 심사기간을 2024년 5월 29일까지로 연장해줄 것을 의장에게 요구하고자 하는데 이의 있으신가"
이후 43초 만에 이의없이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날까지 연장하자는 법사위 의결이 이뤄졌어요. 다섯 건의 청원 중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사위 민주당 간사이자 평등법 대표발의자인 박주민 의원은 심사기간 연장이 그때까지 논의를 미루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공청회도 응하지 않고 있다면 약간의 기간을 둬서 숨통을 트려는 거라고 어떻게든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논의를 시작하고 최대한 빨리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법사위의 결정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법 제정을 바랐던 사람들이 실망하기 충분한 결과였습니다.
☄️ “모든 차별은 긴급히 없어져야 한다"
법사위의 결정과 함께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긴급한 사안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하는 방향을 정하는 지침 같은 것이라며 숙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면서 차별금지법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미루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어요.
✦ 미류 활동가 “같이 살아가는데도 보이지 않아서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차별금지법인데 국회는 이런 법 하나 못 만드나"
✦ 이종걸 활동가 “10만명의 청원 동의를 심사 연장이라는 공문 하나로 답할 수 있나. 참을 수 없는 건 대놓고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는 이들보다 웃으면서 공손하게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는 국회 권력자들의 오만방자함이다.”
✦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 심의도 안 하고 청원 심사를 미뤘다. 그렇다고 공청회나 토론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심사기간을 늘렸다. 매우 비겁한 태도다"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차별금지법이 긴급하지 않으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긴급하지 않다. 모든 차별은 긴급히 없어져야 한다.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
✦ 장혜영 정의당 의원 “오랫동안 동성애 반대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앞세워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해 온 주장에 영합한 이 후보는 다음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 조혜인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이 후보는 이 법이 시급하지 않다고 했는데, 지금도 다양한 차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 민생에 관한 시급한 문제이다. 정치인들이 이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사회 각 영역에서 여전히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차별금지법이 이를 시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입법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조속한 차별금지/평등법 입법 논의를 국회에 재차 촉구했습니다. 앞으로 ‘차별금지법'에 관심 가지며 지지와 응원의 마음을 보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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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서로 연결되어있다
⚖️ 장애인복지법 위반 및 학대치사 혐의로 사회복지사 구속기소
지난 2일, 인천지검은 장애인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여 질식사를 일으킨 사회복지사 A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및 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다른 사회복지사 B씨와 원장 C씨는 불구속 상태로 보완수사를 하고 있다고 해요. 그러나 가해자들은 여전히 사과는 물론 혐의 인정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유족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인천장차연)는 지난 5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내 주간보호센터 인권실태 전수조사를 요구했습니다.
😡 “인천시, 연수구, 운영법인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인천장차연은 단순히 식사과정에서 벌어진 사고가 아닌 장애인의 의사와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강요된 학대에 의한 사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인천시, 연수구, 운영법인인 (사)인천장애인부모회 인천지회에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어요. 실제로 운영법인은 사망이 발생한 주간보호센터 운영을 포기할 뿐 이외 별다른 행정조치가 없는 상황이에요. 이에 인천장차연은 장애인 학대 및 인권침해에 대한 점검과 조치를 위해 아래와 같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 법인에 대한 강력한 행정조치
✦ 인천시 내 장애인주간보호센터 민관합동 인권실태 전수조사
✦ 연수구청 관련 공무원 징계
✦ 장애인주간보호센터 CCTV 관리 및 열람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매뉴얼 마련
특히 사건에 관해 유가족이 CCTV 열람 요구를 했고, 경찰은 관련 규정상 열람이 불가능하다고 답했어요. 또한 CCTV 보관기간이 3일에 불과해 사건 확인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인천장차연은 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진술이 어려운 장애인, 아동의 인권침해 사실 확인은 대부분 CCTV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관련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이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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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의 코멘트
“장애인의 인권이 유린당하다 못해 사망까지 발생한 사건을 두고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불행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피의자들이 엄벌을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
사망한 장애인의 아버지인 장씨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걸 뼈아프게 느낀 그의 말이었습니다. 우리의 숨이 연결돼 코로나19에 누구도 안전할 수 없듯이 이 사회구조와 고정관념, 분위기 속에서 우린 너무도 끈끈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의 행복과 안전과 일상도 연결되어있다는 걸 떠올립니다. 눈부신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있게 계속 관심 가져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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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집회가 열렸습니다. 집회에서는 특히 이주노동자가 퇴사, 이직 등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하며 열악한 숙소, 임금체불 문제, 불평등한 재난지원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이주노동자는 일회용품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외침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관심 갖길 바라며 소식 전해보겠습니다.
🔥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앞두고 이주노동자 집회가 열렸습니다. 해당 집회에는 네팔,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필리핀 등 이주노동자 80여 명이 참여했어요. 이들은 전태일다리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종로부터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며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어요.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비극, 강제・노예노동, 착취와 폭력을 막기 위해 잘못된 법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집회에서는 크게 고용허가제 폐지, 열악한 숙소 대책 마련, 임금체불 문제, 평등한 재난지원 정책 실시를 요구했습니다.
🧐 일을 쉴 수도, 그만둘 수도 없다면?
특히 ‘고용허가제 폐지'는 강조했습니다. ‘고용허가제' 란, 2004년 도입된 제도로 인력난을 겪는 우리나라 제조업체,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5개 업종에서 이주노동자가 일할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이에 국내 다수 중소기업과 농・어촌은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요. 허나 문제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에 따라 이주노동자가 퇴사, 이직 등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입니다. 휴・폐업, 노동조건 위반, 부당한 처우 등 노동자 책임이 아닌 사유에만 예외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어요. 이러한 제도 때문에 이주노동자는 건강과 안전에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해요.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몸에 이상이 생기면 치료도 제대로 안 해주고 사업장 옮기고 싶어서 거짓말한다고 무시해 이주노동자는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고 사업장을 벗어날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한 상황이 노동자 산재,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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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의 코멘트
“이주노동자는 일회용품이 아닙니다. 젊은 사람 데려와서 최대한 착취하고 버리고 또 새로운 사람 데려오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이주노동자가 장기적으로 일하며 한국에도 기여하고 자기 미래도 계획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주노조 위원장 ‘우다야 라이' 인터뷰를 전합니다. 그는 어떻게 외국에 와서 노조 활동을 하고 더구나 위원장까지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해요. 이 질문에 대한 그는 “차별받은 경험이 나를 이 길로 이끌었다 할까요.” 답했습니다. 이번 혐오이슈가 제겐 유독 멀게 느껴졌어요. 아무리 기사를 찾아보고 사진을 봐도 현실감이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럴 때는 당사자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인터뷰를 읽어봅니다. 그러면 잠시라도 그 사람을 만나고 온 거 같거든요. 단단한 그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겪은 어려움, 막막함, 슬픔, 억울함, 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일이 멀게만 느껴진다면 인터뷰를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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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뉴스레터에서 전했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 비영리법인 설립 불허가’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서울시인권위원회가 설립 불허가는 차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허나 아직 서울시 입장은 내놓지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인권위의 권고에 환영하며 차별적 행정에 대응하며 행정심판도 청구한 상황입니다. 퀴어 관련 비영리법인 설립이 왜 이리 어려운지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해당 이슈를 통해 더 알아가봐요.
🙅 퀴어법인 설립 불허가는 차별이다
지난 9월 3일 모어데즈 뉴스레터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가 낸 비영리법인 설립에 대해 불허가를 낸 서울시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이후 지난 3일 서울시인권위원회는 퀴어법인설립 불허가처분은 성소수자를 차별한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시인권위원회는 권고문을 통해 성소수자도 평등하게 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퀴어조직위 법인설립 불허가처분을 취소하고 차별적 조치가 재발하지 않도록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에 관한 업무처리절차 및 지침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서울시가 제시한 불허가 처분은 그 자체로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이번 판단은 합법적으로 금지되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행정심판 청구까지, 차별적 행정에 대한 대응이다
이에 서울시가 권고를 받아들여 이행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인데요. 아직 서울시 입장이 나온 것은 없으나 지난 10월 19일, 서울시인권위의 권고안이 얼추 정해진 내용을 알고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번복할 여지가 없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확정된 권고안으로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인데요. 서울시인권위의 판단에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어요. 그와 함께 서울시가 조직위에 가한 명백한 차별과 성소수자 혐오 편승 행위를 인정하고 즉각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고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더불어 조직위는 행정심판도 청구한 상황이에요. 이러한 차별은 서울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많은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우리의 삶과 연결된 교육현장과 학교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가정에서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행정심판 청구는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적 행정에 대한 대응의 시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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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뉴스레터를 읽으며 떠올랐던 생각, 당사자 이야기나 연대의 메시지. 뭐든 보내주세요! 레터에 대한 피드백도 있다면 전해주세요. 꼼꼼히 살피고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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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발견할 때까진,
우리는 혼자일 수밖에 없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김은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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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데즈ㅣMORE DAZZ 광고 및 협업문의 hello@moredazz.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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