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은 친구끼리
엄청 끈끈하더라고요”
☕️ 남성이 느끼는 친구 관계
한 페미니즘 이슈 중에서 친구나 애인이랑 이야기했던 주제 있으세요?
현욱 최근에 애인이 올린 영상 중에서 환승 연애 리뷰 영상이 있어요. 거기에서 남성다움, 여성다움에 대한 편견이 담긴 편집이나 출연진 행동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체해 보니까 편견일 수 있겠더라고요. 근데 사실 얘기를 안 했으면 저는 인지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생각 못한 것이었어요. 확실히 전보다 편견이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당연하게 넘어가는 것이 생각보다 많아요.
한 구체적으로 뭐가 있었어요?
현욱 편집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프로그램 안에서 여성 출연자끼리 얘기하는데 ‘되게 눈이 높으시네요’ 라는 말을 편집자가 기싸움으로 인식하고 칼소리 넣거나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 것이요. 그냥 순수한 칭찬일 수 있는데 뭔가 여성은 예민하고, 여성끼리 싸우는 구도를 만드는 거죠.
한 개인적으로 저는 연애 예능을 많이 안 보는데요. 은연중에 영향을 많이 준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마음은 다 본능적으로 있잖아요. 근데 매력적인 모습이나 연애의 모습이 사회적이라고 생각해요. 100년 전, 1,000년 전 이상형 모습이 다를 거 아니에요. 근데 요즘 반복해서 강조하는 건 남성의 능력일 때가 많아요. 직업 자랑 많이 하잖아요. 차 타고 등장하고.
현욱 연애 프로그램에서도 남자들 직업에 다 ‘사’자가 들어가요. 의사, 변호사. 근데 여성들 직업은 모델, 스튜어디스 등 확실히 성별적으로 편향된 직업이 많이 나와요. 프로그램에서 그걸 상위의 여성과 남성으로 표현하는거 같아요.
한 고민되는 지점들이 있죠. 이런 이야기 애인과 친구들과는 많이 될 거 같은데 다른 친구 무리랑은 어때요?
현욱 대화가 되는 친구는 한 명 있어요. 애인을 알게 해주는 친구인데 그 친구가 제 고등학교 친구고 애인과는 같은 사회학부였어요. 그 친구는 페미니즘 공부를 많이 해서 이야기하기가 괜찮아요.
한 그분은 남성분이에요?
현욱 네. 그 친구랑 고등학교 때 같이 밴드 했거든요. 제일 친했던 친구였어요. 그 친구는 생각하는 걸 엄청 좋아하고 저보다도 훨씬 편견 없고 탐구하는 걸 좋아해요. 둘이서 만나면 소주 한 병만 까도 밤새요. 철학적인 얘기를 할 때도 있고 학문적인 것도 있고, 토론하다 보면 재미있어서 계속 얘기해요. 그런데 그 친구 딱 한 명 있고 나머지는 애인의 친구들이에요. 근데 애인의 친구들과도 사실 이야기 잘 안 꺼내요. 최근에서야 애인과 영상에 같이 나온 그 친구 한 명과만 페미니즘에 관한 얘기를 조금 튼 것 같아요.
한 어떻게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현욱 일단 시간을 많이 보낸 게 컸어요. 친해지려면 계속 얼굴을 보거나 시간을 보내야 친밀감이 생기잖아요. 원래 그 친구도 현욱이는 페미니즘 별로 관심 없었던 것 같다면서 굳이 언급을 안 했어요. 이야기 꺼낸 것이 엄청 최근이에요.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애인, 애인 친구, 제 친구 이렇게 딱 3명 정도네요.
한 저도 제 또래 친구들이랑 있을 때 페미니즘 이야기를 꺼내면 불편해하는 애들이 워낙 많아요. 가끔 친구들이 여성 애인과 싸우거나 아니면 TV나 커뮤니티에서 무언가를 보고 저한테 슬쩍 와서 물어보는 정도죠.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언제든지 물어볼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현욱님 경우는 궁금하면 물어볼 사람이 꽤 있죠. 정말 좋은 거예요. 저는 애인과 이야기 못했던 걸 비슷한 사람과 말할 때 속 시원했던 경험도 있거든요. 왜냐하면 애인은 페미니즘 이슈가 너무 중요하지만 저랑은 거리가 있는 것이 많은 거예요. 예를 들어 월경이나 재생산이라든가. 제가 ‘맞아. 너무 힘들지’ 이렇게 말하는 게 웃기잖아요. 할 수가 없어요. 공감할 수 없고. 근데 저도 제 이슈가 있단 말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었던 남자다움, 흔히 맨박스라고 말하는 고정관념에 마니아였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모임을 열고, 친구들을 만나서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런 점에서 요새 관심을 갖는 이슈가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라는 주제거든요. 책 제목이에요. 한 40대 남성이 어느 날 돌아보니 친구가 없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사실 20대까지는 친구가 있잖아요. 군대가고, 결혼하면서 친구가 없어지는 거예요. 남자애들 사이에선 전화도 잘 안 하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다들 원래 인생은 외로운거라 말하죠. 이런 고민은 없나요?
현욱 있어요. 제 애인이 친구들이랑 엄청 밀접하게 지내요. 오늘도 제가 운동 갔다가 왔는데도 집에 친구들이 작업하고 있었어요. 그런 식으로 애인은 친구끼리 엄청 끈끈하고 서로 연락도 자주 하고 가까이 사는 친구끼리는 아프면 약도 챙겨줘요. 그래서 사실 애인이 없었던 시절엔 조금 서글프다고 생각했어요.
한 저는 이게 사회문제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남성 자살이 진짜 많아요. 한국에선 한 해에 약 1만 5천 명이 자살하는데 그중 남성이 1만 명이에요. 고독사 중에선 남성이 80%이죠. 너무 이상하죠. 근데 또 병원에 가거나 우울증을 진단받는 경우는 남성들이 거의 없어요. 저도 이런 고민을 한 것이 최근인데요. 내가 왜 이렇게 돌봄을 등한시했지, 싶더라고요. 누구나 아프잖아요. 누구나 병들고 누구나 죽고 그럼 돌봐줘야 하는데 내가 아플 때 친구한테 전화하면 ‘뭐 어쩌라고’ 이렇게 말할 거 같은 거예요. 대부분의 친구는 ‘병원 가. 이씨’ 이렇게 답하는데 그게 너무 서럽기도 하고요. 저도 여성 애인이 있는데 그분이 발이 되게 넓어요. 부산 가면 부산 친구를 만나요. 그게 신기한 거예요. 어떻게 그게 되지? 했는데 상시적인 돌봄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그냥 개인 간의 차이인가? 저도 생각보니 ‘주말에 어떻게 지냈어? 요즘 무슨 일 해?’ 이렇게 물어볼 수 있는, 상시적인 대화 창구가 없더라고요. 애인은 친구한테 전화도 많이 하는데 저는 솔직히 애인 아니고서는 통화를 절대 안 한단 말이에요. 내가 그래서 외로웠던 거구나, 발견하고 되게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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