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있도록 서로가 곁이 되어줘요
저는 친한 사람이 꽤 있다고 느끼는데요. 친함과 별개로 힘들다고 말하는 일을 어려워하는 저를 마주합니다. 며칠 전, 마음 아픈 일이 있어 일찍 자고 일어났는데요. 몸을 움직일 수 없더라고요. 슬픔과 아픔과 공허함, 미래에 다가올 고통까지 한꺼번에 몰려든 기분이었습니다. ‘얼어나야하는데…’ 여러번 되뇌이다가 ‘아니다. 오전엔 쉬어가자…’ 하며 내려두었습니다. 그리고 든 생각은 ‘이걸 아무에게도 들키지 말아야지. 부정적인 감정이 짐이 되지 않게 혼자 처리해야지’ 저는 왜 이런 생각이 들까요. 저만 그런건 아니겠죠. 말하고픈 입을 틀어막으며 고립감이 들었습니다. 내 마음을 알아줄 이가 하나도 없음에. 말하지 않아 공감할 자리를 막아두고 참 답답하다 싶더라고요. 이게 좋을 것이 없구나 깨닫고 작은 용기를 내어 그 시점에 연락이 온 친한 친구 2명에게 조금이나마 털어놓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공감받으며 힘을 얻는 대화를 나누었고 이후의 하루는 차츰차츰 일상을 찾아갔습니다. 모든 아픔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떤 고통은 나누지 못해 힘들어지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날의 배움으로 저는 힘듦을 잘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잘 울고 잘 웃고, 많이 아파하다가 또 일어나 뛰어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도록 서로가 곁을 내어주면 어떨까요?
(+) ‘지금의 혐오이슈’를 함께 만드는 동료 가을이 모친상을 겪어 쉬어가게 되었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시고 가을에게 위로의 마음을 보내주세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살고 싶은, 무수 드림
|
|
|
#색동원 #장애인시설 #탈시설
지난달 레터에 이어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벌어진 성학대 사건 소식을 살펴볼게요.
- 지난 1월 30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색동원 성학대 사건을 조사하는 범부처 합동대응 TF 구성을 긴급 지시했습니다
- 이후 2월 5일 합동대응 TF 첫 회의가 있었어요. 이 자리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 사건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고,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중대 사안’이라며 책임감 있게 임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 입소했던 장애인 87명 상대로 전수조사를 진행, 추가 피해자 8명 확인
- 2월 19일 색동원 시설장 김모씨 구속
- 시설 종사자 4명 입건 전 조사에 착수
- 시설장 김모씨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는 현재까지 3명
- 심층 조사에서 총 19명이 성적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해 추가 수사 예정
- 색동원 거주 장애인들은 또 다른 시설로 거처를 옮기고 있습니다
- 여성 장애인 15명을 색동원 시설이 아닌 곳으로 분리 조치, 여성 장애인 2명은 인천시의 한 피해장애인쉼터로 입소합니다. 남성 장애인 16명은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한 상황이에요.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시설이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탈시설을 외치고 있어요.
-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색동원 사건이 정말 색동원에서만 일어난 사건입니까?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는 시설장과 권력이 없는 시설 생활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인권유린과 폭력 사건들은 30년 전에도 일어났던 일이다. 30년 전에 저 같은 장애인을 시설감이다. 지금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는 의사 표현이 안 되기 때문에 자립생활이 안 된다고 하는데, 30년 전에 걷지 못해서 저에게 안 된다고 말했던 것과 무엇이 다르냐.”
- 미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자립 능력이 없다’, ‘자립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다시 시설로 보내진다면 이들의 삶은 달라질 수 없다. 죽을 때까지 시설에서 살라는 것이다. 자립 준비는 개인의 능력을 따져 가능 여부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별 상황에 맞춰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면, 자립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 전장연 “시설의 본질은 삶의 결정권을 박탈하는 구조이다. 참사가 터지면 강력 대책을 말하지만, 그 대책의 핵심은 늘 시설을 유지한 채 관리・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설은 계속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설을 더 안전하게 운영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피해생존자가 시설로 등 떠밀리지 않도록 자립지원, 그리고 시설 체제를 끝내는 탈시설 전환이다.”
장애인의 결정권이 존중받지 못한다면, 폐쇄적이고 차별적인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떤 시설이든 폭력은 반복됩니다. 결국 우린 함께 ‘탈시설’을 외쳐야해요. ‘어떻게 장애인이 혼자 사냐’는 질문에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서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 묻고 변화해 나가야합니다. 함께 질문의 방향을 바꿔요. 그리고 이 사건도 끝까지 지켜봐요.
|
|
|
☘️ 무수의 코멘트
“시설을 나와서 나에게도 자유가 생겨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구타와 체벌이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점도 좋았습니다. 지금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고, 여가 활동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한 몸이 아플 때 병원에도 자유롭게 가고 여행도 갈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습니다. 시설이 아닌 시설 밖의 삶이 다 좋습니다.” _ 오재석님
“사실 고민도 많았습니다. ‘내가 정말 혼자서 생활할 수 있을까? 밥을 먹는 것도, 화장실을 가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혼자서는 어려운 일인데 나에게 필요한 지원 시간은 충분할까?’ 하는 걱정들이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활동지원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아마, 충분한 시간이 지원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자립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_ 배유화님
“매 순간 탈시설하길 잘했다고 느낍니다. 밥을 먹을 때, 친구 만날 때, 무언가를 볼 때, 먹을 때, 자고 일어났을 때, 거리를 걸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릴 때, 일정을 계획할 때, 결정할 때. 결정하는 건 많은 생각을 해야 해서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행복해요. 내가 결정할 수 있어서요. 시설에 있었다면 시설 종사자들이 나의 의견도 묻지 않고 결정했을 테니까.” _ 박초현님
“저는 아직도 가끔 반찬 하나 때문에 고민하고, 가끔 외로워지고, 가끔 힘들면 엄마 생각 납니다. 저는 완벽하게 독립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보호 대상만은 아닙니다. 저는 제 삶이 주인으로 살기 시작했습니다.” _ 박동섭님
어떤 문제가 머리로만 이해되고 마음으로 와닿지 않을 때가 있죠. 그럴 때는 직접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요. 살았고, 살고 있기에 전해지는 힘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어느새 저도 그들과 한 목소리를 내게 되더라고요. ‘탈시설’이라는 단어가 낯선 분들에게 이 목소리가 필요할거란 생각으로 ‘2025년 탈시설증언대회’ 탈시설 당사자 기록을 일부 전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여기 있어요. 궁금하다면 천천히 한 사람의 일상을 따라가보아요.
|
|
|
#고변희수하사 #변희수재단 #트랜스젠더
🏳️⚧️ 용기를 기억하는 5년
지난 2월 24일, ‘고 변희수하사 5주기 추모행사’가 열렸습니다. 고 변희수 하사는 성확정 수술을 이유로 육군에서 강제 전역 당하고, 부당함에 용기있게 목소리 낸 사람이었습니다. 자리에 모인 이들은 변 하사를 기억하며 마음을 모았어요.
-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5년이 지나는 동안 변 하사를 전역시킨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고 국가 책임도 인정받았다. 변 하사가 남긴 흔적들이 우리의 용기가 돼 내일을 꿈꾸는 힘이 된 것 같다.”
- 변 하사를 지원했던 송지은 변호사 “희수가 하고 싶은 걸 충분히 탐색하고, 시도하는 것만으로 응원받고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공간과 자원이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스무살이 되자마자 성별 확정을 위해 법원 문턱부터 넘는 이들에게는 더 많은 시간과 기회가 필요하다.”
- 최근 군 전역한 퀴어 재훈님 “군에서 퀴어 혐오와 수직적 문화를 경험하면서 변 하사가 겪었을 상황이 더 잘 이해가 돼 혼자 오게 됐다. 변 하사가 직속 상관에서 수술을 위한 휴가를 승인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대화를 했을지 눈에 그려진다.”
-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현재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는가.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이 있었는가. 트랜스젠더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가. 변희수 하사 5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묻는다.”
변 하사의 용기를 기리며 트랜스젠더를 지원하는 ‘변희수재단’도 생겨났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재단 설립 신청을 처리해주지 않고 있어요. 그 시간이 벌써 1년 10개월입니다. 이에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는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했고 최근 1심에서 ‘위법’하다는 판단했습니다.
- 재판부 “원고의 2024년 5월 7일자 사단법인 변희수재단 설립허가 신청에 대한 피고의 부작위는 위법함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 변희수재단 준비위 “인권위는 시종일관 상임위원의 일치된 의견이 있지 않아 의결할 수 없었다거나, 상임위원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논의할 수 없었다며 자기변명만 늘어놓았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을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을 내팽개치고 과도한 재량권을 남용한 채 성소수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인권위를 향한 경고이다. 인권위는 긴급 상임위를 소집해서라도, 변희수재단 법인 설립 허가 관련한 안건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에서 2월 27일 고 변희수 하사 5주기를 맞아 온라인 추모공간을 마련했어요. 여유가 있다면 전하고픈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그리고 추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애도하는 마음을 전해주세요.
|
|
|
☘️ 무수의 코멘트
“과거에 내가 음악을 ‘예쁘고 강하다’라고 표현했던 것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트랜스젠더다’라는 말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던 것 같다. 음악을 하다 보면 스스로를 말로 설명하고 수식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서 그 당시에는 ‘예쁘고 강하다’는 표현을 선택했다. 실제로 그 말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어떤 이득으로 이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답했던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여성스러움=예쁨, 남성스러움=강함’이라는 도식 자체가 틀렸고 이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의 ‘키라라’는 예쁘고 싶지도, 강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다. 지금의 키라라를 묻는 말에도 어떤 수식어로 답하기보다는 ‘그냥 나’라고 말하고 싶다.”
12년차 전자음악가이자 트랜스젠더 ‘키라라’의 인터뷰를 읽었어요. 얼핏 들었던 그의 이름, 천천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궁금해서 음악도 찾아들었어요. 여러 조각이 쌓인 키라라의 음악은 감각적으로 몸을 흔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취향인 노래는 Wish 였습니다. 그를 좋아하는 팬들에겐 이미 유명한 노래인지 인트로부터 사람들이 음을 따라 불렀습니다. 언젠가 공연장에서 이 노래에 같이 춤추고 싶네요.
(+) 따끈따끈한 소식! 어젯밤(2/26) 키라라님이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부문 수상했습니다! 너무 축하할 일이죠. 트랜스젠더가 만든 앨범이 상을 받았다면, 울지말고 자살하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오자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키라라님이 정말 빛나 보였습니다. |
|
|
🎤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줘요
이번 레터를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해요
당신의 목소리가 당사자의 목소리니까요 |
|
|
💌 광고 환영해요
모보이스의 이야기를 지키며 구독자에게 도움되는 광고를 받습니다. 서로 힘이 된다면 함께해요!
|
💛 후원 기다려요
후원금은 커피 한잔 정도의 금액으로 받아요. 소중하게 받고 소중하게 쓸게요. 후원하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면 친구들에게 모보이스 추천해줘요. 후원과 추천 모두 큰 힘이 됩니다!
3333249200220 카카오뱅크 홍슬기(모어데즈)
|
|
|
사회적 지지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동료, 친구,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심리적, 물질적 지원을 뜻합니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
|
|
모어데즈ㅣMORE DAZZ
이메일 hello@moredazz.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