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기력에 휩싸일 때가 있지 않나요? 그럴 땐 몸을 움직이는 게 가장 좋은데, 그것도 안되는 날엔 그 다음 회피 방법은 의미없이 드라마, 영화, 예능, 유튜브를 돌려서 보는 겁니다. 영상을 보는 건 뇌의 에너지가 적을 때도 할 수 있기에 자주 써먹습니다. 정말 에너지가 없다면 과거 봤던 작품을 반복해서 봅니다. 그다음 대사, 인물의 표정까지 아는 작품을 보고 또 봅니다. 힘들 때마다 봐서 어떤 건 10번 넘게 보기도 했더라고요. 오늘이 마침 그런 날이었습니다. 특별히 힘든 일이 없다고 느낀 나날이었는데 숨을 내쉬는 것만으로 에너지가 조금씩 빠져나가 바닥을 치는 하루가 있는 거 같아요. 사실 이건 단지 저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겠죠. 삶이 생존이고 투쟁이고 불안이고 우울인 모든 이들이 겪는 일상일 거 같네요.
다행히 저는 이 무기력에서 나오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쉼.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끼며 무거운 일과 생각, 짐을 내려놓는 쉼. 그래서 계획했던 다음 주 휴재를 조금 더 늘려 이번 주와 다음 주를 쉬어갑니다. 뉴스레터를 휴재한다는 말은 할 때마다 고민되고 미안해서 짧게 적어보려고 했는데요. 평소 레터에선 일상의 시시콜콜함, 가족사까지 다 적어보내곤 이럴 때만 딱딱하게 구는 거 같아서 주절주절 편히 적어봅니다. 적으니 좋네요. 제가 힘들다고 쉬어가겠다고 털어놓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쉬고 연휴도 누리고 돌아올게요. 5월 16일 금요일에 다시 만나요! 부디 짧고 눈부신 봄날 가득 누리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