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무엇을 했나요?
“은세계다!”
올해 여름에 처음 알게 된 이 단어를 외칠 날을 기다렸습니다. 은세계는 사방에 눈이 쌓인 곳을 아름답게 이르는 말이에요. 일찍 잠에 들고 일어난 아침, 창밖이 은세계로 변해있었습니다. 와… 절로 감탄이 나오는 순간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그래서 그 순간이 참 감사했습니다. 아름다운 걸 보고 아름답다며 즐거워했습니다. 마음 한켠엔 폭설로 인한 사건사고, 오가는 길이 힘들어지는 걸음들을 걱정했습니다. 그래도 은세계 산책은 기쁜 일이라 하고 싶었는데 못했습니다. 하루는 알 수 없는 어지러움에 내내 밥도 먹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었고, 또 하루는 밀린 일과 집안일에 촘촘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복도에서 본 풍경이 벅차서 이걸로 이 하루들을 만족스럽게 여겼습니다. 당신은 눈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무엇을 했나요? 이쁘다고 말했기를,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기를, 뽀득뽀득 눈의 소리를 들었기를 바라요.
(+) 매주 금요일 찾아오던 모보이스는 오는 12월 한 달 쉬어갑니다. 일상의 루틴 같은 뉴스레터 일을 내려두고 잘 쉬다가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2024년 무사히 마무리하길 바라며 눈부신 새해 맞이해요. 2025년 1월 10일 금요일에 다시 만나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살고 싶은, 무수 드림
|
|
|
#동덕여대 #여성혐오 #페미니즘
🔥 여대 학생들이 질문합니다
동덕여대에서 시작된 남녀공학 전환 논란은 여대와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들에 질문을 던집니다.
- 💥 대학은 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나요?
-
- 여대 재학생들이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소통 없이 공학 전환 논의를 했기 때문이에요. 이에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공식적으로 학생총회를 열어 재학생들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 자리에는 전체 재학생 중 30% 달하는 1,973명이 모였어요. 안건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동덕여대 공학 전환’, ‘동덕여대 총장직선제’였습니다. 공학 전환에 반대 99%, 총장직선제에 찬성 99%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남녀공학 전환 논의는 잠정 중단하기로 했지만, 동덕여대와 학생들의 소통을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학교 측은 교내 시설물 피해와 건물 점거로 피해 금액 54억 원, 수업권 침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총학생회 측은 돈으로 학생을 겁박하는 태도를 비판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 🏡 안전하게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자리, 어디 있나요?
- 성차별이 공고한 한국 사회에서 여대의 공간은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지지받고 페미니즘을 배우는 곳입니다. 이에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은 단지 여대가 공학이 된다는 일보다 더 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혐오를 증명하듯 여대를 향한 백래시가 심한 상황입니다. ‘동덕여대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추적에 나섰고, 학교에 무단 침입해 시위 현장을 촬영하는 남성 유튜버들도 있었습니다. 또 여성혐오단체 ‘신남성연대’는 4주간 동덕여대 앞에서 집회하겠다고 신고했습니다. 이에 학생들은 괴롭힘을 목적으로 하는 집회신고를 막을 방법도 없고 신상이 공개되었을 때 보호할 제도도 부족해서 개개인이 숨어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 📢 여대에 존재하는 성범죄, 대학은 무얼 했나요?
- 지난해 7월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A교수가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학교측은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 조치가 부족하다고 여긴 피해 학생들은 이를 비판하며 대자보를 붙였는데요. 가해자 A교수는 이들을 고소했고 학생들은 과잠 시위와 래커칠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에 피해 학생들을 연대하며 지난 19일, 서울여대 학생들 500여 명이 모여 학내 성범죄 규탄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후 A교수는 사직했지만 피해 학생들 고소는 취하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학교는 과연 여자대학으로서 떳떳한가’ 비판합니다.
📱 논란의 웹툰 <이세계 퐁퐁남>을 기억하나요?
지난 레터에서 소개한 웹툰 <이세계 퐁퐁남>을 기억하나요? ‘퐁퐁남’은 연애 경험이 많은 여성이 경제적인 조건만 보고 결혼한 남성을 칭하는 혐오표현인데요. 이를 활용해 만든 웹툰 <이세계 퐁퐁남>은 불매운동과 여러 비판을 받고 결국 네이버 웹툰 공모전에서 최종 탈락했습니다. 네이버 웹툰은 이 일에 사과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어요.
- 🎤네이버 웹툰 “최근 공모전 관련 이슈로 독자 및 웹툰 창작자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플랫폼과 만화 산업 및 창작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부 자문위원회를 마련하겠다. 자문위원이 공모전을 포함한 전체 콘텐츠 서비스의 현행 운영 정책을 검토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
덧붙여 전문가들은 플랫폼이 콘텐츠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콘텐츠 창작자 역시 자신의 재현에 대한 윤리를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네이버 웹툰의 결정은 혐오를 외면하지 않고 목소리 낸 이들 덕분입니다. 계속 무언가를 보고 읽고 즐길 우리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요.
|
|
|
#트랜스젠더추모의날 #성별자기결정법
🏳️⚧️ 집회 한 번으로 달라지지 않더라도 계속 싸운다
지난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입니다. 이날을 맞아 애도하고 위로하는 자리와 목소리들이 가득 했어요.
- 🖼️ 트랜스젠더 추모 도서전 <안녕을 기억하기, 기억으로 살아가기>
- 지난 19일,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에서는 트랜스젠더 추모 도서전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사진과 글과 함께, 퀴어 이야기를 담은 책이 놓였습니다.
- 🎤 리나 조각보 활동가 “추모의 날이 슬프기만 한 날이 아니라 위로와 희망을 함께 나누고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 날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 🎤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얼마 전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신분증을 검사하고 탈의실로 안내받았을 때, 한 직원은 나의 외견을 보고 여성 탈의실로, 다른 직원은 신분증에 따라 남성 탈의실로 안내했다. 짧은 고민 후 남성 탈의실로 가서 구석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이 고민되는 상황에서 건강검진도 제대로 못 받겠지 하는.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3월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 있음에도 추모를 해야 하는 기념일이 또 있다는 것에,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그만큼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어려움이 떠올라 복잡한 마음이 들곤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날이 있기에 떠나간 이들을 그리며 서로를 돌볼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기도 한다.”
- 🎤 정보라 작가 “나의 대학 강사 생활 12년, 대학원 조교 시절까지 근 20년의 교단 경험을 되짚어 봐도 성소수자 학생은 언제나 어느 강의에나 있었지만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내가 그다지 안전한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생각하며 후회했는데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트랜스젠더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학업이 중단돼 대학 진학을 못하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반드시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수자이기 때문에 괴롭힘이나 따돌림의 표적이 되고,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결국 학업을 그만두고 스스로 사라지는 수밖에 없다면 이것은 아주 심각한 차별이다…집회 한 번으로 해결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계속 싸운다.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트랜스젠더 청년들에게 첫 긴급지원을 시작했다. 나는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를 주관한 단체 중 하나인 트랜스해방전선을 후원한다. 내년은 모두 살아남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 🎤 연혜원 <퀴어돌로지> 기획 및 공저자 “트랜스젠더의 지식이 지금의 페미니즘을 가능하게 하고있다. 하지만 많은 페미니스트가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페미니스트의 경험으로부터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끊임없이 누락시키고 있다. 트랜스여성의 경험은 여성의 경험의 일부이며, 트랜스젠더를 향한 차별과 폭력은 언제나 여성에 대한 폭력의 연장선이고, 트랜스젠더의 지식은 페미니즘의 지식과 함께 해왔다. 매년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이 날을 기념하며 나를 페미니스트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나의 훌륭한 트랜스젠더 선생님들에게 이 글을 바치고 싶다.”
🌈 11월부터 독일에서 ‘성별자기결정법’이 시행되었어요
독일에서 성별자기결정법이 통과된 것은 기존 성전환법 폐기와 함께 이뤄졌습니다. 기존 법이 트랜스젠더 당사자에게 굴욕감을 주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을 받고 위헌이라는 결정도 수차례 받았기 때문이에요.
- ✔️만 14세 이상이면 남성・여성・다양・무기재 중 하나를 선택해 등기소 신고만으로 성별을 바꿀 수 있음
- ✔️만 14세 미만인 경우 법적 보호자의 동의 필요
- ✔️신청 후 실제 성별 변경은 신청 1년 뒤에 이뤄짐
벌써 한달만에 1만 5,000명이 신청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스벤 레만 연방정부 퀴어담당관은 퀴어들이 이 법을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보여준다며 인권과 민주주의에 중요한 날이라고 말했어요. 독일을 포함해 성별자기결정법을 시행한 나라는 20여 개국이 있어요.
- 🌏 2012년 성별자기결정법 만든 나라는 ‘아르헨티나’
- 🌏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등 유럽 12개국에서 이미 자신의 성별을 정할 수 있음
- 🌏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남미 6개국에도 성별자기결정법 존재함
한국엔 성확정 수술이 성별 정정 허가요건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일부 법원에서 성확정 수술을 해야 성별 정정을 해주곤 합니다. 이 역시 변하고 있어 비수술 상태에도 성별 정정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요. 지난해 성별 정정 사건 데이터를 보면 203건이 접수되었고 그중 159건, 약 78%가 성별정정이 이뤄졌어요. 아직 한국에선 자신이 스스로 성별을 결정한다는 것이 먼일처럼 느껴지지만, 국경을 넘으면 그건 이미 현실입니다. 지금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질문을 던져봐요.
|
|
|
"마음에 가득 찬 울음을 비워내면 빈자리가 희망으로 채워지는구나, 느꼈습니다."라는 마음이 인상 깊었습니다. 요즘 마음속에 가득 찬 울음을 비워내고 있는 중인데, 이번 이야기는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 모두가 아프지 않게 살아갔으면 하는 무수 |
|
|
지난 레터 <✨마음에 가득 찬 울음을 비워내면>을 읽고 후기를 보내줘서 고마워요. 제가 놓쳤더라고요…뒤늦게 확인해 죄송합니다. 저와 닉네임이 같은 ‘무수’님일까요? 더욱 신기하다 생각하며 전해준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요즘 마음속 울음을 비워내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비워낸 마음의 자리들이 느껴지나요? 빈자리마다 사랑, 감탄, 응원, 지지 등 세상의 따뜻한 마음들이 채워지길 바라요. 다시 한번 모보이스 읽고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만나요!
☘️ 무수 |
|
|
🎤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줘요
이번 모보이스를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해요
당신의 목소리가 당사자의 목소리니까요 |
|
|
💌 모보이스 광고・후원 받습니다!
당신에게 모보이스가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면 오래 해나갈 수 있도록 광고・후원해주세요.
광고
모보이스의 이야기를 지키며 구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광고를 받습니다. 서로 힘이 된다면 함께 해요!
후원
후원금은 커피 한잔 정도의 금액으로 받아요. 소중하게 받고 소중하게 쓸게요. 후원하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면 친구들에게 모보이스 추천해줘요. 후원과 추천 모두 큰 힘이 됩니다!
3333249200220 카카오뱅크 홍슬기(모어데즈)
|
|
|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눈을 바라본다. 버스에서라면 얼굴을 들고 한동안 차창 밖을 응시한다. 어떤 소리도 없이, 아무런 기쁨도 슬픔도 없이 성근 눈이 흩어질 때, 이윽고 수천수만의 눈송이들이 침묵하며 거리를 지워갈 때, 더 이상 그걸 지켜보지 않고 얼굴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흰> 한강 |
|
|
모어데즈ㅣMORE DAZZ
이메일 hello@moredazz.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