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렇다, 어쩔 수 없다, 당연하다는 말에 질문해요
집으로 들어가는 산책길에서 한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야생 너구리 출몰 주의하세요.”
눈이 번쩍이는 야생 너구리 사진과 함께 먹이를 주지 말라, 만지지 말라는 말도 덧붙여있었습니다. 동네에 너구리가 나온다는 것보다 꽂힌 것은 ‘야생'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야생 너구리의 반대말은 뭐지? ‘야생'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서 자람’이란 뜻이 나왔습니다. 어떤 존재가 저절로 나서 자랄 수 있나, 왜 야생 너구리는 있고 야생 인간이라는 말은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저와 함께 가족 주제로 책을 읽고 글을 썼던 친구는 모임 후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이런 말을 적었습니다.
“사람이 땅에서 솟아나면 안 되는 걸까? 누군가의 배를 갈라서 탄생하는 일보다, 씨앗으로부터 발아하는 일이 훨씬 근사할 텐데.”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인간이 식물처럼 씨앗으로 태어나 자랐다면 우린 서로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까, 막연한 상상을 합니다. 혐오문제를 이야기하면 일상의 여러 지점에서 질문이 많아져요. ‘원래 그렇다’, ‘어쩔 수 없다’, ‘현실적으로', ‘당연하다’는 말을 비틀고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힘이 혐오문제를 바라보며 얻은 것이라 느낍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질문을 하고 있나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살고 싶은, 무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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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페미니즘 #젠더 #난민
🏟️ 2024 파리 올림픽 봤나요?
저는 언제부턴가 올림픽이 심드렁해요. 한 나라를 대표해 순위를 매기는 일이 그리 재밌지 않더라고요. 한국인이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 애정이 없어서일까요. 그래서 올림픽 안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소식보다는 올림픽이라는 하나의 이벤트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올림픽과 혐오문제는 늘 뗄 수 없었기에 하나씩 전해볼게요.
- ☄️ 올림픽에서 외치는 페미니즘
- 파리올림픽 개막식 한 장면, 커다랗게 sororité(여성 연대)가 나오고 프랑스를 빛낸 여성들이 소개되었습니다.
- 여성의 권리 선언문 초안을 써서 발표한 ‘올랭프 드 구주’
- 1922년 최초로 세계 여자 대회를 조직한 운동선수 ‘앨리스 밀리아트'
- 소르본 대학에서 공부한 최초의 흑인 여성 ‘폴레트 나르달'
-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알리스 기'
- 프랑스 국회에서 임신중지 합법화를 이끈 ‘시몬 베이유'
-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선 최초로 여자 마라톤 우승자들의 시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동안은 마라톤 시상식은 남자 선수들만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에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우리는 프랑스 역사에서 중요한 1789년 ‘여성 행진'에서 영감을 얻었다. 파리 올림픽은 프랑스를 인권의 나라로 만들고, 자유의 가치를 수호한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했다’고 전했습니다.
- 🙄 두 개의 성별로 구분하는 올림픽
- 스포츠는 성별을 기준으로 나뉘어 경기가 이뤄집니다. 이 때문에 고통을 겪은 ‘이마네 칼리프' 알제리 복싱선수. 칼리프는 작년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XY 염색체를 가졌다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격 처분을 받았었어요. 이후 IBA가 판정 비리로 올림픽 경기를 관장할 권리를 빼앗기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만으로 선수의 성별을 결정지을 수 없으며 칼리프 여권에 ‘여성'이라 명시돼 있어 여자 종목에 참가할 수 있다고 답해 칼리프가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었죠. 그러나 경기 내내 칼리프 선수를 성별 논란에 휩싸이며 힘겹게 경기를 했습니다. 여기서 우린 많은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눠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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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 염색체가 성별을 만드나요
- 🎤소피아 베티자 젠더&정체성 전문기자 “세상엔 너무나도 많고 다양한 사례의 유전적 변이가 존재하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Y 염색체를 지녔기에 남성이며, Y 염색체가 없기에 여성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말한다.”
- 🎤임소연 숙명여대 글로벌거버넌스 연구소 연구교수 “2000년대 이후 이루어진 연구는 남성의 성별・생식과 관련한 유전자가 오히려 X 염색체에 모여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XY 염색체를 가져도 남성이 아닐 수 있고 XX 염색체를 가져도 남성일 수 있다. 결국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성염색체가 아니다. 성염색체는 성별 결정을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염색체에도 성별 결정에 영향을 주는 많은 유전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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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SD, 인터섹스를 잘 알고 있나요
- 🎤유기훈 노들장애인야학 휴직 교사 “DSD(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란, 성적 발달의 차이로 성기, 염색체, 호르몬 등에서 전형적 여자 혹은 전형적 남자로 구분되는 신체와는 다른 특질을 타고난 상태를 지칭하며, 흔히 인터섹스(intersex)와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 🎤허진무 기자 “혐오도 공정의 가면을 쓴다.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의 차이를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그런 무지를 당당하게 드러낸다. 일각에선 논바이너리로서 여성 육상경기에 출전한 미국의 니키 힐츠 선수를 겨냥해 불공정하다고 비난한다. 힐츠는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고, 수술로 성을 전환하지도 않았다. 힐츠는 ‘논바이너리가 뭘 뜻하는지 계속 설명하는 것도 이제는 지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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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이 정말로 평등한가요
- 🎤이슬기 칼럼니스트 “올림픽이란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는 지극히 능력주의의 장이다. 소속 국가로 대변되는 국가주의, 그리고 철저히 성별 이분법에 기초한 세계다. 칼리프와 린을 둘러싼 ‘논란'은 올림픽에서 젠더권을 올호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 기준이 국가가 인증하는 여권에 기재된 성별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과연 온당한가의 문제가 남는다. 여권에 적히는 성별이야말로 국가 안에서 지독한 투쟁을 거쳐 쟁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허진무 기자 “스포츠에는 ‘공정만큼 ‘평등'의 가치도 중요하다. 최초의 올림픽은 남성만의 축제였다. 올림픽 창설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격렬한 실체 활동이 여성의 매력을 파괴한다'며 여성의 참가를 금지했다. 그로부터 128년이 걸려 남녀 선수가 동수가 됐다. 다시 128년이 흘러도 인터섹스의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까. 사람의 존재 자체를 이유로 배격한다면 ‘다양한 차이를 극복한다'는 올림픽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 👣 쫓겨난 난민과 초대받은 난민
-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며 파리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 밑에 표면에 가시가 난 뾰족하고 거대한 콘크리트 블록 수십개가 놓여있다고 해요. 이는 당국이 이번 올림픽 기간에 난민, 노숙인들을 거리에 내쫓고자 설치했다는게 활동가의 이야기예요.
- 🎤 폴 알라우지 활동가 “이건 사회 정화. 사람들을 내쫓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단기적인 해결책만 구상할 뿐이죠. 비참한 상황을 카펫 밑에 잠시 숨겨둔 셈입니다. 물론 우리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지내기보단 실내에서 지내길 바란다. 그러나 그저 이렇게 분산시키는 건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 파리올림픽에 난민 대표팀이 있어요. 유엔난민기구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총 36명의 선수들입니다. 이들은 중앙 하트가 있는 자체 엠블럼을 사용했습니다. 선수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도 주목받았어요.
- ✨ 마니자 탈라시는 브레이킹 비걸 종목으로 출전했다가 실격 처분을 받았는데요. 이는 경기를 마치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자유를'이란 문구를 적은 망토를 두른 것이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금지한 정치적 의사 표현 행위이기 때문이에요. 허나 탈라시는 ‘나는 사람들에게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신의 행동에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 🎤신디 은감바 복싱 선수・난민팀 첫 메달리스트 “난민 운동선수도 다른 선수들과 똑같다. 신분 증명 서류나 시민권이 다르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점... 난민 최초로 메달을 따게 된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전 세계 모든 난민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계속 열심히 하고, 자신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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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온라인괴롭힘 #돌봄노동
😡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괴롭힘당해요
‘넥슨 집게손 사태' 기억하죠.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게임 캐릭터 손모양이 ‘집게손'이며, 이 집게손이 남성혐오를 상징한다고 말했고 게임회사 넥슨과 외주업체까지 사과하고 해명하며 일이 커진 사건이었죠. 이 과정에서 집게손을 그린 작업자라고 잘못 지칭된 A님은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되며 사이버불링을 받았어요. 온라인 괴롭힘에 정당하게 대응하고자 피해자 A님은 고소를 진행했는데요. 최근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즉 범죄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에요. 이에 피해자와 여성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 🎤피해자 A님 “불송치 결정서를 받고 암담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받아들여지면 제 뒤의 피해자가 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 🎤범유경 변호사 “경찰은 불송치 이유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손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풍토'라고 썼는데 ‘풍토'라고 해서 정당한 것은 아니라고 잘못된 금기에 대해 수사기관이 동조해서도 안된다. 설령 정당한 금기라고 해도 명예훼손, 모욕 범죄에 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를 처벌해야 마땅하다.”
-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페미니즘 관련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를 표했다는 것을 이유로 온라인에서 괴롭힘 및 혐오 대상이 되고 집단 행동에 의해 사실상 직업 수행에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하므로 법령・제도・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 인권위 결정문조차 참고하지 않은 건 직무유기다.”
-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 “수사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트위터에 공조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 이 사건을 가벼이 여기고 충분히 수사를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가해자의 범죄는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으로 가벼이 여기고, 피해자는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불송치 이유는 잘못된 성폭력 통념과 너무도 닮았다.”
🤲 돌봄노동, 얼마나 인정받고 있나요?
문제가 많은 ‘이주민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6일 필리핀에서 정부 공인 자격증을 보유한 20-30대 여성 100명이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허나 시작부터 한국과 필리핀 정부 입장 차이가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가사와 돌봄 노동을 함께 고려한 부분이 있는 한편, 필리핀에선 명확하게 돌봄도우미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에티 로즈마리 필리핀 이주노동부 송출국장 “우리가 파견하는 인력은 돌봄도우미인데 가사도우미로 잘못 이해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자격(NC2)을 갖춘 유능한 돌봄도우미를 송출할 예정으로, 가사도우미를 보내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싶다.”
이 시범사업과 함께 돌봄노동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이 사업은 공식적으로 외국인을 차별대우하고 돌봄과 여성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며 개별 가정에 부담을 안기고, 공적인 책임을 하지 않겠다는 공공성 포기 선언이다.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성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하는데 정부는 그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값싸게 취급하며 외주화하고 있다.”
- 🎤박연희 이주민센터 친구 이사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육교사, 아이돌보미, 초등 돌봄 전담사 등 140만 명이 넘는 돌봄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미 불안정한 호출형 일자리,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조건, 여성의 노동을 폄하하는 낮은 사회적 인식 등으로 이미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돌봄을 사회경제적으로 인정하고,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이 우선이다.”
- 🎤김인규 간병시민연대 활동가 “돌봄을 위한 각종 공적 시스템이 파편적으로 운영되고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걸 방치한 채 값싼 노동력으로 사회적 돌봄을 가정에 떠넘기고 있다. 공적 서비스를 비용으로 접근하면 간병 문제는 앞으로 돌봄 재난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적 시스템에 대한 논의 없이 비용을 깎는 것만으로는 국민이 바라는 질 좋은 돌봄도, 지속 가능한 사회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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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함께 살 수 있을까> 쓴 고은의 새로운 책 <불화와 연결>이 나왔어요! 고은의 두 책의 공통점이라면 청년, 인터뷰 그리고 연결이에요. 고은과 라이츠 모임을 만들며 인터뷰가 한 사람의 세계에 깊게 들어가 그와 나를 연결시키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책 <불화와 연결>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해요. “우리는 혐오와 증오에 빠져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을까? 미워만 하느라 사랑하는 법은 잊었을까?” 이 물음에 오래 머물게 된다면 책을 읽어봐요. 고은의 시선으로 담긴 한 사람의 인터뷰가 당신에게 작은 실마리를 줄 거예요. 참고로 이번 책에는 고은의 인세가 없고 인터뷰이와 인세를 나눴다고 해요. 좋은 이야기를 읽고 널리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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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줘요
이번 모보이스를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해요
당신의 목소리가 당사자의 목소리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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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투명한 사랑 이야기를 기다려요
한 달에 한 번은 사랑 이야기 가득 해보고 싶어요
이 자리는 당신의 자리입니다.
당신에게 전하는 여섯번째 질문!
"혐오에 대해 다른 감각을 지닌 사람과 사랑은 가능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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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연결될 수 있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랑까지 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불화할 수 있다"고도 말해야 한다. 우리는 미워만 하는 대신 연결될 수도 있다.
<불화와 연결> 김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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