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불안이
어쩔 수 없이 깊어지죠”
☕️ 고민하는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한 애인과 했던 페미니즘 이야기 중 기억나는게 있나요?
성우 여성들이 느끼는 치안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나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한국은 안전한 곳이지 않나,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밤에 다들 잘 다니지 않나, 생각했어요. 근데 밤에 다닐 때 저도 누가 나오면 무섭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근데 그걸 여자 입장에서는 더 크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한국인으로서 K-치안에 대한 자부심이 있잖아요. 저도 해외 경험이 많진 않지만, 다른 나라 가보면 우리나라 정도면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예전에 친구가 자취방 구할 때 했던 이야기들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어요. 저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는데 보통 제일 싼 집을 구하잖아요. 저는 그냥 반지하에 살았거든요. 나쁘지 않았어요. 근데 여자 동기나 후배, 친구들은 그런 공간을 아예 대상이 되지 못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외부에 노출이 될 수 있고 위험하다고 느껴지니까요. 그러니까 집을 구하는 비용이 엄청 비싸지더라고요. 도어락이 현관문에 있어야하고 건물 1층에도 있어야 하고. 그걸 들으면서 더 불안하다고 느끼는데 마음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말 돈의 문제가 될 수가 있다는 걸 그때 느꼈어요.
이와 비슷하게 저는 안전 이슈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사실 불법 촬영 이슈만 봐도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불법 촬영의 피해자가 될거란 생각이 잘 안 드는 거예요. 물론 누군가가 찍을 수 있겠죠. 근데 찍은 게 유포될까 생각했을 때, 썩 제 몸을 궁금해할 것 같지 않은 거예요. 그런 일이 흔치 않으니까요. 그에 반해서 여성들의 경우 훨씬 더 공포가 클 수 밖에 없죠. 단지 찍힘의 문제가 아니라 유포되는 게 장난이 아니잖아요. 그걸 보면서 불법 촬영 이슈를 페미니즘 운동에서 이야기할 때 진짜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어요.
성우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저도 그럴 수 있다고 느껴져요. 그런데 예를 들어 비동의 강간죄의 경우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어떤 공간에서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성별에 따라 신체적인 구조가 다르기도 하고. 그렇다보니 첨예하게 다툴 수 밖에 없다고 느껴져요. 각자의 불안이 어쩔 수 없이 깊어지고요.
한 첨예한 이슈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저희도 비동의 강간죄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그 불안에 대해 우리가 간과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거든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했는데 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면 어떡하지?’ 에 대한 불안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동의에 대해서 우리가 논의를 잘 해야하는데 그것 없이 법으로 이 문제를 빠르게 진행시키려 하다보니 여기에 따르는 오해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성우 예를 들어 페미니즘이나 사회학은 ‘인간이 백지 상태다’라는 걸 깔고 가는 거잖아요. 인간이 교육받기 전에는 백지이고 교육받은 이후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문화에 따라서 사람이 길러지고 이후 차이가 나는거 잖아요. 근데 사실 연구 결과 같은 걸 보면, 인간은 호르몬에 영향을 많이 받고 성격이나 집중력 등도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그렇다면 성별 간에, 사람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한 저도 성차(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어려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단적으로 경험하는 성차는 ‘키의 차이’잖아요.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10cm 정도 작아요. 그건 부정할 수 없는 팩트잖아요. 그랬을 때 성차가 없다고 말하기엔 어려운데요. 근데 성차가 존재하지만,이 차이를 넘을 수 없을 만큼 큰 벽을 두고 있는가 라고 했을 때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대체로 인간은 정규분포표로 산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여성과 남성으로 또 나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차이점도 있고 공통점도 있는게 인간의 삶인거죠. 거기에 더해 이 성차가 정말 생물학적으로 만들어진 걸까, 사회문화적으로 만들어진 걸까, 에 대한 의문이 있어요. 아까 성별 키 차이를 말했는데 그게 나라마다 진짜 달라요. 그것이 성평등 수준의 영향을 받아요. 무슨 소리냐면 성평등한 나라의 경우 키 차이도 줄어요. 성차별이 심한 나라는 키 차이도 커져요. 왜냐하면 성별에 따른 몸에 대한 기대가 있잖아요. 남자는 커야하고, 여자는 왜소해야하고, 이런 기대가 여전히 한국에서 미의 기준으로 있으니까 그러면 성장 과정에서 누군 더 먹고 누구는 덜 먹는 일이 발생해요. 그게 당연히 키 차이에도 영향을 주겠죠. 그래서 정말 성차가 자연적인 차이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전제가 흔들릴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일단 ‘자유롭게 두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이 역할을 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하게끔 두고,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지점에서도 좋지 않나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도와주는 게 사회의 필요성이라고 생각해요. 성차가 사회적일 수 있고 문화적일 수 있고, 여기까지 인정하고 거기서 멈추는게 아니라 그럼 어떻게 같이 살아가게 할지가 필요하죠.
성우 저도 동의해요.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지향해야 한다는 것,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궁금했던 것인데요. 자유로 가자면 말하기가 금지된 영역이 있잖아요.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성매매를 한다거나 성상품화를 한다는 것은 가게에서 음식을 파는 신체적인 노동과 똑같이 볼 수 있지 않은가. 그것에 편견이 없거나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 없다면, 예쁜 가구를 만들어 팔거나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처럼 서비스업의 일종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생각했는데요. 너무 금기시되는 주제이다 보니 다루는 사람들이 거의 없더라고요.
한 성매매 합법화와 불법화에 대한 것, 더불어 성매매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페미니즘에서도 하나의 목소리가 전혀 아니에요. 저도 고민하는 이야기에요. 저는 성노동자라고 이야기하는데, 반성매매주의자들은 노동자라고 하지 않아요. 뭐라고 하냐면 성착취 피해자라고 말해요. 이건 거래가 아니라 성착취이다. 근데 다른 진영에서는 이것도 똑같은 노동이라고 말하는거죠. 저도 성노동자들을 낙인하는 거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 놓여서 이 노동을 하는지 잘 모르면서 낙인 찍는게 개인의 삶에서 정당하지 않고, 또 사회적으로 이롭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성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할지 저도 미지수이고 고민이 되기도 해요.
다만 지금 성노동이 가지고 있는 기울어진 상황을 무시한 채로 냅두면 안돼요.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모두에게 자유로운 시장이 되어서 남자도 50% 성노동을 하고 여자도 50%하면 논의가 조금 더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살펴보자면 성노동자의 거의 90% 이상이 여성이란 말이죠. 왜 그러냐면 여전히 여성들이 자원을 갖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몸을 자원화하는 수밖에 없는 순간에 놓이기 때문이죠. 그런 상황에서 남성인 제가 이걸 이야기하기 되게 어렵고, 특히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뭐랄까,. 몰인격과 폭력을 감히 말하기 어렵더라고요. 사실 성노동에 대해선 여전히 낙인 찍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합법화하자고 하기엔 어려운 입장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장기를 팔지 않는 이유랑도 연결돼요. 어느 지점에선 이건 인간의 존엄과 이어지기에 거래할 수 없고 멈춰야 한다는 걸 정해야한다고 믿거든요. 그 논의에 앞서서 전제되어야 할 건, ‘과연 섹스란 무엇인가, 우리의 섹슈얼리티란 무엇인가’. 이게 특히 남성들의 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남성들의 섹슈얼리티가 되게 빈약하기 때문이에요. 정말 좋은 섹스는 뭐지, 많은 여성들과 섹스하는게 정말 좋은건가, 정말 즐거운 섹슈얼리티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그게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많은 폭력과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성우님은 섹슈얼리티에 대해 같이 고민하거나 이야기 나눠보셨던 적이 있나요?
성우 그 자체가 다 사회적인 금기와 연결된 것 같아요.
한 그게 비극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제가 몇년 전에 ‘남성 섹슈얼리티 탐구’ 인터뷰를 했었어요. 본인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는지, 내가 남성을 좋아하는지 여성을 좋아하는지, 내가 여성을 좋아하고 섹스하는데 무엇이 좋거나 필요할 때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거절하고 싶을 땐 어떻게 말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걸 직접 탐구해 본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어요. 근데 다들 별로 없는 거예요. 그래서 최근에 ‘포스트 포르노 세미나’를 열었어요. 지금 우리가 만드는 포르노가 폭력적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데, 이걸 보지말라고 하면 안 볼까 하는 거예요. 제가 성교육을 하잖아요. 그럼 뭐가 있지? 대안이 별로 없는 거예요. 우리가 비판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싶어서 세미나를 열었는데 되게 재밌었어요. 혹시 섹슈얼리티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까운 사람이 있나요?
성우 얘기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한 남자 친구들 사이에서도 잘 안하나요? 많이 그렇더라고요. 오히려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여자들은 잘하는 것 같아요. 제 주변 여자 친구들이나 페미니스트 동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해야한다면 일부러 더 말해요. 근데 남성들은 말하면 큰일나고 혼나, 아니면 문제시 된다고 생각하죠. 물론 이상하게 말하면 안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건 아니었는데 고민이 있어도 이야기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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