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무사히 보냈나요? 프리랜서이자 자영업자인 저도 휴일은 쉬어요. 그래서 가득찬 빨간날에 늘어지는 시간을 보내고 이번주 모보이스는 쉬어갑니다. 지난주 <무수의 편지 “부끄럽고 부끄럽지 않다. 쨍그랑 쨍그랑"> 레터로 보냈는데요. 이를 읽고 감사한 후기를 보내준 구독자들의 이야기를 남겨봅니다.
🎤 쨍그랑 쨍그랑 시끄럽게 깨지고 시끄럽게 다시 붙이는 일을 반복하고픈 권등대님의 목소리
"일단 이번 레터의 제목, <부끄럽고 부끄럽지 않다 쨍그랑 쨍그랑> 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 1인출판사 명칭이 “쨍그랑”이거든요..!ㅋㅋㅋ 그리고 레터 내용 보고는 더 심하게 놀라서 불가항력에 가까운 힘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저 역시 최근에 저의 모순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거의 처음으로 제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본 것 같아요.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고통’, ’수치‘라는 단어 외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 단어들의 본뜻 자체인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최근에야 처음 겪은 감정인데, 무수님은 이런 감정을 여태껏 몇 번이나 겪어오셨을지 생각하면 아득해집니다. 그럼에도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자신의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고통과 수치를 느낀 경험이 있고, 그로 인해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은 모순된 존재다. 이건 불가항력이다. 다만, 그렇다면 우리는 ‘모순의 인정’, 그 다음의 스탠스는 어떻게 취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 사람이라면, 이미 충분하다는 점입니다.(*따옴표 안의 발언은 뮤지션 지올팍 Zior Park의 인터뷰에서 상당수 따왔습니다.)그러니 너무 괴로워마셨으면, 이라고 쓰려다가 이와 관련된 사항은 무수님이 이미 훨씬 잘 알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 여기서 말을 줄여봅니다. 아 그리구 개인적으로 이사 와타나베의 <킨츠기>라는 그림책을 추천드려요. 무수님은 물론, 이번 레터가 마음에 와닿으신 모든 분들께요..!💛"
🎤 뜨겁게 존엄한 삶을 지탱하고 싶은 여름님의 목소리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고 생각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해요. 어떤 말과 행동에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오늘 무수가 쓴 글에 많은 공감을 느껴요. 내가 부족함과 실수로 인해 말하고자 했던 가치에서 더욱 멀어지고, 깨지고 망가질까 두려워 꽤 오래 비겁한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멈추지 않고 무엇이든 하려고 용기를 내고 있어요. 오래 전 인권과 관련된 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무수와 모보이스를 읽고 계신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 완벽하고 완전무결해서 시작하고 용기내며 실천하고 행동하는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한 변명으로 작동되어선 안 될 말이라고 생각해요!) 놓친 목소리가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는 것, 내가 알았던 세상과 사람과 나의 위치성은 어떠한지 깨닫게 되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완벽하고 완전무결해서 시작하고 용기내며 실천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존엄의 테두리를 조금이라도 더 넓혀가기 위해서 용기내며 실천하고 행동할 수 있길요. 이러한 일은 누군가를 버려두고 차치하는 일과는 다르고, 지금 당장 실현되지 않는 일이라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의 시작이라고 믿어요."
모보이스를 깊이 읽어주고 진솔한 이야기 전해줘서 고마워요. 모순된 자신을 마주하고 내가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깨닫고 놓친 목소리에 다시 귀기울이는 일. 이를 함께 해나간다고 생각하니 든든해집니다. ‘킨츠기'는 깨진 도자기를 아름답게 이어 붙이는 작업이잖아요. 저마다 온전한 도자기를 지키기 위해 애쓰기보다 깨져보고 또 서로 깨진 틈을 이어주면 좋겠어요. 떨어졌다가 다시 붙은 자국이 흉터가 아니라 빛나는 문양이 되길 바라요. 그렇게 깨지고 붙인 만큼 우리의 테두리가 더 넓혀질거라 믿어요. 당신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살고 싶은, 무수드림
❤️🩹 불투명한 사랑 이야기를 기다려요
다음주는 구독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불투명한 사랑’ 레터를 전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사랑에 대해 적어줄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 전하는 일곱번째 질문!
"어떤 순간에 사랑을 느끼나요?"
당신의 구체적인 사랑의 순간이 궁금해요. 커다랗고 추상적인 단어 앞에서 자신만의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단지 사랑을 하고 싶다', '사랑이 없다'라기보다 내가 어떤 순간을 사랑이라고 느끼는지 명확하게 떠올리는 것. 그걸 시작으로 내 사랑의 모양을 만드는 거죠. 떠올려보면 사소한 어떤 한 장면이 생각날지 몰라요. 혐오는 잘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니, 우리 잘 사랑하는 방식을 같이 찾아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