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가 멋지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가끔 제게 ‘활동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럴 때면 저는 “활동가까지는 아니고요"하면서 당황스러워 고개를 저어요. 그리곤 돌아서서 자신있게 말할걸 후회합니다. ‘내가 활동가인가?’하는 마음과 ‘활동가 맞지!'라는 마음이 왔다갔다하는거죠.

활동가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활동가란 고로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단체에 상근하는 사람. 단체에 날마다 일정하게 출근하며 활동하는 노동자가 그려집니다. 주로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앞에서 시위를 하며 연대발언으로 마이크를 잡고 알려지지 않은 문제를 명확하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인거죠. 그리고 모임을 하더라도 참가비는 없거나 매우 적은 수준으로 받아야하고 활동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선 후원의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 

이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혀있는지 스스로 여전히 활동가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모어데즈로 혐오문제를 계속 말하고 있고, 기본소득 시민단체인 ‘BIYN’에서도 활동하며,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인 모인 ‘아르케'에 속하기도 한데 말이죠. 현장에 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이 활동으로 돈을 벌고 싶어하는 마음이 활동가라고 해선 안 된다며 제 입을 닫게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상해요. 현장이 뭘까요? 시위하는 곳만이 현장일까요? 우린 모두 각자의 현장에서 매일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집에서, 일터에서,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에서,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활동을 하며 지내죠. 아르케에서 만난 친구 유랑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현장에 나간 이야기를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는 일이 아닐까 하고요. 근데 저는 각자가 기억하는 방식과 변화하려는 시도, 그리고 그 ‘장'은 다 다르고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그 장이 현장이고 길이면 누군가에게는 그 장은 혼자 안전하게 책을 읽는 시간일 수도 있고, 친구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 그리고 관련된 미디어를 보는 장일수 있겠죠. 저는 이렇게 다양한 서로의 ‘장'을 나누고, 요즘 발견한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 서로 나누고 함께한다는 감각을 쌓아가는 과정을 함께하고 싶어요.”

이 친구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저마다 현장은 다르고 현장에서 하는 활동들도 다채롭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변화는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를 할 때,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전 이미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활동이 아니면 무엇이 활동인가 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오더라고요.

그리고 이 활동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을 생각하자면 당연한 게 아닌가 싶어요. 좋은 일과 돈을 버는 일이 왜 연결되지 않는지 되묻게 됩니다. 활동가도 살아가는데 돈이 필요하니 말이죠. 그래서 단체에 속해서 월급을 받든, 다른 일로 번 돈으로 활동을 이어가든, 활동으로 돈을 만들어보려고 하든 하는거죠. ‘돈을 번다’는 것이 많이 오염되어있구나 느껴요. 단지 생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게 아니라 비용보다 더 많은 초과 수익을 내서 일상에서 쓰고도 차고 넘치는 돈을 만드는 것. 그 돈을 모아 자산을 부풀리는 것. 그게 우리에겐 ‘돈을 번다'라고 각인된 게 아닐까요? 그래서 활동한다면서 왜 돈을 버냐고 한다든지, 좋은 일로 사업을 하는 일에 조금은 편견을 갖고 바라보게 되는게 아닌지 싶습니다. 활동 영역은 가뜩이나 돈이 없는데 이런 생각들 때문에 이곳으로 계속 돈이 흐르지 않는지 생각합니다. 작은 행동으로 당장 돈을 쓰는 방식을 다르게 해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도 돈이 필요하며, 활동하는 방식 중 하나로 사업이 있을 수 있다.’ 이 당연한 말을 스스로도 기억해야겠어요.

이런 저도 ‘활동가'라는 말이 부담스러운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어쩌면 제가 현장에서 시위하는 활동가에게 빚진 마음이 드는 것처럼, 누군가는 저에게 그런 거리감을 둘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멋있다!’ 인데요. 이 말이 참 감사하면서도 가끔은 섭섭해집니다. 제가 멋있어서 이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멋지지 않더라 그냥 해보고 싶고, 해야 한다고 느끼기에 하는 일이니 말이죠. ‘멋있다'는 말로 나와 거리를 두고 이건 온전히 나의 활동,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구분 짓는 건 아닌지 서운하고 종종 외로워집니다. 저는 멋지다는 말에 덧붙여 이런 말이 듣고 싶어요.

“나도 요즘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서 책을 읽고 글을 써봤어.”

“공유해준 그 기사, 동료들과 읽어보고 이야기 나눴어.”

“더 궁금한데 읽어볼 자료들이 있을까?”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

“다음 달에 이 문제를 말하는 자리가 있던데, 같이 갈래? 끝나고 이야기 나누자.”

당신도 저와 함께 활동할 수 있고,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힘차게 말해주길 바랍니다. 예전엔 ‘동지’라는 말이 어색했는데, 이젠 저는 더 많이 동지를 만나고 싶어요. 함께 문제를 바라보고 비슷한 세상을 그리고 이를 나눌 수 있는 사람. 친구보다 끈끈하고,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인 동지로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어때요? 활동가로 우리 만나볼래요. 

2024년 5월 10일

☘️ 더 많은 동지를 만나고픈 무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