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사랑ㅣ“계속 사랑을 노력할 것이다”

“어떠한 순간에도 사랑하는 일은 아름답다”

2024. 4. 26.

❤️‍🩹 혐오 섞인 불투명한 사랑을 말해요

누군가를 혐오하며 어떤 고통은 철저히 외면하더라도, 우린 사랑을 합니다. 불투명한 사랑으로 혐오에 맞서고 다양한 존재들과 지내며 서로를 변화시키고 일상을 살도록 돌봐줍니다. 뗄 수 없는 혐오와 사랑. ‘혐오’라는 불순물 섞인 불투명한 사랑. 한 달에 한 번, 매달 네번째 금요일에 구독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합니다.

한 달 동안 아래 질문을 전하고 이야기를 받았어요.

“혐오와 사랑이 공존하는 순간, 그럼에도 사랑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준 책・영화가 있나요?”

우린 어떤 이야기를 믿으며 사랑하고 있을까요? 찬찬히 읽어주세요.

저는 사실 로맨스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왜인지 허황된 붕 뜬 느낌도, 어쨌거나 저쨌거나 주인공들이 잘 이어지는 해피엔딩이 그려지는 느낌도 저에겐 환상? 판타지? 처럼 다가오더라구요. 최근 친구의 추천으로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어요. 워낙 유명한 영화라서 아시는 분들은 어떤 내용인지 아시겠지만. 저는 이 영화를 통해서 ‘사랑은 사랑이구나. 사랑은 기억을 지워도 사람을 지워도 사랑이구나’를 느꼈던거 같아요.

사람을 지운다고 기억과 추억을 지운다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지워질까요? 물론 다른 감정들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원래도 솔직한 타입이긴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더욱 내 감정에 솔직하게 되었어요. 사실 주인공들의 싸우면서도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결국엔 다시 이끌리는 모습들에서 내 모습이 많이 비춰졌고 그만큼 공감을 했던거 같아요

lovelifedance(러브라이프댄스)

그럼에도, 어떠한 순간에도 사랑하는 일은 아름답다는 것을 배운 영화입니다.

부기

그가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주 만난 것 같진 않은데, 극적인 사건들이 있어서 자신은 가만 있는데 비를 잔뜩 맞은 기분이라고. 자신에게 의지할 게 아니라,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고. 자기도 아픈 사람이라 지금은 각자의 고통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우리의 한 시절은 끝난 것 같다고 했다. 청천벽력 같은 말에 아이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내가 다 잘못했으니 날 버리지 말아달라고 끝없이 사과했다.

내가 그를 엄마처럼 종교처럼 의지하고 집착했던 게 문제였다. 분리불안을 느끼는 어린아이처럼 일부러라도 사건을 만들어 내게 집중해주길 바랬던 것 같다. 그와 책에 대해, 일상에 대해 아니 어떤 이야기라도 눈을 마주치며 자주 하고 싶었지만, 그는 바쁘고 아팠다. 나는 그에게 시간을 선물했어야 했다. 그의 아까운 얼마 없는 시간을 지켜줘야 했다. 비록 종일 머릿속에 그에 대한 생각뿐이어도 고개를 흔들어서라도 털어내고 다른 것에 분산했어야 했다. 그걸 알면서도 한 시절이 끝났다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라고 하는 그가 못내 섭섭했다.두 달 동안 연락을 끊었다. 보고싶어도 참았다. 그가 떠오르면 책이나 영화를 봤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나서야 두 달만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새해 "저 오늘 헤어질 결심을 봤거든요? 그래서 전화했어요."

그 "영화 좋아요?"

새해 "네. 헤어질 결심 보고나니 못 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후반부에 여주인공 서래는 한 겨울에 집에 딸린 수영장에 놓인 남편의 시신을 두고, 수영장에 흥건한 핏물을 제거한다. 수세미와 걸레로 빡빡. 사랑하는 사람이 두려워하는 피비린내를 맡지 않도록 열심히. 그 장면에서 나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를 사랑했구나. 사랑하는 사람 외엔 아무것도 안 보였구나. 그렇다면 그에게 섭섭한 면이 있어도, 헤어지는 고통보단 보는 게 낫겠다고, 보면 살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의 어떤 면을 견디는 것이 헤어지는 고통보다 낫다면, 그 관계를 유지해야겠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자 숨통이 트이고 살 것 같았다.

새해

영화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주인공과 해부대상으로 실험실에 갇힌 괴생명체가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이웃집 친구는 동성을 사랑한다. 사랑하는 그들에게 편견 같은 뛰어넘어야 할 벽 따위는 없다. 그저 당연하게 사랑을 한다.

혐오의 대상으로 쉽게 여겨지는 특징도 사랑하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듯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결국 내 사랑에만 혐오가 없다. 이옥섭 감독이 너무 미우면 그냥 사랑해버린다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 사랑을 해서 혐오하지 않든, 혐오하기 싫어 사랑해버리든 결국 사랑과 혐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분명한 듯 하다. 여기저기서 사랑을 보여주고 이야기하는 통에 사랑을 생각할 일이 많은 요즘이다. 나는 태생이 사랑이 많지 않게 태어난데다 불안도 많아서 혐오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사랑을 노력할 것이다.

유인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떤 순간엔 아프게 밉고 상처를 주더라도 사랑을 하겠다는 이야기 전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하는 일은 아름답다', ‘계속해서 사랑을 노력할 것이다'라는 말을 오래 기억하려고 해요. 알려준 영화 중엔 제가 사랑하는 영화도, 봤던 영화도, 이름만 들어본 것도 있었어요. 이번 기회에 말해준 사랑을 떠올리며 하나씩 다시 봐야겠어요.

‘불투명한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을 받았어요. ‘사랑'이라는 걸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막연한 질문을 던지고 막연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스스로 생각했던 ‘불투명한 사랑'은 혐오와 사랑이 공존하는 모양이었어요. 내가 과거 혐오했던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고,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혐오의 말과 행동을 해서 관계를 고민하는 것일 수도 있고, 관심조차 없었던 존재의 문제에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 쉽게 혐오했던 자신이 달라진 모습, 잘 모르고 외면한 혐오문제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일. 이 모든 게 ‘불투명한 사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달에 한 번, 불투명한 사랑을 이야기해봐요. 우리의 이야기가 쌓이고 쌓이면 구체적인 말로 정의하지 않아도 이 사랑이 무엇인지 함께 이해할 수 있게 될지 모르니까요. 흠 하나 없는 순도 100%의 사랑이 아닌 혐오가 한 방울 섞인 구독자들의 불투명한 사랑을 다음 달에도 잘 담아 전해볼게요.

사랑을 말하고픈 당신에게 전하는 두 번째 질문,

“무언가를 혐오하는 자신을 알아챘을 때,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고 비난하는 마음을 달래준 노래가 있나요?”

‘혐오'는 어떤 기준으로 누군가를 판단해서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타인에게 기준을 들이댄다는 것 즉 내가 나에게도 그 기준을 뾰족한 화살처럼 겨누고 있는 것이죠. 그 때문에 우리는 나 자신에게 누구보다 가혹할 때가 있어요. 부족하다고, 못났다고 질책하며 자괴감・수치심을 느껴요. 내가 나를 미워할 때 이런 마음을 다독여준 노래가 있다면 알려줘요. 당신을 위로한 노래는 우리 모두를 위로할거라 믿어요.

❤️‍🩹 미웠던 나를 위로해준 노래가 있어요

✨ 모어데즈가 경향신문에 담겼어요

매일 기사를 읽고 전해오던 모어데즈가 신문에 담기다니 신기한 일이에요. 이 일이 유독 불안해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날이었는데 경향신문 지현 기자님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흔들렸던 순간, 작은 인정을 받은거 같아 기쁜 마음이에요. 3년 넘게 매주 뉴스레터를 보낼 수 있었던 건, 읽어주는 구독자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커다란 감사를 보냅니다.

모어데즈 기사 읽어봐요